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 '마을라디오' DJ 할 수 있어!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0.03.30. 15:02

수정일 2020.03.31. 11:38

조회 1,771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가끔은 밖에 나가고 싶지만, 생각보다 집안에서 할 일도 넘쳐난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방치했던 소소한 일들이 집안에 가득했다. '마을미디어'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집콕 덕분이었다. e-북들과 영상들을 보다가, 문득 마을미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을미디어는 자신이 속한 지역을 생생히 알 수 있는 데다 직접 미디어를 제작할 수도 있어 매력적인 매체이다.

용산공원 내 갤러리에 위치한 용산FM 마을라디오

용산공원 내 갤러리에 위치한 용산FM 마을라디오 스튜디오©김윤경

마을미디어는 주민들이 소유하고 함께 운영하는 미디어를 뜻한다. 신문, 라디오, TV나 잡지 등을 만든다.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마을 관련 이슈를 나눈다. 좀 더 큰 규모의 재미있는 반상회 같다고나 할까. 집으로 선뜻 이웃을 초대하기 어려운 요즘, 소소한 동네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많은 이웃들과 마을의 소소한 문제들을 같이 의논하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정겹다. 종종 고기를 사러 가는 단골 정육점 사장님이 초대되어 맛있는 고기 고르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웃끼리 비슷한 관심사를 찾아 공유할 수 있으며, 재난 시 마을 상황을 알려주는 큰 역할을 한다.

마을라디오 용산FM 사용법

마을라디오 용산FM 사용법

필자가 살고 있는 용산구 마을미디어인 '용산FM'이 더욱 궁금해졌다. 용산FM은 2012년 서울시 마을미디어를 통해 설립한 공동체 미디어로 처음에는 15명이 함께 했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동네 이야기를 전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듣기 쉬우며 참여도 가능하다. 용산공원 갤러리 내 위치한 용산FM 스튜디오와 해방촌 스튜디오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간 방송을 살펴보니 내용도 다채롭다. 해방촌 영화나 용산의 사회적 경제 단위를 소개하는 ‘안녕하SE 용산’, 용산 기지와 용산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What’s up 용산'을 비롯해 책을 낭독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읽는 엄마’나 76세 동갑내기 어르신이 좋은 글귀와 삶을 소개해 주는 ‘왕 언니가 왔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대학가 이슈와 노하우를 알려주는 ‘슬기로운 대학 생활’처럼 용산구의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용산FM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송은 ‘해방촌에서 영화(榮華)’이다. 해방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추천 영화를 소개한다.
 

'해방촌에서 영화(榮華)’ 진행자인 이세원 PD와 최철호 소장

'해방촌에서 영화(榮華)’ 프로그램 진행자인 이세원 PD와 최철호 소장 ©용산FM제공

이세원 PD가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는 방송 패널 섭외, 대본 구성을 맡고 진행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해방촌에서 영화(榮華)’는 두 명의 진행자가 초대 손님과 함께 월 2회 2주에 한 번씩 50분 내외로 진행한다. 지금까지 파일럿 방송을 포함해 4회 분이 방송되었으며, 코로나19 여파로 섭외가 조금 어려워 잠시 주춤한 상태다.
 

방송은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2019년 말 그가 속한 해방촌 ‘이거해방협동조합’에 대한 소개를 위해 초대되었다가 녹화 후, 방송 권유를 받았다. 방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혼자보다 같이 진행하는 편이 좋아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의 최철호 소장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지적 여고 시점' 마을라디오 녹화중인 모습

'전지적 여고 시점' 마을라디오 녹화중인 모습 ©용산FM

이세원 PD에게 마을라디오 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방송 모두 기억에 있단다. "작은 공동체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도시라는 삭막한 세상 속에서 어울려 함께 나누는 모든 대화들이 행복이자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방송 전에는 어색하고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녹음을 하면서도, "쉼 없이 내레이션을 하다 보면 발음이 정확한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홈페이지 메인 화면

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홈페이지 메인 화면

마을미디어가 생소한 시민들에게 마을라디오를 즐길 수 있는 팁을 물었다. "SNS를 통해 사람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시대, 우리 주변 이웃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생각하며 들으면 보다 더 재밌을 거 같다"고. 또한 "지금 하는 방송이 ‘해방촌에서 영화(營華 영화로울 영, 빛날화)’ 인데, 함께 나누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들어보면 무척 즐거울 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마을미디어는 일반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직접 만든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처음 마을라디오를 시작하려면 어떤 점이 중요할까. 이세원 PD는 본인도 "아직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면 할수록 점점 재미있어진다"며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꼽았다. 우리 모두 인생의 주인공이고 방송 역시 본인이 준비해 진행하는 무대인 셈이니 용기 있게 도전해보길 추천했다. "처음에야 모두 어색하고 어렵지만,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 잘되지 않겠냐"며 용기를 주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찾아 문의하기를 권유했다. 지원센터 내에는 마을라디오를 직접 참여해보려는 주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잘되어 있다.

팟빵에서 용산FM을 들을 수 있다

팟빵에서 용산FM을 들을 수 있다

‘용산FM’은 4월 15일 총선 기획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구민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도 진행했다, 필자 역시 설문에 응했던지라, 어떤 방송이 나올지 궁금했다. 이세원PD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정당별 후보자를 섭외했다. 후보자들이 흔쾌히 스튜디오로 찾아와 녹음을 하겠다고 해, 오히려 놀랐다고 한다. 후보자들의 열의에 힘입어 선정된 구민의 질문과 현안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 진행해 보겠다고 다짐했단다. 그 말을 듣자 이들의 방송이 더욱 궁금해졌다.

사실 해방촌에는 많은 어르신들과 젊은 소상공인과 예술가,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외국인 친구들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 다채로운 빛깔의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다. 앞으로 ‘해방촌에서 영화(榮華)’는 어떻게 달라질지 물었다. 벌써 1년 초대 손님 계획이 다 꾸려졌다며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초청해 계속 발전해 나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왕 언니가 왔다' 마을라디오 진행 중인 모습

'왕 언니가 왔다' 마을라디오 진행 중인 모습 ©용산FM

인터뷰를 끝내고 용산FM, ‘해방촌에서 영화(榮華)’를 들었다. 때 묻지 않은 우리 동네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웃들의 이유를 자연스럽게 또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 정감이 갔다. 초청되는 사람들이 마을 사람, 나아가 같은 구민, 좀 더 보면 서울 시민이라 생기는 친근감도 한몫하는 듯하다.

해방촌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하는 모습

해방촌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하는 모습 ©용산FM

서울시에는 다양한 마을미디어가 있다. 서울시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이를 총괄한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직접 제작, 참여해 마을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거점이다. 코로나19로 집안에만 머물러있기 답답한 요즘, 가까운 마을라디오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는 스튜디오 안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날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
○ 서울 마을미디어지원센터 : http://maeul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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