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서울 구경을 한다고?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2.25. 08:41

수정일 2020.02.26. 09:50

조회 1,958

서울, 재생 전시장을 둘러보는 시민

서울, 재생 전시장을 둘러보는 시민 ⓒ최용수

지금의 국회의사당 자리에는 이름이 재미있는 ‘양말산’이 있었다. 홍수에 잠길 때도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어‘나의 섬, ‘너의 섬’하고 부르던 것이 한자화 되어‘여의도’가 되었다고 한다. 여의도(면적 8.35㎢)는 우리나라의 정치, 금융, 언론의 중심지이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 ’세마벙커(SeMA Bunker)’는 이 목마름을 채워주는 이색 문화예술 공간이다.

여의도 세마벙커 입구, 반대편에는 보행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다

여의도 세마벙커 입구, 반대편에는 보행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다 ⓒ최용수

2005년 발견된 지하비밀벙커는 12년간 굳게 닫혀 있다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해 2017년 10월 다시 태어났다. 세마벙커는 지하 2.2m 아래 180평 규모로 큰 방(160평)과 작은 방(20평)으로 구성되었다. 지하벙커의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고 잘 보존해 큰 방은 ‘기획전시실’로 작은 방은‘역사 갤러리’로 상상과 예술이 꽃피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서울 재생 & 서울 랜드마크 사진전 안내를 읽고 있는 관람객

서울 재생 & 서울 랜드마크 사진전 안내를 읽고 있는 관람객 ⓒ최용수

여의도공원 맞은편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세마벙커가 나왔다. 입구에서 ‘2019 사진아카데미 <서울, 오늘을 찍다>’가 반긴다. ‘재생’과 '랜드마크’를 주제로 37인의 시민사진작가의 앵글로 담아낸 2019년의 서울 모습이 담겨 있는 전시이다.

서울, 재생을 주제로 촬영된 사진들_ 2019년 서울의 모습

서울, 재생을 주제로 촬영된 사진들_2019년 서울의 모습 ⓒ최용수

먼저 '서울, 재생’ 전시를 만났다. 자칫 재개발과 혼동하기 싶지만 재생은 확연히 다른 뜻이다. 재개발이 헌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것이라면 재생은 옛 것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옛 것을 제거하지 않고 새롭게 단장한다는 의미로, 건축물뿐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서울,재생_ 달빛마음 신월동 사람들

서울,재생_ 달빛마음 신월동 사람들 ⓒ최용수

서소문 아파트, 익선동 가게, 달빛마을 신월동 등 도시재생을 기록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성냥갑처럼 찍어내는 건축물이 아니라 그 지역의 기억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을 만드는 것, 이게 진정한 재생이 아닐까 싶었다. 사진은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재생이란 어떤 방향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서울, 랜드마크_서울시청 & 일대 모습

서울, 랜드마크_서울시청 & 일대 모습 ⓒ최용수

다음은 ‘서울, 랜드마크’ 사진이다. 서울시청, 서울광장, 광화문거리, 여의도공원 등 서울을 상징하는 곳은 다 모였다. 사진작가들의 눈을 통해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되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부를 포착,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가장 서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재현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전시된 사진은 훗날 언젠가 재현 가능한 '서울 아카이브' 자료가 될 것이다.

서울, 랜드마크 전시장 모습

서울, 랜드마크 전시장 모습 ⓒ최용수

<서울, 오늘을 찍다>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상설전시관 ‘역사 갤러리’가 나왔다. 이 곳은 1960~70년대 5.16광장에서 개최된 ‘국군의 날’ 행사 때 유사시를 대비한 VIP용 대피시설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그대로의 소파와 화장실, 국군의 날 행사 영상, 옛 여의도 비행장 모습, 관련 공문서 등 다양한 역사 자료들이 전시되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SeMA벙커'로 리모델링 된 여의도 비밀지하벙커의 내부 시설 배치도

'SeMA벙커'로 리모델링 된 여의도 비밀지하벙커의 내부 시설 배치도 ⓒ최용수

“이렇게 한 자리에서 2019년 서울의 모습을 만나다니⋯”시흥에서 왔다는 한 중년의 사진작가는 다른 작가들의 사진촬영 기법과 작품 전시요령을 함께 얻어간다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역사 갤러리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제대말년 국군의 날 행사요원으로 차출되어 여기서 고생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다음에는 옛 전우와 함께 와야겠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세마벙커 역사갤러리 내 VIP용 소파와 실내 모습, 스크린 뒤편에 화장실이 있다

세마벙커 역사갤러리 내 VIP용 소파와 실내 모습, 스크린 뒤편에 화장실이 있다 ⓒ최용수

세마벙커는 발견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겨울이라고 움츠려 있지만 말고 이번 주말 주말 지하 전시장으로 가족나들이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작은 벙커 공간이지만 <서울, 재생 & 서울, 랜드마크展>과 역사 갤러리는 그야말로 속이 꽉 찬 전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역사갤러리에는 1960~70년대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역사갤러리에는 1960~70년대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최용수

SeMA Bunker ‘서울, 재생 & 서울, 랜드마크展’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11번지 지하 
○ 교통: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도보 7분(직진 후 여의도공원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
버스 IFC몰 앞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하차 1분
○ 전시기간 : 2020. 2. 11. ~ 2. 23(일)까지
○ 관람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www.sema.seoul.go.kr

○ 문의 : 02-2124-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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