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매화거리, 봄이 와락 안기는 이 기분!

시민기자 문청야

Visit340 Date2020.03.19 13:14

자연의 시간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바깥 공기가 한결 포근해지고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새싹들은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가 이내 도시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서울의 봄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청계천 매화거리’가 떠올랐다. ‘하동매실거리’라고도 불린다. 지하철로 용답역을 향해 가는 길, 텅텅 비어있는 지하철을 보니 새삼 코로나19의 무서움이 피부로 와 닿는다.

청계천 매화거리에 매화가 곱게 피었다.

청계천 매화거리에 매화가 곱게 피었다. ⓒ문청야

2호선 용답역에서 내렸다. 2번 출구로 나와 육교로 올라 청계천으로 이어진 길을 향해 걸었다. 육교 위에 서자 부드러운 봄바람이 와락 안겨왔다. 청계천 쪽 수양버들에 물이 올라 노랗게 물든 모습이 파스텔 물감을 칠해놓은 것 같다. 하얀 매화 꽃잎이 반짝이고 그 아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속에서 춤을 추는 봄의 빛깔도 참 고왔다.

용답역에서 내려 청계천변으로 가는 길

용답역에서 내려 청계천변으로 가는 길

용답역에서 내려 청계천변으로 가는 길 ⓒ문청야

유리 차단막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은 마주 앉지 않고 한 줄로 앉아 식사를 하며 같은 소망을 품게 된다. 바로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유리 차단막에 적힌 문구를 보며 다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희망을 떠올렸다.

유리 차단막에 적힌 문구를 보며 다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희망을 떠올렸다. ⓒ문청야

천변으로 나오면 높은 시멘트 옹벽을 배경으로 매화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시멘트 옹벽의 담쟁이들이 겨우내 앙상한 가지로 말라붙어 있어 그 옆에 핀 청매화의 청순한 자태를 한껏 살려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활짝 핀 매화꽃과 봉오리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싱그럽다.

활짝 핀 매화꽃과 봉오리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싱그럽다. ⓒ문청야

이제 막 피어난 청매화의 흰 꽃잎은 싱그러웠다. 활짝 핀 꽃들 사이로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들도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나무 사이를 오가며 지저귀는 새소리는 봄의 왈츠 소리처럼 경쾌했다. 무채색의 청매화 길을 지나면 홍매화길이다. 대나무 숲과 어우러진 홍매화는 황홀한 핑크빛을 띄고 있다. 색감과 그윽한 향기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매화 향기는 휙휙 그냥 지나가면 맡을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가 꽃잎을 들여다보면 코끝으로 은은히 향기가 스민다. 매화 향기를 ‘암향’이라고 한다. ‘혹한의 추위에 얼어 죽을지라도 결코 향기는 팔지 않는다’ 는 매화 향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리의 사람들은 차분하게 봄을 느끼는 모습이다.

탐스럽게 피어난 매화꽃길에서 향긋한 매화향을 맡을 수 있다.

탐스럽게 피어난 매화꽃길에서 향긋한 매화향을 맡을 수 있다. ⓒ문청야

담양 대나무 숲의 대나무는 작년 이맘때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무성해졌다. 청계천에 하동매실 거리가 조성된 것이 2006년 3월. 기자는 그때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이곳을 찾는다.

지리산이나 섬진강에서 볼법한 봄풍경을 청계천에서 만날 수 있다.

지리산이나 섬진강에서 볼법한 봄풍경을 청계천에서 만날 수 있다. ⓒ문청야

십여 년이 훌쩍 넘은 하동 매실거리는 점차 숲의 모습이 완성되어가는 듯 하다. 이곳에서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볼법한 하동의 매화 향기를 즐길 수 있다. 하동의 매화와 담양의 대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곳, 또 경상도와 전라도의 생태가 마주하는 곳이다. 이곳을 지날 때는 무심히 천변을 걷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낸다. 홍매화의 붉은 빛과 대나무의 초록이 보색관계여서 이곳에서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청계천 매화거리에서 홍매화도 볼 수 있다

청계천 매화거리에서 홍매화도 볼 수 있다

청계천 매화거리에서 홍매화도 볼 수 있다 ⓒ문청야

청계천의 매화꽃은 서울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다. 매서운 겨울 날씨를 이겨내고 3~4월에 꽃을 피우며 봄의 시작을 알린다. 집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생동하는 봄이 설레게 한다. 집에만 있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는 기분이다.

봄날이 더 따뜻해지면 매화꽃이 만개하고 거리가 더 화려해질 것이다.

봄날이 더 따뜻해지면 매화꽃이 만개하고 거리가 더 화려해질 것이다.

봄날이 더 따뜻해지면 매화꽃이 만개하고 거리가 더 화려해질 것이다. ⓒ문청야

3월 중순 청계천 하동매실거리의 매화꽃은 매화나무에 따라 개화의 차이는 있었지만, 만개한 편은 아니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화려하게 만개한 매화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침이었는데도 운동하는 사람들과 꽃을 보러 온 사람들이 보였다. 작년만큼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한산한 시내에 비하면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마스크를 한 사람들도 꽃을 볼 때는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봄꽃과 함께 설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청계천 매화거리

봄꽃과 함께 설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청계천 매화거리

봄꽃과 함께 설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청계천 매화거리 ⓒ문청야

매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신답역으로 나가는 길이 보였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으로 대략 1km 정도 거리였다. 코로나 19로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없고 만나고 싶은 이들을 볼 수 없는, 소소한 일상이 그리운 봄이다. 매화거리를 걸으며 서서히 다가온 봄을 느끼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 청계천 매화거리(하동매실거리)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교통 : 지하철 용답역 2번 출구에서 신답역까지의 청계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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