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따라 인왕산 산책 어때요?

시민기자 이선미

Visit191 Date2020.03.20 09:07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저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최대한 피하고 있으나 가끔은 햇살 아래 나서는 것도 면역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오랜만에 인왕산 산책에 나섰다.

인왕산 무악공원 지도

인왕산 무악공원 지도 ⓒ이선미

독립문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면 오래된 사찰 인왕사에 닿는다. 조선 태조 때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인왕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폐사지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1910년 이후 선바위를 중심으로 여러 암자와 사찰이 들어섰다.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 보면 인왕사 너머로 서울 성곽이 보인다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 보면 인왕사 너머로 서울 성곽이 보인다 ⓒ이선미

인왕산공원 무악지구(무악공원) 이정표를 보고 무악공원 쪽으로 길을 잡았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1억5,000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는 선바위가 위용을 드러냈다. 무학대사가 기도했다고도 전해지는 이 바위는 스님이 장삼을 입고 서 있는 것처럼 보여 ‘마음을 한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을 가리키는 선(禪)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소원바위’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랜 세월 풍화로 패이고 부서져 기묘한 생김새가 된 바위 앞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소원바위로도 불리는 선바위로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다

소원바위로도 불리는 선바위로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다 ⓒ이선미

선바위 아래쪽으로는 일제 강점기에 남산에서 옮겨온 국사당이 있다. 일본은 조선인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할 목적으로 전국 각지에 신사를 지었다. 남산에 새로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조선이 국태민안을 기도하던 국사당을 인왕산으로 강제 이전시켰다. 인왕산은 예로부터 길지로 여겨져 고려 시대부터 여러 사찰이 들어섰고, 지금도 곳곳에 기도처가 많다.

기묘한 형태의 선바위 뒷모습

기묘한 형태의 선바위 뒷모습 ⓒ이선미

산 전체가 화강암인 인왕산에는 선바위만이 아니라 희귀한 모양의 바위들이 여럿 있어서 이름을 생각하며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다. 얼굴바위, 모자바위, 책바위, 범바위 등 다양한 이름을 얻은 바위 중에는 중종과 폐비 단경왕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치마바위도 있다. 몇 해 전 ‘7일의 왕비’라는 드라마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 바위다.

너럭바위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었다

너럭바위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었다 ⓒ이선미

선바위를 돌아 성곽을 바라보며 오르는 너럭바위 틈에 화사하게 자리 잡은 진달래가 햇살에 반짝였다. 해골바위에 오르자 산 아래로 서울이 펼쳐지고 저만치 남산도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저멀리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오르면 저멀리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선미

해골바위와 남산이 함께 보이는 모습

해골바위와 남산이 함께 보이는 모습 ⓒ이선미

인왕산공원 조망 명소에 서서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환한 도심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멀리 청계산, 우면산까지 보이고, 선바위 너머로 성곽길도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나마 심호흡을 하며 코로나19로 긴장된 마음을 털어내 보았다.

인왕산공원 조망 명소에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선미

무악재 하늘다리를 향해 계단을 내려서자 눈앞에 샛노란 산수유 물결이 펼쳐졌다. 노란 산수유꽃이 봄이 왔음을 느끼게 했다. 깊은 산골 호젓한 산수유 꽃길이 화사했다.

인왕산에 산수유가 만개했다

인왕산에 산수유가 만개했다 ⓒ이선미

햇살 좋은 오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황금빛 산수유 꽃길을 지나며 시민들은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인증 사진을 찍었다.

산수유 흐드러진 산책길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산수유 흐드러진 산책길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선미

오래전 인왕산은 무악재 고개로 안산과 이어져 있었다. 1972년 통일로가 생기며 길이 끊겼다가 지난 2017년 ‘무악재 하늘다리’가 놓여 45년 만에 다시 걸어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하늘다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이동도 고려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생태다리로 조성되었다.

무악재 하늘다리로 내려가는 길

무악재 하늘다리로 내려가는 길 ⓒ이선미

서대문형무소가 내려다보인다

인왕산에서는 서대문형무소가 내려다보인다 ⓒ이선미

인왕산 길은 험하지도 않고 코스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는 산책길이다. 성곽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도 좋고, 선바위와 해골바위를 따라 무악재로 향해도 좋다. 하늘다리를 건너면 안산 자락길로 이어지고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갈 수도 있다.

하늘다리를 건너와 바라본 인왕산

하늘다리를 건너와 바라본 인왕산 ⓒ이선미

3월 말이 되면 산수유꽃으로 만발한 인왕산에 개나리꽃이 피어나면서 노란빛을 더할 것이다. 뒤이어 진달래, 벚꽃도 덩달아 피어나면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다. 꽃들이 만발한 인왕산을 상상하니,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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