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들에게 수제 딸기잼 선물 도전~

대학생기자 오선희

Visit97 Date2020.03.26 10:23

작년 이맘때엔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동기들과 캠퍼스를 거닐고 있었다. 지금은 자취방에 앉아 티비를 보며 3시간째 노트북을 하고 있다. 핸드폰에는 연신 긴급재난문자가 시끄럽게 울리고, 뉴스는 코로나19 관련 소식들로 가득하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렇게 일상을 덮쳐버렸다.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원망만 가득하던 나날이었다. 코로나가 뺏어간 내 일상은 지루하기 그지없다. 밖에 나가지 못하니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도 헷갈린다. 하지만 이런 지루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내 방식대로 일상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법도 모색해 실천하게 됐다. 모두가 어렵고 우울한 지금이지만 슬기롭게 이 위기를 이겨내길 바라며, 새롭게 바뀐 필자의 일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일상이 크게 변했다”

세상이 변한 만큼 일상도 크게 변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났고 대학교 개강도 미뤄졌다. 집에 혼자 가만히 있다 보면 내가 정말 대학생이 맞나 싶다. 일상의 활기마저 잃어가는 우울한 기분이 든다.

온라인으로 대학 수업 듣기

온라인으로 대학 수업 듣기 ©오선희

 학교에 직접 가지 못하니, 모든 수업이 대면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로 바뀌었다. 수업마다 교수들의 수업 방식도 가지각색이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어떤 교수는 강의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또 다른 교수는 수업 관련 동영상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하며, 누군가는 책을 구입해 풀어오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교생이 이용하는 사이버 캠퍼스에는 수십 번씩 오류가 뜨고 있다. 강의를 듣다가 끊기고, 짤리고,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듣노라면 등록금이 아깝게 느껴지고 지루함도 크다. 학교를 다닐 때는 빨리 종강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젠 빨리 개강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동기들과 같이 학식도 먹고 수업도 듣고 싶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약국 앞에 줄이 서 있다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약국 앞에 줄 선 시민들 ©오선희

 하루에도 수십 번씩 ‘KF94 마스크’, ‘미세먼지 마스크’, ‘일회용 마스크’를 검색한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10배나 오른 마스크의 가격은 너무 큰 부담이기에, 최대한 저렴한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구하지 못하면 목요일을 기다렸다가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러 밖으로 나서고 있다. 아침 9시에 재고가 들어온다고 해서 아침 8시 반에 나갔지만, 이미 줄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 사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답답한 마음이다. 고작 마스크때문에 웃게도 울게도 되는 요즘이다. 

온라인에서 구입한 위생용품들

온라인에서 구입한 위생용품들 ©오선희

 마스크 외에도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라텍스 장갑과 살균 소독제, 손세정제를 상시 구입해 구비해 두게 됐다. 혹시라도 감염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이렇게라도 해야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 잠깐 나갈 때도 꼭 손소독제를 하게 되고, 무슨 일은 할 때도 장갑을 끼게 된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의 모습이다.

 “이내 일상의 위기가 찾아왔다”

 처음 며칠은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쁘게만 살던 일상에 휴식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 나름 만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점점 심해지고, 필자의 일상에도 금세 위기가 찾아왔다. 

 

3월 예정된 제주도 여행이 취소됐다

3월 예정된 제주도 여행이 취소됐다 ©오선희

 3월 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약해 둔 항공이 결항되고 여행까지 발목이 잡혔다. 알바를 하고, 돈을 벌었던 이유가 오직 ‘여행’ 때문이었는데, 여행 취소는 나에게 큰 시련이었다. 그동안 노력하며 아끼고 모은 돈을 단 한 푼도 못쓰게 되니, 우울감이 밀려왔다. 여행은 물론, 가고 싶었던 축제도, 지인들과의 약속이나 회의도 줄줄이 취소됐다. 겨울방학을 맞아 야심차게 놀려고 준비했던 계획들이 한순간에 무산돼 집에서 쉬고는 있지만, 온전히 휴식하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기다렸던 대외활동에 합격했으나 집에서 혼자 합격의 기쁨을 느꼈다

기다렸던 대외활동에 합격했으나 집에서 혼자 합격의 기쁨을 느꼈다 ©오선희

또한 합격하게 된 대외활동의 발대식 일정도 취소, 연기됐다. 꿈꾸던 청춘예찬 대외활동에 붙어 활동을 막 시작하려는 시기에  합격의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게 됐다. 앞으로 활동에 대한 계획과 방향, 목표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받지 못했고,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지 실감조차 나지 않는 것 같다. 합격한 학생들에게 수여되는 명함, 증서, 단복, 기자증까지 모두 택배로 받게 됐다. 택배를 보며 집에서 합격의 기쁨을 혼자서 느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발걸음”

