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오롯이 느껴본 '사육신공원의 봄'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3.25. 09:00

수정일 2020.03.26. 09:25

조회 1,447

코로나19 여파로 정체된 듯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간과했던 일상의 고마움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지 않도록 야외에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람이 조금 쌀쌀했으나 걷기에는 좋은 봄날 오후, 동작구 노량진로에 위치한 사육신공원을 찾았다.

불이문에서 바라본 사육신공원의 봄빛 짙은 경내©염승화

불이문에서 바라본 사육신공원의 봄빛 짙은 경내 ©염승화

사육신공원은 1456년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의롭게 죽은 충신들의 넋과 올곧은 정신을 기리고자 조성한 공간이다. 크게 사당과 묘역이 있는 추모공간과 사육신역사관, 전망대, 쉼터가 있는 문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약 49,400㎡(약 14,940평) 규모이고,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호이다.

사육신의 위패는 사후 235년만인 1691년에 임금이 하사한 사액서원인 ‘민절서원(愍節書院)’에 처음 모셔졌다. 이후 1782년에 신도비가 세워졌으며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갖춰진 것은 서울시가 추진한 ‘사육신묘 성역화 사업(1977-1978)’을 통해서다.

신성한 공간임을 나타내는 홍살문.경내에서 출입구 쪽을 향해 본 모습. ©염승화

신성한 공간임을 나타내는 홍살문. 경내에서 출입구 쪽을 향해 본 모습 ©염승화

사육신 사당 대문(불이문)은 위엄이 넘치는 솟을삼문이다. ©염승화

사육신 사당 대문(불이문)은 위엄이 넘치는 솟을 삼문이다 ©염승화

공원은 정문부터 여느 공원과 다른 점을 마주하게 된다. 보통 왕릉이나 향교에서 볼 수 있는 홍살문이 진입로 초입에 우뚝 서 있다. 공원이 신성시되는 장소라는 뜻이다. 비탈진 진입로를 조금 올라가니 불이문(不二門)이 나타난다. 사당 의절사의 대문인 솟을 삼문이다. 굳게 닫힌 가운데 큰 대문이 좌우의 문들 보다 높이 솟아 있기에 멀리서 보더라도 엄숙한 느낌이다. 이 문은 매년 10월9일 개최되는 추모제향 등 제례가 있을 때만 열린다.

정조 임금때 세운 사육신 신도비가 의절사 앞 비각에 세워져 있다. ©염승화

정조 임금 때 세운 사육신 신도비가 의절사 앞 비각에 세워져 있다 ©염승화

사육신비 옆에서 바라본 신도비각과 의열사©염승화

사육신비 옆에서 바라본 신도비각과 의열사 ©염승화

열려 있는 우측 문을 통해 천천히 경내로 발길을 들여놓았다. 숙연한 분위기가 절로 풍긴다. 정면으로 의절사가 있고 좌우 측 중간 지점에 각각 신도비각과 비석이 놓여 있다. 비각 안의 비는 원래 묘역 앞에 있던 것이다. 빽빽하게 새겨진 비문 머리글에서 유난히 또렷해 보이는 ‘육신묘비(六臣墓碑)’ 네 글자에 시선이 꽂혔다. 우측 비석은 1955년에 세운 사육신비다. 필시 사육신을 상징하듯 독특하게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사육신 위패를 모신 사당 의절사

사육신 위패를 모신 사당 의절사 ©염승화

의절사 안에는 충신들의 위패들이 모셔져 있다. 입구 단상에 놓인 향을 성냥불로 붙여 피우곤 잠시 고개를 숙여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위패는 모두 7개다. 성삼문, 박팽년, 이개, 유응부, 하위지, 유성원 등 사육신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희생된 이른바 삼중신 김문기의 위패가 포함되어 있다.

