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입이 즐거운 종로 '피맛길' 투어

시민기자 김창일

발행일 2020.03.02. 12:31

수정일 2020.03.02. 16:38

조회 3,152

종각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피맛골 안내

종각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피맛골 안내 ⓒ 김창일

종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종각역에서 종로5가역에 이르는 도로는 언제나 차로 가득하다. 종로는 조선시대에도 큰길이었다. 궁궐과 가까워 고관대작들의 왕래가 잦았다. 하급관료나 서민은 고관대작을 만나면 엎드려 예를 표해야 했다. 이런 게 번거로웠던 서민들은 큰 길 양쪽의 좁은 골목을 이용하게 됐고, 목로주점, 모주집, 국밥집이 들어서면서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길들은 말을 피하는 골목이라고 해서 '피맛골(避馬골)' 또는 '피마길'이라고 불렸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피맛골은 종각역에 종로3가역 피카디리 극장까지 뒷길을 말한다. 지금은 인사동 인근에 가게 몇 군데에서 피맛골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피맛골의 흔적을 찾아 종로 옛길을 거닐었다. 포털사이트에서 보면 피맛골이 아니라 같은 종류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거리라고 표시돼 있다.

종로3가역 15번 출구인근의 보쌈골목

종로3가역 15번 출구인근의 보쌈골목 ⓒ 김창일

첫 번째로 만난 피맛골의 목로주점은 종로3가역 15번 출구 인근(수표로20길)에 있는 보쌈골목이다. 좁은 길에 굴보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붙어있다. 밤이 되면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이 쉼 없이 들어온다.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았다간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굴보쌈을 판매하는 집이 몇군데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골목전체가 굴보쌈을 주로 판매하는 거리가 됐다.

종로 먹거리 골목

종로 먹거리 골목 ⓒ 김창일

종로3가역 13번출구 돈화문로4길에서 세운상가까지는 주변 요식업 번영회에서 만든 종로 먹거리골목이 있다. 수표로20길처럼 역시 좁은 뒷길이다. 돈화문로4길은 삼겹살연탄구이, 생선구이,내장탕, 보쌈, 호프, 회, 닭도리탕 등을 판매하는 집이 있다. 작은 피맛골이라고 해야 할까?

예지동 시계골목

예지동 시계골목 ⓒ 김창일

세운상가를 지나 종로5가로 가면 예지동 시계골목이 나온다. 예지동엔 오랜동안 시계를 수리한 장인들이 많다. 시계골목은 기 작성된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 고치는 시계가 없다종로 예지동 시계골목)

수입구제, 한복, 먹거리가 가득한 광장시장

수입구제, 한복, 먹거리가 가득한 광장시장 ⓒ 김창일

종로5역 인근은 광장시장이 청계천까지 자리잡고 있다. 광장시장은 먹거리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좀 다른 곳을 소개할까 한다. 예지동 시계골목에서 광장시장을 보면 2층으로 연결된 수입구제상가를 만날 수 있다. 광장시장 수입구제상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시~19시, 일요일은 11시~19시까지 오픈한다. 수입구제상가는 대부분 청년상인이고 점포수도많다. 꼼꼼하게 살펴보면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수입구제를 구입할 수 있다.

수입구제상가를 지나면 원단과 한복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다. 좋은 원단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복을 구입하고 싶다면 광장시장을 찾을 만하다. 광장시장 남2문으로 진입하면 1~2층까지 한복가게가 많다. 기성품을 구입할 수도 있고, 맞춤한복을 제작해 입을 수도 있다. 50년 넘게 광장시장에서 한복 장사를 한 상인은 ‘요즘 한복을 잘 안 입잖아요. 결혼식이나 돌, 칠순 때나 입죠. 여기가 원단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데 한복을 입지 않아서 장사가 잘 안 되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더 떨어졌어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광장시장은 먹거리로 유명하다. 생태와 포장마차식으로 늘어선 점포에서 간단한 요기를 해도 좋다.

곱창골목, 닭한마리, 생선구이집이 밀집한 종로5가

곱창골목, 닭한마리, 생선구이집이 밀집한 종로5가 ⓒ 김창일

길을 걸어 종로신진시장까지 다달았다. 신진시장 서문2(종로40가길)에는 종로5가 곱창골목이 있다. 곱창골목이라고 해도 6~7개의 가게가 전부다. 대부분 곱창과 야채를 곁들여 철판에 굽는 야채곱창을 판매한다. 종로3가 골목보다 확실히 넓어서 그런지 개방감은더 좋은 곳이다.

종로5가 곱창골목 맞은편에는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과 동대문 생선구이골목이 나온다. 주소는 종로지만 동대문이 가까워 동대문 거리라 쓰는 것 같다. 닭한마리 가게는 몇 년 전이 비해 점포수가 상당 수 늘었다. 코로나로 사람이 뜸한 다른 골목에 비해 닭한마리를 판매하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곳에 오면 생선구이에 눈을 뗄 수 없다. 골목에서 생선을 굽기에 생선구이 냄새가 난다. 시장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종각역 1번 출구에 표시된 안내를 보면, 오늘 걸어온 길이 '피맛골'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길은 좁고 그리 깨끗하지 않아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 같지만, 종로3가 보쌈골목, 광장시장구제상가, 닭한마리골목 등을 찾는 사람들은 20~30대가 대다수다.

요즘은 코로나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기가 꺼려진다. 맛집들이 즐비한종로 피맛골.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 옛날 우리 조상님들처럼, 피맛골에서 하루의 시름을 풀며 벗들과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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