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가져가세요” 지역 주민에 마스크 나눔하는 교회!

시민기자 윤혜숙

Visit210 Date2020.04.09 12:16

마스크를 떼어가는 시민, 마스크 한 개에 행복이 넘치는 현장이다
마스크를 떼어가는 시민, 마스크 한 개에 행복이 넘치는 현장이다 ⓒ윤혜숙

옥수동을 지나가는 길에 교회 건물벽면에 걸려 있는 마스크를 보았다. “마스크 꼭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양보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 아래 여러 개의 마스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마침 지나가다 마스크를 떼어가려는 사람이 있기에 물어보았다. “오늘 처음 이 곳을 지나가다 보게 되었어요. 마스크가 필요한데 여기서 가져가라고 하니까 좋네요”라면서 환하게 미소 짓는다. 마스크 나눔의 행복이다.

교회 벽면에 부착된 마스크, 3월16일부터 2주째 지역의 한 교회에서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교회 벽면에 부착된 마스크, 3월 16일부터 2주째 지역의 한 교회에서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윤혜숙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일 수도 있었지만, 3월 16일 나눔 시작 이후 2주째 이어져오고 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번에 걸쳐서 매번 20장 가량의 마스크를 붙여두고 있다. 필자는 마스크 나눔의 사연이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평일인지라 교회 1층의 정문은 닫혀 있었다. 교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보이는 지하 1층의 출입문은 열려 있었다. 필자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고, 교회의 담임목사 최윤영 목사와 2미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엇갈려 앉아 마스크 나눔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의료용 덴탈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의료용 덴탈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윤혜숙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한동안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컸다. 지난 2월 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였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마스크 수급 불안정으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교회는 작년 봄, 황사와 미세먼지로 고생할 교인들을 위해 나눠줄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치과의사가 치료용으로 쓰는 덴탈 마스크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지금과 달리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이번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작년, 교인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1000여 장의 마스크를 꺼내어 교인들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기도 중에 불현듯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마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눠주셨을 것이다. 그런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야 하는 목회자가 교인들의 안전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양심에 가책이 들었다고 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차례 교회 벽면에 마스크를 부착해 나눔을 실천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차례 교회 벽면에 마스크를 부착해 나눔을 실천한다 ⓒ윤혜숙

마스크를 나눠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하는 이 시점에, 가급적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누구나 부담 없이 마스크를 가져가게 하는 방법에 아이디어를 모았고 교회 벽면에 부착해두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첫 날, 교회 벽에 마스크를 부착하면서 한 사람이 마스크를 모두 다 가져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안내문에 ‘한 분이 꼭 1매만 가져가주세요’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마스크를 가져가는 시민들 모두 1인당 1매를 잘 지켜주었다. 덕분에 3월 말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마스크 나눔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대형마트에 남는 물건이 없다라는 외신보도를 여러 번 접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지 않는 것도 동일한 맥락일 것이다.

마스크 나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마스크를 가져가는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반응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지역 내 노인회에서 마스크 나눔 소식을 듣고 교회를 방문해서 감사를 표시했던 적이 있다. 가끔 저녁에 늦게 어르신들이 교회 사무실로 찾아오면 마스크를 하나씩 챙겨 드린다고 한다.

교회 1층에 지역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도서관을 운영한다
교회 1층에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도서관을 운영한다 ⓒ윤혜숙

거룩한씨 성동교회는 교인 300명 남짓 되는 중소형 교회다. 내년이면 옥수동에 자리 잡은 지 50주년을 맞이한다. 최윤영 목사는 이 교회가 반세기의 역사를 지니고 옥수동 주민들과 함께 성장한 교회로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른 바 교회의 사회적 책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교회 1층에는 교인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도서관도 마련돼 있었다. 이 때문에 성동교회가 교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포용하는 열린 공간이자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옥수동 거룩한씨성동교회 입구에 붙여진 '힘내자 대한민국' 현수막
옥수동 거룩한씨성동교회 입구에 붙어있는 ‘힘내자 대한민국’ 현수막 ⓒ윤혜숙

최근 언론에서 정부의 방침을 거스르면서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교회의 모습을 접하곤 했다. 그런데 옥수동의 성동교회처럼 지역주민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눔을 베푸는 교회도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성동교회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묵묵히 실천하는 수많은 교회가 있을 것이다. 교회 입구에 붙어 있는 현수막의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글귀처럼 우리는 단합된 모습으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거뜬히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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