양재천부터 탄천, 잠실한강공원까지! 물길 따라 걷다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4.16. 13:38

수정일 2020.04.16. 14:04

조회 3,238

서울의 하천가는 요즘 어느 곳을 막론하고 산책로가 깔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다. 혼자 걷거나 뛰기에 좋고 경관까지 좋으니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고 면역력을 키우기에 제격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지만 한낮에는 포근하기 그지없는 봄날 오후, 강남구 대치동 양재천부터 탄천을 거쳐 잠실 한강변까지 다녀왔다.

들머리인 양재천 하류는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다. 수변은 온통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갈아입은 초목들이 뒤덮고 있었다. 개나리, 벚나무, 조팝나무, 버드나무 등 여러 봄꽃 나무들 또한 곳곳에서 무리를 이룬 채 경쟁하듯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 더 화창한 봄날을 만들어주는 듯싶다.

양재천이 탄천으로 합수되는 지점에는 습지와 녹지가 발달돠어 있고 풍광이 아름답다©염승화

양재천이 탄천으로 합수되는 지점에는 습지와 녹지가 발달돠어 있고 풍광이 아름답다 ©염승화

양재천 탄천이 합쳐지는 지점에 있는 방문자센터 및 체험학습관 전경 ©염승화

양재천 탄천이 합쳐지는 지점에 있는 방문자센터 및 체험학습관 전경 ©염승화

수변을 따라 조금 걸으니 눈앞에 물길이 세 갈래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탄천의 지류인 양재천이 더 큰 물, 탄천으로 합수되는 이른바 ‘두물머리’ 지점이다. 대부분 습지로 이루어져 있고 갖은 초목들이 우거져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는 곳이다. 언덕 위에 전망 좋은 시설이 있는데, 방문자센터와 체험 학습 전시관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라 먼발치에서 전경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잉어들이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길목 등용문©염승화

잉어들이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길목 등용문 ©염승화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는 뜻밖에도 중국 고사와 연관이 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출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등용문(登龍門)’으로 불리는 길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알을 낳아 번식하려고 매년 이맘때면 잉어떼들이 물을 힘들게 거슬러 오르며 펄떡거리는 장관을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장소이다.

탄천하류는 거의 일직선으로 한강물까지 이어진다

탄천하류는 거의 일직선으로 한강물까지 이어진다 ©염승화

진기한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탄천이 흐르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니 하천 폭이 양재천 보다 족히 4~5배는 더 넓어진다. 양재천을 고스란히 품은 탄천은 여기서 2㎞정도 더 흐르고 그 물길을 낀 산책로는 한강까지 이어진다. 맑은 날에는 탄천의 끝 부분이 확연히 보이기도 한다. 물길 따라 걷는 동안에는 맞은편에 있는 웅장한 잠실야구장과 잠실종합운동장이 수중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일대를 둥지로 삼은 새들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존지역이기도 한 탄천은 논병아리, 되새 등 텃새들을 비롯해 각종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행한 ‘2020 겨울철 조류 센서스’에 따르면 왜가리, 쇠백로 등 여름 철새들과 물닭, 청둥오리, 일락오리 등 겨울철새를 망라해 총 36종에 달하는 조류들이 탄천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천이 한강으로 합쳐지며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길 ©염승화

탄천이 한강으로 합쳐지며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길 ©염승화

탄천과 한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염승화

탄천과 한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 ©염승화

터벅터벅 걷다 보니 사방이 탁 트이고 시야가 한결 훤해지는 지점에 도달했다. 강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식혀 준다. 어느덧 탄천이 한강을 조우하게 된 것이다. 곧 좌우로 기다란 폭포처럼 생긴 물줄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양재천 등용문보다 훨씬 규모가 큰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며 요란한 소리를 질러댄다. 마치 개천물이 강물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를 치르는 것처럼 보였다.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강변의 모습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강변의 모습 ©염승화

강으로 나오자, 청담대교 철교 위를 수시로 덜컹거리며 지나다 내뿜는 전철 소리를 장단 삼아 한가로이 강변을 둘러보는 맛도 삼삼하다. 이 지점은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근사하게 퍼지는 조망이 뛰어난 뷰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리와 연결되는 산자락과 건물들 위로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며 강물과 어우러지는 풍광이 일품이다.

강물에 바짝 붙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한강시민공원 산책로

강물에 바짝 붙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한강시민공원 산책로 ©염승화

한강변에서는 강물에 바짝 붙어 있는 길을 택했다. 출렁이는 물결을 좀 더 실감하며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길이든 잠실 한강공원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멀리 우뚝 솟은 롯데월드타워 빌딩이 마치 지척에 있는 것처럼 두드러져 보이니 나침반 삼아 걷는 즐거움도 곁들일 수 있다. 지나온 방향으로 한 번씩 되돌아볼 때마다 펼쳐지는 역광 속 실루엣 장면들도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잠실 한강공원에 있는 안심생존수영 실기교육장과 주변 풍광 ©염승화

잠실 한강공원에 있는 안심생존수영 실기교육장과 주변 풍광 ©염승화

잠실선착장 앞을 지난 뒤에는 수중에 설치되어 있는 생소한 시설에 눈길이 꽂혔다. ‘안심생존수영 실기교육장’이라는 긴 이름이 붙어 있는 이곳은 교육청이 서울시 거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물 위의 체험공간이다. 필자가 걸은 길대로 작은 개천이 큰 개천을 만나고 큰 개천이 다시 강물을 만나는 아름다운 수변에서 한갓지게 혼자 걷거나 뛰고 싶다면 방문을 권하고 싶다.

양재천, 탄천 두물머리~잠실한강공원 안내 
○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1번 출구 → 양재천변 약 400m → 양재천 탄천 합수지점 → 2km 탄천 한강 합수지점 → 2.5km 잠실 시민공원

○ 연중무휴, 입장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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