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문학의 거장들이 한 자리에! 한국현대문학관

시민기자 강사랑

Visit161 Date2020.02.26 12:17

누구나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할 수 밖에 없어서 혼자 끙끙거리며 써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일기일 수도 있고 보내지 않는 편지일 수도 있다. 때때로 시가 되기도 하고 장문의 소설이 되어 세간의 평가를 받게 되기도 한다. 온 힘을 기울여 완성된 좋은 작품은 타자와 세상을 이해하는 거울이 되어준다. 그야말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전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문학사 100년을 수놓은 작가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한국현대문학관을 찾았다.

서울 중구 동호로에 자리한 한국현대문학관

서울 중구 동호로에 자리한 한국현대문학관 ⓒ강사랑

한국현대문학관은 수필가 전숙희 선생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문학관이다. 근현대 문학사를 증언하는 시인, 소설가,수필가 등 주요 문학인들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작가들의 친필 원고를 비롯하여 대표 시집, 소설집 초판본, 수필집과 번역소설 방각본, 딱지본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염상섭의 소설집 ‘만세전'(1924),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정지용의 시집 ‘백록담'(1941), 김동인의 소설집 ‘감자'(1935) 등 귀중한 소장 자료들이 눈에 띈다. 옛 책에서, 빛 바랜 원고지에서 작가들의 살아 생전 창작 열정이 피어오르는 듯 하다.

1935년 시문학사에서 발행된 김영랑의 '영랑시집'

1935년 시문학사에서 발행된 김영랑의 ‘영랑시집’ ⓒ강사랑

사진 왼쪽 ‘영랑시집'(1935)의 표지 제목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활자가 아니라 날렵한 붓의 터치로 쓴 글씨라고 하는데, 표지 그림 또한 전통적인 창살 무늬를 연상케한다. 영랑시집에 수록된 시는 모두 작품 제목이 없고, 목차도 없다. 단지 페이지 번호에 맞게 작품마다 번호를 붙어놓았을 뿐이다. 마침표, 쉼표 등 구두점도 전혀 없어서 마치 강물의 흐름처럼 53편의 작품이 하나의 시상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준다. 영랑의 대표 시로 꼽히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빛같이’는 이 시집의 2번째에, ‘모란이 피기까지는’는 45번째에 수록되어 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1948, 정음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1948, 정음사) ⓒ강사랑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널리 애송되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가 연회전문학교 졸업반 때 자신의 시 18편을 정선하고 시집의 서문을 시로 써서 총 19편으로 만들어 원고지에 정서해 묶은 것이다. 독립운동의 죄목으로 옥사한 후 친구 정병욱에게 남겼던 원본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해방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애송된 시집일 뿐만 아니라 문학사적으로도 일제 말기의 어두움을 밝혀준 작품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함성' 기획 전시 모습

‘함성’ 기획 전시 모습 ⓒ강사랑

현대문학은 민족의 현실과 역사적 상황에 대한 문학적 인식을 드러내며 전개돼왔다. 문학관 한켠에는 ‘함성’이라는 표제 하에 일제치하 3.1 운동에서 비롯된 문학의 흐름을 정리하여 기획 전시하고 있다.

1946년 3월 1일,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문인단체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좌우익의 이념을 넘어 시인들은 한 목소리로 광복의 기쁨과 3.1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내용의 작품을 발표했다.  ‘해방기념시집'(중앙문화협회, 1945), ‘항일민족시집'(사상사, 1971)이 대표적이다. 기획 전시를 살펴보는 동안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 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종합전시관 모습

종합전시관 모습 ⓒ강사랑

서정주 시인의 '비가 내린다' 원고

서정주 시인의 ‘비가 내린다’ 원고 ⓒ강사랑

맞은편에 자리한 종합전시관은 한국문학 백년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져있다. 현대 문학 계보도를 중심으로 시인, 소설가,월북 문인을 분류하여 초판본 저서와 사진자료를 선보인다. 작가들의 친필 원고와 필체를 전시해놓은 것 또한 종합전시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서정주, 박재삼, 천상병, 박경리 등 한국 문학을 이끌고 성장시킨 작가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을 보면서 간만에 설렘을 느낀다. 죽어도 죽지않은, 늙도록 젊어있는 그들의 정신이 ‘문학’과 꼭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학 거인들의 발자취를 만나는 한국현대문학관

문학 거인들의 발자취를 만나는 한국현대문학관 ⓒ강사랑

한국현대문학관은 전시뿐 아니라 문학세미나 및 시낭송회, 문학인 영상자료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학관 개관 시간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이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이며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30%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 가능하다. 오는 4월에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전시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문학의 세계를 일구어온 작가들과 그들을 아끼고 지지해온 독자들의 한마음이 깃들인 곳, 한국현대문학관의 멋진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한국현대문학관
○ 위치: 서울 중구 동호로 268 파라다이스 빌딩
○ 교통 :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도보 5분
○ 관람시간: 평일 10:00 – 17:00
○ 휴관일: 주말 및 공휴일
○ 입장료: 성인 3,000원 / 청소년 2,000원 (문화가 있는 날 30% 할인)
○ 홈페이지 : http://www.kmlm.or.kr/
○ 문의: 02-2277-4857
*전시관 리뉴얼 공사로 3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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