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승차예배' 어때요?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0.04.14. 11:54

수정일 2020.09.01. 18:08

조회 2,661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4월 19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그런데 지난 12일 기독교의 연중 최대 절기인 부활절을 맞아 서울 일부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교회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다수가 모이는 교회의 현장 예배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주차장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부활절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부활절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조시승

이 가운데 3월 29일 ‘드라이브 인 워십(승차예배, drive-in worship)’ 이라는 방식의 '승차예배'를 도입하여 외신에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된 교회가 있다. 승차예배는 신자들이 주차된 차량 안에서 FM송출장비를 통해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소리를 들으며 예배를 드리는 방식이다. 가족들이 안전하게 차 안에서 FM으로 전파되는 설교를 듣고 찬양과 기도를 하며 예배를 보는 것이다.

교회관계자가 FM송출번호를 알리고 있다

교회관계자가 FM송출번호를 알리고 있다 ⓒ조시승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 최초로 승차예배를 시도한 교회를 직접 방문해 보았다. 부활절인 지난 4월 12일 일요일 아침, 차를 몰고 중랑구 망우동 ’서울씨티교회‘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으로 주소를 검색했더니 학교(송곡고교)가 나왔다. 잘못 입력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보니 동일한 주소였다. 교회에 전화해보니 2002년 교회에서 기부체납 방식으로 이 학교 대강당을 직접 건립했고 그 후 대강당의 일부를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찬양대가 복음성가를 열창하여 예배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찬양대가 복음성가를 열창하며 예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조시승

도착해 보니 학교 입구에 노란 조끼를 착용한 안내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량이 입구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노란 조끼의 안내요원이 차량 좌우로 다가선다.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발열체크를 한 후 예배순서지와 소독제, 간단한 간식을 제공해준다.

차량을 운전하지 않고 도착한 교회신자들을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차량을 운전하지 않고 도착한 교회신자들을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조시승

차량 없이 직접 걸어서 온 신자들은 따로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바르게 하고 예배 참여 기록을 남긴다. 이들에게는 연단 옆 좌석에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착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검사를 마친 후 안내요원의 유도에 따라 운동장에 2m 간격을 유지해 주차하면 된다. 차 밖으로는 나오지 말아 달라는 교회 자체 안전 수칙에 따라 아는 교인들끼리 악수 대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인사하기도 했다.

발열체크에 이상 없는 차량을 교회관계자들이 순서대로 주차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발열체크에 이상 없는 차량을 교회관계자들이 순서대로 주차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조시승

마포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 모(55) 씨는 "두 달이 넘도록 온라인 예배만 하고 있다가 이렇게 나와 예배를 드리니 답답한 마음이 풀리고 감회가 새롭다"라며 "부활절이 기독교에서 가장 큰 절기인데, 이렇게 승차 예배를 드리는 것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승차예배에 참석한 성 모(48) 씨는 "가족회의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온 가족이 함께 왔는데 가족 축제로 기억될 것 같다. 야외 승차예배는 처음인데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국 주요 언론매체에서도 보도하니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그의 부인 역시 “정부의 시책에 호응하면서 예배 참여자의 방역에도 적극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모범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탑승하여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탑승하여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조시승

주차 후 안내받은 대로 주파수를 FM 107.3으로 맞추니 찬양 대원들의 찬송가와 성가가 들렸다. 예배시간이 되자 찬송과 기도 후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담임목사가 연단으로 나와 설교를 통해 함께 고난을 극복하길 기원했다. 

이날 운동장에 주차된 차량은 약 120여 대에 달했다. 신자들은 밖에 나오지 않고 교회의 방침에 잘 따랐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인을 만나도 눈인사만 나눌 뿐 악수나 대화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안전하게 확보된 주차 공간에서 차량 라디오를 통해 설교를 듣는 방식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게 예배를 볼 수 있었다. 

한편,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도 뒤따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의 한 주차장에서 5부로 나눠 '드라이브 인 워십' 예배를 보았다. 온누리교회는 1부 예배당 250대가 참여할 수 있고, 신청을 원하는 신자는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등록하도록 했다.

송곡고교 주차장에 운집한 승차예배장 모습

송곡고교 주차장에 운집한 승차예배장 모습 ⓒ조시승

교회의 이러한 승차예배는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와 현장 종교활동 수요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승차 종교활동'을 4월 3일부터 허용했다. 그동안 박람회나 국제영화제 등의 현장 안내를 위해 제한적으로 소출력 무선국을 허가한 사례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승차예배에 대해서도 허용한 것이다.

서울씨티교회는 가장 먼저 무선국 허가증을 받았다. 교회관계자에 따르면 출력범위가 60m이내는 허가받을 필요가 없지만 서울전파관리소에서 6개월 허가를 받은 이후 더 넓은 범위, 더 좋은 품질로 예배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담임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다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담임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다 ⓒ조시승

3주째 승차 예배를 진행해 온 조 목사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킨 채 모여서 하는 예배의 전통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조 목사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무선 송신기를 검색해 보면 10여 만원 정도의 상품들이 나온다. 그렇기에 웬만한 교회가 모두 동참할 수 있다"며 타 교회에도 승차예배 참여를 권했다.

서울씨티교회의 승차예배를 로이터, AP 등의 해외 주요 매체가 전하자,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언론에서 우리의 승차예배 모습을 다루고 있다. 조 목사는 “로이터, AP에서 나간 이후 전 세계 언론에서 우리 교회의 소식을 보도했다. 교인들이 우리 교회가 자랑스럽다고 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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