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로하는 아날로그 감성, 성수동 수제화거리

시민기자 박분

Visit730 Date2020.03.19 09:52

연일 봄소식이 전해진다. 구례와 섬진강 일대에 산수유와 매화가 앞 다퉈 피고 있단다. 코로나19의 와중에도 봄꽃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변함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 집에만 있기 갑갑해 봄바람도 쐴 겸해서 전철에 올랐다. 내려 선 곳은 성수역이다. 구두 테마역으로 나름의 볼거리가 꽤 쏠쏠한 곳이다.

성수동은 서울 제화 산업의 80% 이상이 모여 있던 곳으로 300여 개가 넘는 수제화 업체들이 자리했던 지역이다. 그러한 명성에 걸맞게 현재 성수동에는 오랜 경력의 수제화 장인들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화 거리가 형성돼 있다.

성수역 2층 보행자 통로 공간은 슈스팟 성수, 구두지움, 슈다츠, 구두장인공방 등 온통 수제화 관련 전시로 가득하다.

성수역 2층 보행자 통로 공간은 슈스팟 성수, 구두지움, 슈다츠, 구두장인공방 등  온통 수제화 관련 전시로 가득하다.  ⓒ박분

천장을 가득 메운 발 모양의 구두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수제화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천장을 가득 메운 발 모양의 구두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수제화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박분

성수역1, 2번 출구로 나오면 수제화 거리임을 알리듯 구두와 관련된 벽화나 조형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성수역 하부공간까지도 수제화 관련 벽화나 사진들로 꾸며졌다. 수제화 거리는 지하철 성수역에서 다음 역인 뚝섬역 일대에 이른다.

수제화거리 곳곳에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수제화거리 곳곳에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박분

성수역에서 뚝섬역을 향해 걷다보면 두 역 사이에 자리한 수제화공동판매장(B동)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구두 가죽을 꿰매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형물이 보인다.

빨간 구두 조형물도 꽤 맵시 있게 다가온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라는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빨간 구두 조형물도 꽤 맵시 있게 다가온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라는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박분

봄바람이 살랑이던 이때쯤이었을까. 대학에 입학하거나 직장에 취직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됐을 때, 양복과 함께 구두도 한 켤레 맞춰 신던 시절이 있었다. 말쑥한 투피스에 반짝반짝 빛나는 가죽구두를 신었을 때의 가슴 설렘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 시절 맞춤 구두는 청춘과 낭만의 상징이었다.

성동구가 지난 2월 개관한 ‘명장과 함께하는 성수수제화 홍보관’이 문을 열고 있다.

성동구가 지난 2월 개관한 ‘명장과 함께하는 성수수제화 홍보관’이 문을 열고 있다. ⓒ박분

멋진 수제화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 홍보관 내부 전경

멋진 수제화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 홍보관 내부 전경 ⓒ박분

홍보관에 들어서자 새 구두 특유의 가죽냄새가 진동한다. 튼튼한 질감의 수제화가 저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가죽을 재단한 다음 손박음질을 하고 바닥 창에 갑피를 붙이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친 끝에 탄생한 수제화들이다.

대통령과 유명연예인 등 셀럽 구두 전시장이 흥미롭다.

대통령과 유명연예인 등 셀럽 구두 전시장이 흥미롭다. ⓒ박분

대통령과 유명 연예인들의 수제화 전시 공간인 ‘셀럽 구두 전시장’도 있어 더욱 흥미롭다. 개성이 돋보이는 유명 연예인들의 구두들을 보노라면 패션의 완성에 있어 구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게 된다.

홍보관에서 만난 수제화 명장 1호인 유홍식 명장

홍보관에서 만난 수제화 명장 1호인 유홍식 명장 ⓒ박분

홍보관에는 수제화 명장이 상주하고 있어 구두 제작공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방문한 날에는 수제화 명장 제1호인 유홍식 명장을 만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구두를 제작했던 유 명장은 50년 넘게 수제화를 만들어 온 장인으로 구두를 만드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유홍식 명장이 직접 구두를 만들고 있다

유홍식 명장이 직접 구두를 만들고 있다. ⓒ박분

연장을 든 채 구두를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았다. 투박한 손끝에서 저리도 멋진 구두가 만들어지다니! 홍보관 한쪽 벽면에는 성수동의 수제화 역사와 수제화 제작 과정, 발 건강에 관한 정보도 간략히 소개돼 있었다. 수제화공동판매장(B동)에는 홍보관 외에도 디자이너 공방 공동판매장 등 8개 박스숍으로 이루어졌다.

성수동은 구두 원재료인 가죽산업이 발달해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도 볼 수 있다.

성수동은 구두 원재료인 가죽산업이 발달해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도 볼 수 있다. ⓒ박분

이곳에는 가방을 생산하는 청년 창업가게도 입점해 있다. 성수동은 구두의 원재료인 가죽을 많이 취급하게 되면서 가방산업도 함께 발달한 곳이다. 디자인도 색깔도 다양한 가방들이 눈길을 끈다. 수제화 거리에 참신한 브랜드로 창업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음이다. 경력 50년 이상 장인들의 기술을 전수해 뒤를 잇고 미래의 성수동을 이끌 청년 공방들은 수제화 산업의 큰 보배가 아닐까 싶다.

성수수제화거리 희망플랫폼은 전시와 체험 공방으로 사용된다.

성수수제화거리 희망플랫폼은 전시와 체험 공방으로 사용된다. ⓒ박분

장인의 수제화 전시 판매장이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도 이곳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휴관 중인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은 성수동 수제화와 관련한 행사 시 대관하는 공간이다. 2층으로 이뤄졌다. 1층 쇼룸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제화가 전시돼 있고 2층은 수제화 체험방과 소통방으로 꾸며졌다.

성수역 인근에 자리한 구두테마공원에서도 화려한 구두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성수역 인근에 자리한 구두테마공원에서도 화려한 구두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박분

수제화 장인의 동상과 수제화 거리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배색한 중앙무대도 갖춘 안락한 공원이다.

수제화 장인의 동상과 수제화 거리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배색한 중앙무대도 갖춘 안락한 공원이다. ⓒ박분

성수 수제화 거리를 걷다보면 옛 공장건물을 개조해 만든 독특한 형태의 문화공간이나 카페도 종종 만날 수 있어 묘미를 더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탈산업화시대에 수제화라는 제조업이 살아있는 성수동은 이곳을 방문한 소시민에게 아날로그적 향수와 함께 무언의 위로를 주는 듯 했다.

옛 공장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카페와 문화공간도 만날 수 있다

옛 공장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카페와 문화공간도 만날 수 있다. ⓒ박분

■ 성수 수제화거리 안내
○위치 : 성수역에서 뚝섬역까지 이어지는 거리 인근 500 m 내 수제화 제작, 판매업체, 부자재 취급 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교통 : 지하철 2호선 성수역 1,2번 출구
○희망플랫폼 이용안내 : 1층 전시장, 2층 체험공방 / 오전 10시~ 오후 7시 운영(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홈페이지 : http://seongsushoe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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