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히어로! 옥수동 자율방재단

시민기자 윤혜숙

Visit257 Date2020.03.18 10:30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외출 및 모임을 자제하는 등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코로나19에 맞서 힘차게 싸우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동네 히어로 옥수동 자율방재단이다.

옥수동 주민센터에 모인 옥수동 자율방재단

옥수동 주민센터에 모인 옥수동 자율방재단 ⓒ윤혜숙

3월 13일 금요일,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옥수동 주민센터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주로 4~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다. 가방에서 자율방재단이라고 적힌 조끼와 면장갑을 꺼내어 착용하는 등 안전장비를 갖추는 모양새에서 능수능란함이 엿보인다. 출석체크를 한 후 주민센터 담당자로부터 오늘의 방역현장 이동노선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각자 소독약통을 어깨에 지거나 손에 들고 건물 밖으로 나선다.

오늘따라 찬바람이 불어, 가뜩이나 인적이 드문 길거리가 3월 답지 않게 스산해 보인다.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멈출 수 없다. 

옥수동 주민센터를 기점으로 옥수동 일대 도로변 상가를 다니면서 노래방, 당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실내로 들어가서 소독약을 뿌리는데, 노래방은 아직 문을 열 시간이 아니라서 출입구에만 소독약을 뿌렸다. 특히 계단 난간 손잡이와 출입구 손잡이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한, 두 번씩 잡고 지나가기에 잊지 않고 꼭! 소독약을 뿌린다.

우리 동네 히어로의 멋진 뒷모습. 옥수동 방역을 위해 이들이 뭉쳤다

우리 동네 히어로의 멋진 뒷모습. 옥수동 방역을 위해 이들이 뭉쳤다 ⓒ윤혜숙

옥수동 자율방재단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 2월 20일부터 방역 활동을 시작했다. 2월 말까지 10일간 주말도 반납한 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은 조를 짜서 옥수동 일대를 누비면서 방역작업을 수행한다. 3월부터는 다른 봉사 단체들도 합류해서 각 단체별로 요일을 정해서 방역 활동 중이다.

자율방재단으로 활동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초창기에 방역작업을 하는 자율방재단을 본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서 “여기에 확진자가 나왔어요?”라고 물었단다. 그런데 이제는 예방 차원에서 방역하는 것임을 알고 다들 안심하면서 반겨준다고 한다. 한 번은 길거리에서 방역작업을 하다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과 마주쳤다. 장애인은 수고한다면서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먹으려고 구입한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건네주고 갔다고 했다.

자율방재단이 방역하는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 몇몇이 다가와서 우리 집도 소독해달라고 부탁할 때가 있는데, 개인 집은 자가 소독을 원칙으로 하고 공공기관과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은 주민센터에 요청하면 방역 대상이 될 수 있다.

옥수동 일대를 방역하다 보니 금세 1시간이 지났다. 카메라만 들고 밀착 취재하는 필자는 자율방재단 일행을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몰려왔다. 무거운 소독 통을 어깨에 지거나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꼼꼼히 방역하는 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봉사 자체가 즐겁고 보람 있어서 힘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이 상가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이 상가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윤혜숙

“모두들 몸을 사리면서 집 안에만 있으려 하는 이때,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방역 활동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라는 필자의 물음에 옥수동 자율방재단 박미경(58세) 씨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독립했어요.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나와서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봉사 활동하는 것이 즐겁고 보람 있어요. 봉사를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봉사의 취지를 알고 있어도 정작 내가 귀찮고 게을러서 하지 못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자율방재단을 보니 대단합니다!”라는 필자의 찬사에 “과거에는 동네 사람들이 집집마다 식구 수, 밥그릇 수까지 세세히 알 정도로 서로 관심을 갖고 궂은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서로에게 무관심합니다”라면서 요즘과 같이 각박한 세상에 봉사가 더욱 절실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우체국 등을 꼼꼼하게 방역한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우체국 등을 꼼꼼하게 방역한다 ⓒ윤혜숙

2019년 3월 29일 성동구 안전관리과 산하 각 동별로 17개의 자율방재단이 출범했다.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자율방재단의 활동은 지금까지 이어왔다. 정기적으로 안전을 점검하는 것 이외에도 홍수나 화재, 건물 붕괴 등 위험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자율방재단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은 작년 연말에 봉사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서 성동구 내 최고의 평가를 받았고, 자율방재단 대표가 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또한 성동구 안전배움터에서 옥수동 자율방재단의 사례를 들어서 교육할 정도로 활동이 두드러졌다.

자율방재단은 소방서의 의용소방대, 경찰서의 자율방범대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조직이다. 옥수동 관할 주민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봉사 단체다. 활동을 원한다면, 성동구 해당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된다.

옥수동 자율방재단 박선순(60세) 대표는 “지금 총 20명의 회원이 있어요. 회원들은 자율방재단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다들 자발적으로 나와서 방재단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그러니 회장인 내가 한 번이라도 빠질 수 없죠”라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정말 고맙다고 했다.

옥수동 자율방재단의 방역 활동 덕분일까? 아직 옥수동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내일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옥수동 자율방재단의 방역 활동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 동네 히어로, 옥수동 자율방재단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며 각자 개인위생를 철저히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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