사람들을 만나고,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지금 이 상황은 큰 위기다. 답답해서 밖으로 뛰쳐나가고만 싶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탄식하기엔, 인내로 지내온 겨울방학의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며 일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직접 딸기잼 만들기에 도전해보았다

수제 딸기잼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오선희

 그 첫번째 발걸음은 바로 ‘딸기쨈 만들기’었다. 집에서 할 수 있으면서도 간단하고 맛있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딸기쨈이 떠올랐다. 딸기와 설탕, 레몬즙을 준비했고, 딸기를 손질한 다음 설탕과 함께 오랜 시간을 저으며 끓였다. 첫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계속 저어야 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밖에서 사먹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됐다. 집중력 있게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성취감과 뿌뜻함도 밀려왔다. 

이름을 딴 스티커를 제작해 택배로 지인들에게 딸기잼을 선물했다

이름을 딴 스티커를 제작해 택배로 지인들에게 딸기잼을 선물했다 ©오선희

 완성된 딸기쨈을 보니 완성도가 높아 시중에 파는 딸기쨈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니 정말 뿌듯했다. 그렇게 처음엔 내가 먹을 정도로만 만들기 시작한 딸기쨈이었지만, 점차 남들에게 나눠줄 쨈용기도 사고 이름을 딴 스티커도 제작해서 더 완벽하게 대량으로 만들게 됐다. 평소 고마움을 갖고 있던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딸기쨈을 택배로 보내줬다. 작은 딸기쨈 선물을 통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됐다. 

집 근처 셀프 카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 셀프 카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오선희

 두번째 발걸음으로 ‘셀프 카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던 필자에게 카페 금지령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사람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해야 했기 때문에 밖에서 커피가 정말 마시고 싶은 날은 집 앞의 셀프 카페를 찾았다. 셀프 카페는 자판기에서 캡슐 커피를 구매해, 직접 커피를 내려먹을 수 있는 곳이다. 직원도 없고, 마시고 가는 손님도 없으니 안전하게 카페 이용이 가능했다. 

조금 귀찮기는 해도 대면 접촉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조금 귀찮기는 해도 대면 접촉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오선희

 캡슐 구매부터 결제, 물 조절과 포장까지 전부 직접 해야 했기에 사실 조금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 이곳을 이용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커피를 살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다. 직원과 줄 서있는 손님의 눈치를 보며 무슨 커피를 마실지 빨리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 또 직원에게 요청하지 않고도 내가 조절해서 원하는 연한 맛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다.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들면서, 그 안에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취 3년차, 집밥 해먹기에 도전했다

자취 3년차, 집밥 해먹기에 도전했다 ©오선희

위기 극복을 위해 세번째로 시도한 것은 ‘집밥 해먹기’였다. 3년차 자취생인 필자는 365일 중 360일 이상을 밖에서 사먹었었다. 집에서는 라면 외에는 요리했던 기억이 없을 정도다. 바빴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 귀찮았던 것이 컸다. 하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다보니, 집에서 직접 요리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첫 요리는 야채와 드레싱만 있으면 완성되는 샐러드였다. 그렇게 만두와 스팸도 구워보고, 김치볶음밥도 해보다 보니 어느덧  미역국과 된장찌개에도 도전하게 됐다.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먹으니 비용은 적게 들고 맛은 두 배였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레시피만 얼추 따라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요리 실력이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리에 대한 용기가 생겼고, 앞으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집에서 매일 해먹을 자신이 생겼다. 

집에 더 오래 머물며 강아지를 살갑게 챙겨주고 있다

집에 더 오래 머물며 강아지를 살갑게 챙겨주고 있다 ©오선희

위기 극복의 마지막 발걸음은 ‘내 일상 돌아보기’다. 생각해보면 참 바쁘다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소홀하게 여겨왔었다. 특히 요즘 매일같이 집에 있다보니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옆에서 애교 부리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힐링되고 시간이 금방 간다. 바빠서 강아지와 놀아주지도, 챙기지도 못했던 시간들이 미안하고 후회스럽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자주 할 수 있었다. 일에만 집중했던 시간들을 이제 가족들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지고 있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당장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상황도 아니다. 필자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마음을 잠시 거두고, 무너진 일상을 새롭고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주변을 한번 돌아보며 긍정적인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코로나19만 원망하고 지내기엔 우리의 일상과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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