사육신 묘역 왼쪽 언덕에 모셔진 하위지,성삼문,유성원 봉분 3기 ©염승화

사육신 묘역 왼쪽 언덕에 모셔진 하위지, 성삼문, 유성원 봉분 3기 ©염승화

사당 뒤편 둔덕 위에 있는 묘역으로 올라갔다. 하위지, 성삼문, 유성원 등 봉분 3기가 묘역 왼편에 나란히 있고, 조금 떨어진 우측 얕은 언덕에 이개, 유응부, 박팽년, 김문기 등 봉분 4기가 모여 있다. 이중 성삼문, 이개, 유응부, 박팽년 봉분 4기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고, 나머지 하위지, 유성원, 김문기 봉분 3기는 공원을 확장 조성할 때 가묘로 써놓은 것이다. 각 봉분 앞에는 조그마한 묘비가 있다. 비문은 고인의 성을 넣어 ‘하씨지묘’(河氏之墓)처럼 네 글자씩 음각으로 파져 있다.

묘소 뒤편 숲속에서 마주친 석물 중 하나©염승화
묘소 뒤편 숲속에서 마주친 석물 중 하나©염승화

묘역 뒤편 숲 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도 걸어가 보았다. 묘역 둘레를 도는 호젓한 산책로다. 딱 한 사람이 디딜 만큼 폭이 좁은 숲길을 지나는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길 아래 경사진 곳에서는 뜻밖에도 문석인으로 보이는 석물 몇 점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단이 흙 속에 파묻혀 아무렇게나 있으나 그 모습 그대로 충신들의 묘역을 경계하는 석물로 간주해 버리니 공연히 마음이 편해졌다.

사육신역사관과 주변 쉼터 ©염승화

사육신역사관과 주변 쉼터 ©염승화

사당으로 돌아와, 맞은편에 있는 사육신 역사관 앞으로 갔다. 충신들의 충절 정신을 기리는 공간으로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상설 운영되는 곳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휴관 중이라 겉모습만 보아야 했다. 전경 사진을 찍은 뒤 곧장 강변 방향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전망대, 쉼터, 야생화 정원, 체육시설 등이 사방이 훤히 트인 곳에 위치해 있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우선 쉼터로 가 앉았다.

 태양열을 활용한 다목적 쉼터 상록수 파빌리온과 주변 ©염승화

태양열을 활용한 다목적 쉼터 상록수 파빌리온과 주변 ©염승화

쉼터는 최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적용된 특색이 있다. 그 중 태양열을 활용한 상록수 파빌리온과 미세먼지를 가라앉히는 안개를 뿜는 지붕을 덮은 클링포그 쉼터가 눈에 띈다. 상록수 파빌리온은 태양전지판으로 전기를 만들어 LED 불을 밝히고, 대기 중의 공기 상태를 신호등으로 표시하거나 휴대기기를 충전하는 기능을 갖춘 다목적 시설이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한강변 일대의 조망이 뛰어나다.©염승화

공원에서 바라보는 한강변 일대의 조망이 뛰어나다 ©염승화

다음은 한강변 일대의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로 가서 섰다. 한강다리들과 강줄기, 강 건너 동네와 노량진 및 여의도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서 있어도 질리지 않는 시원한 풍경들이다. 사당을 참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공원 내부를 둘러본 뒤에 아름다운 장면들이 쉼 없이 연출되는 공간에 오니 그간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가 절로 풀어지는 듯했다.

충과 효의 정신이 오롯이 살아 있는 공간, 역사와 문화와 함께 하며 혼자 걷고 사색하기 좋은 사육신공원 방문을 권하고 싶다.

■ 사육신공원 방문 안내
○ 위치: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로(노량진동) 191
○ 교통
-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하차(1번 출구) > 약 400m (도보 약 7분) > 공원 입구
- 지하철 9호선 노들역 하차(1번 출구) > 약 400m (도보 약 7분) > 공원 입구
○ 운영: 9:00 – 18:00
○ 입장료: 무료

○ 문의: 120(다산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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