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약국으로! 한 대학생의 ‘좌충우돌 수요일’

대학생기자 박정원

Visit108 Date2020.04.02 10:46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2달째 일주일에 한 두차례 외출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공적마스크 때문에 외출 한 번이 늘었다. 98년생인 필자는 매주 수요일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한다. 외출하는 날에 맞추어 코로나19에 적응 중인 어느 수요일을 기록해 보았다.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휴대폰 알람을 설정했다.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휴대폰 알람을 설정했다. ©박정원

아침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맞춰 놓았다. 경험상 알람소리가 울려도 바로 일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잘 알기에 5분 간격으로 반복 설정을 했다. 마스크를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8시 30분경에는 기상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어제 늦게 잔 탓인지 깊이 잠들지 못해 알람이 유난히 잘 들렸다. 바로 일어나서 어제 만들어 둔 연어장을 꺼내 아침 식사를 했다. 귀찮은 마음이 달고나커피 같은 유행도 피해 가게 만들었지만 온라인으로 식재료를 구매하는 빈도는 오히려 늘었다. 조금이나마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한 것이다. 분명히 레시피대로 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짜다. 운동량이 줄어 살이 찌겠단 걱정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밥을 더 담는 손은 멈추지 못한다.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본 연어장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본 연어장 ©박정원

시계를 보며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약국으로 향했다. 지난 3주 동안 매번 다른 약국을 찾았다. 시간대도 들쑥날쑥. 친구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동일한 시간에 마스크가 입고된다는데 우리 동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천차만별이라 언제 어디에 마스크가 들어올지 예측이 힘든 탓이다. 계속 재고를 확인하는 것보다 미리 번호표를 받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소중한 아침잠을 포기하기로 했다. 9시부터 번호표를 나눠주기 때문에 오랜 대기 시간을 예상하고 미리 책을 챙겨간다.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요즘이다.

약국 앞에 벌써 줄이 서있다.

약국 앞에 벌써 줄이 서있다. ©박정원

여전히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지만 지난 주보다 줄이 짧아졌다. 예상 외로 마스크가 빨리 들어온 덕에 9시가 되기 전에 번호표가 아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선호하는 검은색이라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책을 읽으며 약국 앞에서 대기표를 기다렸다.

책을 읽으며 약국 앞에서 대기표를 기다렸다. ©박정원

요즘 같은 코로나19 사태에 전리품이 된 마스크 ©박정원

집에 돌아와 과제와 블로그 포스팅을 할 계획이었으나, 신문을 읽고 넷플릭스를 틀어 놓은 상태로 휴대폰 게임을 하다 다시 잠에 빠졌다. 혹시 몰라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역시나 듣지 못하고 알람과 상관없이 눈이 떠진다. 불길한 기분에 시계를 보는데 수업 시작 직전이다. 재빨리 노트북 앞에 앉아 실시간 강의를 시청한다. 잠옷바지를 입고 대학 수업을 듣는다.

노트북으로 필기를 하는 일이 많았는데 강의를 시청하면서 동시 필기가 힘들어 생각한 방법이 아이패드다. 대학생 신분에 꽤나 부담되는 가격의 아이패드라 엄마가 사용하시는 것을 잠시 빌렸다. 아이패드 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강의 자료를 보고 결국 노트에 손으로 필기를 한다. 이렇게 노트에 필기를 하면 나중에 강의 자료에 필기를 정리해야 하지만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일단 받아 적는다. 정말 중구난방이다.

사이버 강의라 그런지 모든 수업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끝나는 기분이 든다. 오늘도 강의와 강의 사이에 15분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거의 5분 만에 밥을 먹었다.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잘못이지만 숨 돌릴 틈이 없다.

강의가 끝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잠에 들었다 일어났더니 한밤중이다. 저녁을 거르고 뒤늦게 빵 한 개를 먹어 보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상태로 과제를 한다. 블로그 글도 예약 발행하고 해야 할 일을 절반 정도 끝냈나 싶어 시간을 보니 새벽 네 시가 다 되었다. 계획이 틀어져 불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걱정하다 뒤늦게 잠이 들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대면 수업이 아니라고 묘하게 늘어난 과제를 하다가 가끔 숨을 돌리려고 SNS를 할 때면,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듯 매일 외출하고 친구를 만나고 술을 마시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본다.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밖에 나가지 못해 아쉽지는 않다. 나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약 없이 지속될 이 생활을 조금이라도 단축하는 길이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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