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피는 창신동 새명소 ‘백남준기념관’

대학생기자 민정기

Visit434 Date2020.02.26 12:16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모습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모습

“문화도 경제처럼 수입보다는 수출이 필요해요. 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서 세상을 떠도는 문화상인입니다”

이 말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1984년에 “왜 한국 무대를 놔두고 외국 무대에서만 활동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일본으로 출국해 독일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다가 34년만인 1984년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류의 영향력으로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수출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창출해 낸다는 점에서는 그는 정확하게 미래를 예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백남준기념관의 옆모습

백남준기념관의 옆모습 ©민정기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백남준은 퍼포먼스 예술을 했던 시절이나 비디오 아트를 개척한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주로 해외에서 예술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의 독창성이나 예술적 가치관이 해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 그렇지 않다. 백남준은 현대판 글로벌 유목민으로서 세계 각지를 누비며 살았지만,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자신의 예술적 모태이자 사상적 기원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서울시는 2015년에 창신동에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의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 197번지 일대 집터에 작은 한옥을 매입해 ‘백남준기념관’을 오픈했다.

백남준기념관의 모습

백남준기념관의 모습 ©민정기

백남준기념관은 백남준의 옛 집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도시 개발을 거치며 파편화된 집터에 자리 잡은 가옥들 중 하나에 새롭게 조성됐다. 원본의 발굴 대신에 가본의 재구성에서 출발한 백남준기념관은 이러한 태생적 역설에 착안하여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백남준을 만들어가는 ‘기억의 집’이 되고자 한다.

현재 백남준기념관에서는 두 가지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개관전인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로 1984년 삼십여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한 백남준의 기억과 상상의 여정을 따라가는 전시이다. 다른 하나는 <석가산의 액션뮤직>전으로 백남준이 5살 때부터 12년간 살던 옛 집에 관한 아카이브 전시 ‘석가산’과 지역 참여자와 함께 만든 워크숍 결과물 ‘액션뮤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보이는 영상의 문

기념관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보이는 영상의 문 ©민정기

백남준기념관의 중정, '수월'과 '다다익선'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백남준기념관의 중정, ‘수월’과 ‘다다익선’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민정기

기념관에 처음 들어서면 백남준 생가와 그의 뜻을 기억하는 ‘빛과 영상의 문’을 만날 수 있다. 빛은 동네를 밝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창신동 집터로 되돌아오던 백남준의 모습과 현재 창신동 일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문을 지나서 나오는 한옥의 마당에서는 <백남준에의 경의>라는 주제로 두 가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국내외 후배 예술가들이 펼치는 작품이다. 대야에 담긴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마루 천장에 물 그림자가 맺히는 현상을 관찰했던 백남준의 어린 시절 추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 ‘수월’과 대표작인 ‘다다익선’을 모티프로 한 작품도 보인다.

백남준 이야기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백남준의 생애를 풀어나간다

<백남준 이야기>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백남준의 생애를 풀어나간다 ©민정기

본격적인 전시공간에 들어가면 <백남준 이야기>가 나온다. 백남준의 생각들을 공유함으로써 그의 삶과 예술에 더욱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된 스토리텔링 시리즈이다. 백남준 연구자를 비롯해 작가의 가족, 친구, 동료 예술가 등 다양한 참여자가 구성해나가는 서사를 각색과 편집을 거쳐 선보인 전시인데, 단순히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설치, 아카이브 자료, 인터뷰, 공연 등 여러 변주를 통해 백남준이라는 예술가의 생애와 가치관을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게 했다.

백남준 버츄얼뮤지엄의 아날로그 TV의 모습

<백남준 버츄얼뮤지엄>의  아날로그 TV의 모습 ©민정기

백남준 버츄얼뮤지엄의 멀티스크린패널의 모습, 백남준의 1950년대 어록이 담겼다

<백남준 버츄얼뮤지엄>의 멀티스크린패널의 모습, 백남준의 1950년대 어록이 담겼다 ©민정기

다음으로는 <백남준 버츄얼뮤지엄>이다. 이 프로그램은 백남준의 ‘무한대 ∞ 시공간’을 구현한 가상박물관이자, 기념관의 활동 자료에 대한 지속가능한 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하는 데이터뱅크이다.

6개의 멀티 스크린패널과 백남준의 대표적 오브제인 아날로그TV의 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백남준에 대한 기본 정보와 관련 자료를 탐색할 수 있다. 아날로그TV의 채널 및 음향 전환 버튼을 통해 시대별로 자료를 탐색할 수 있으며,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자료를 그와 어울리게 전자도서관 방식으로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테크노부처'와 이를 이용한 비디오 아트의 모습

‘테크노부처’와 이를 이용한 비디오 아트의 모습 ©민정기

지역 참여자와 함께 만든 액션뮤직, 헤드셋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지역 참여자와 함께 만든 액션뮤직, 헤드셋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민정기

전시공간 구석구석에서는 <석가산의 액션뮤직> 전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의 역작이었던 ‘TV 부처’에 경의를 표한 작품인 ‘테크노부처’는 자신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TV 화면을 바라보는 돌부처를 카메라 다각렌즈 필터를 통해 부처의 상이 여러 개로 분산되어 보이도록 했다. 지역 참여자가 함께 만든 ‘액션뮤직’전을 관람할 수도 있다.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모습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모습 ©민정기

'백남준의 책상' 모습, 여러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전시가 인상적이다

‘백남준의 책상’ 모습, 여러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전시가 인상적이다 © 민정기

마지막으로 가볼 곳은 <백남준의 방>이다. 이곳은 백남준의 세계와 그의 유년 시절, 지역성 및 아시아 문화의 전통과 맺고 있는 관계를 탐구하고자 별도로 편성된 복합설치공간이다. 뉴욕의 백남준 작업실을 재현해놓은 공간과 백남준이 평소에 모았던 물건들로 만든 ‘백남준 아카이브’가 준비돼 있다.

가장 매력적인 전시는 ‘백남준의 책상’이었다. 백남준은 생애가 담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책상 위에 있는 라디오와 TV, 프로젝터가 작동하면서 감각적인 전시가 진행된다. 시각, 청각, 촉각을 골고루 자극시키는 전시로, 기념관에 방문한다면 집중해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백남준 카페의 모습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백남준 카페의 모습 ©민정기

기념관 안에는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아늑한 백남준 카페가 있다. 관람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창신동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시민참여는 굉장히 중요하다. 도시란 하나의 유기체다. 지역에 존재하는 구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는다면 도시는 죽어가게 된다. 봉제산업의 쇠퇴는 창신동의 활기를 빼앗아 갔으며, 낙후된 건물과 함께 밀집되어 있던 마을의 쇠퇴를 가속화시켰다. 백남준기념관은 창신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주민들의 요구로 지어진 이 공간은 ‘백남준’이라는 세계적인 예술가의 생애를 훌륭하게 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카페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공동체가 다시 꽃 피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백남준기념관

※해당 시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에 따른 조치로 별도 공지 시까지 휴관하오니 참고 바랍니다.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종로 53길 12-1(창신동)
○ 관람시간 : 화-일요일 10:00~19: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www.sema.seoul.go.kr
○ 문의 : 02-2124-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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