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샘물이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대학생기자 염윤경

Visit904 Date2020.03.06 14:44

정샘물, 대한민국에서 그 이름 석 자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투명 메이크업의 거장, 한국식 메이크업의 창시자, 갓샘물 이것이 그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수많은 톱스타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며 그 명성을 떨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메이크업 숍과 메이크업 아카데미,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까지 ‘정샘물’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하기 충분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 ©염윤경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

현재 정샘물 원장의 메이크업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싱가폴과 태국 등 해외에도 브랜드를 런칭했다. 태국 방콕 정샘물 매장의 매출은 국내 가로수길 매장의 매출을 단 3일 만에 뛰어넘을 정도로 큰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 석자가 브랜드가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정 원장은 그것은 아주 감사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책임과 고충이 있다고 했다.

“이름이 브랜드라는 건 천운이죠. 너무나 감사한 일이예요. 가끔씩 제 자신도 믿기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진행해 온 시간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더 많이 고민하는 시기예요.”

브랜드 정샘물의 로고

브랜드 정샘물의 로고

그때 그 스크랩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사업가로서도 성공한 정샘물 원장이지만 정 원장의 인생이 늘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영화 기생충과 같은 초라한 집에도 살아보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던 적도 있다고 한다. 정 원장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였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초반기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가난한 청춘이었고 돈을 벌어야 했던 그 시기, 정 원장은 배우 이승연 씨에게 해고를 당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제가 메이크업 초반에 이승연 씨한테 잘린 적이 있어요. 작품 하나 했는데 연락이 없고, 갑자기 티비를 틀었는데 이승연 씨가 나오는 거예요. 내가 메이크업을 안 했는데 누가 했지? 나 잘렸구나.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그렇지 뭐, 내 인생이, 또 하나는 나는 잘릴 수 없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그 감정이 더 셌어요. 그래서 뛰어나갔어요.”

그렇게 정 원장은 청계천으로 갔다. 청계천에서 고서적들을 모았고,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정샘물아카데미의 퍼스널 컬러 보드들

정샘물아카데미의 퍼스널 컬러 보드들 ©염윤경

“이승연 씨와 국내스타들 그리고 해외스타들을 분석했어요. 이승연 씨에게는 ‘이런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면 된다’, ‘그럼 당신은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난 그걸 할 수 있다’ 그런 스크랩북을 만들었어요.”

그 스크랩북을 들고 정 원장이 향한 곳은 MBC였다.

“너무 떨리고 그냥 돌아갈까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짐하고 분장실로 들어가는데 들어가는 길이 정말 천리 길이더라고요.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나는데 기절할 거 같았죠. 나를 보자마자 ‘너 웬일이야, 너 여기 왜 왔어?’ 하는 리액션인 거예요. 일단 인사를 하고 스크랩을 딱 내밀었죠. 한 장 넘기고 날 보고 한 장 넘기고 날 보고. 그 모든 게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정말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데, 이승연 씨가 날 보고 ‘가자!’ 그 날로 채용이 된 거예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렇게 자신의 인생은 그 스크랩북으로 바뀌었다고, 정 원장은 말했다.

“이전의 저는 월급이 차비 밖에 없었어요. 근데 이승연 씨의 메이크업아티스트로 채용되면서 몸값이 뛰었죠. 집에 가서 정말 내가 뭐 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신이 정말 대단했어요.”

하지만 지금의 정 원장을 만든 것은 그 스크랩북 만은 아니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샘물 자기 자신이었다.

“나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나에요. 끝까지 해 볼 수 있을 만큼 해봐야 돼요. 해보지도 않았는데 포기한다? 정말 말이 안돼요. 제가 다 바꾸어 놨어요. 이승연 씨가 입은 옷, 신발, 화장품 모든 게 다 품절이었어요. 그걸 제 스크랩이 다 만들어 놓은 거예요. 심지어 시중에 파는 화장품을 다 사서 커스터마이징 해서 이승연 씨의 것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니까 나에 대한 모든 신뢰, 나 아니면 안되게끔 모든 상황을 만들어 놓은 거죠. 이승연 씨의 친한 동생들도 소개 받게 됐어요. 김희선, 고소영, 김지호 그 당시의 탑 배우들이었지요. 그렇게 톱스타의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대학생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샘물 원장

대학생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샘물 원장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정 원장은 자신의 이 이야기를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쟁취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느냐는 궁극적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지, 다른 사람에게는 의존하면 안돼요. 그렇게 마음 먹고 나니까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 보여 줄게’하고 자신이 생긴 거죠. 내가 단지 배경을 등에 업고 그런 게 아닌 걸 보여 줄게 라고요.”

‘아름다움은 당신을 통해 시작됩니다’ 이 슬로건은 정 원장의 30년 메이크업 인생을 함께 해왔다. 정 원장은 슬로건과 같이, 아름다움은 자신의 본질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성공과 K뷰티 유행의 비결이 본질에 집중함에 있다고 말했다.

“이 슬로건은 메이크업을 시작할 때부터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에요. 나에 대한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누군가를 따라하려 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슬로건이에요.”

본질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그 정의와 미의 기준에 대해 정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기자분들 피부 톤도 다르고, 머리색도 다르고, 눈동자색도 달라요. 그게 제가 말하고 싶은 아름다움이에요. 본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사람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색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까? 내가 저 사람처럼 해야 하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만의 선과 색을 어떻게 더 아름답고 멋지게 할 수 있을까. 나에 대한 관찰을 하고 내면에 집중을 하게 되면 차츰차츰 올라가요. 그것을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고 발전시키는 것, 그렇게 하면 ‘나도 멋진데 저 사람도 멋지다’가 되는 거예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정샘물 원장의 2020 신제품

정샘물 원장의 2020 신제품 ©염윤경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

정 원장은 따스한 목소리와 시선으로 대학생 기자들에게 진솔하고 의미있는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20대 초중반에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들이 지금은 참 어리석었고 치기 어리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요. 젊은 사람들이 가진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어요. 하지만 똑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갖춘다면 정말 지혜로운 청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반성이에요. 그렇다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무엇으로 중심을 잡느냐? 나, 내가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 해요.”

청춘,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겪어왔기에, 그 시간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정샘물 원장이기에 지금의 청춘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조언이었다.

정샘물 원장이 받은 상장들

정샘물 원장이 받은 상장들 ©염윤경

정 원장은 큰 성공을 거머쥔 인물이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자신의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앞으로도 그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더욱 글로벌한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아름다움이 당신을 통해 시작됩니다’ 라는 슬로건처럼 많은 나라에서 아름다움의 중심이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니라 나를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딸이 초등학생이 돼요. 육아를 잘 하는 엄마이고도 싶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키우는 것에도 도전하고 있어요.”

활짝미소 짓는 정샘물 원장

활짝미소 짓는 정샘물 원장

마지막으로 어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기억에 남고 싶냐는 질문에 정샘물 원장은 ‘유일무이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인생의 황금기는 60~70세라고. 아직 제 황금기는 멀었으니까요. 아시아에서 대표되는 아티스트, 누군가가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 그런 것을 해내고 싶어요.”

청춘들에게 전하는 정샘물 원장과의 인터뷰는 큰 위로와 격려가, 또 동기부여를 하는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아름다움은 당신을 통해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지금의 청춘들도 그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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