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한땀 역사가 엮이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대학생기자 민정기

Visit303 Date2020.02.21 12:59

1970년대, 동대문 평화시장 내 봉제공장이 창신동으로 이전하면서 일대에 의류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도심제조업 지역이 형성되었다. 80년대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제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7,80년대 산업화를 이끌었다. 창신동의 봉제공장은 활발한 내수시장 덕분에 쏟아지는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로 번창했고 한때 봉제공장이 3천여 곳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국내 봉제산업은 활력을 잃었다.

쇠퇴하고 낙후된 마을을 뒤흔든 건 뉴타운 개발이었다. 창신동은 동대문 패션타운의 배후 생산기지로 전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도심제조업 지역이다. 역사적인 가치에다가, 도심제조업의 기반 약화는 패션 중심지로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국의 패션 산업을 지탱해주고 있는 창신동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뉴타운 개발을 반대했고, 마을을 지켜냈다. 거기다 뉴타운 지정이 해제되면서 2014년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창신동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봉제산업의 풍경들

창신동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봉제산업의 풍경들 ©민정기

도시재생 사업 이후 창신동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낙후되고 위험해진 골목길을 안전하게 단정하고, 마을 명소를 가꾸면서 거리가 활기를 띠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봉제산업의 역사를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설립하였다.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상징이자 봉제산업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봉제역사관에 가기 위해 창신동 골목길로 향했다.

원단과 의류를 가득 실은 오토바이가 쉼 없이 오고 가며,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마다 오래된 집들과 봉제공장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봉제거리 끝자락에 위치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새롭게 정비된 간판과 봉제와 관련된 다양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 봉제용어에 대한 설명이 적힌 표지판을 읽다 보면 봉제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봉제공장들의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열심히 작업하는 사람들과 새어 나오는 재봉틀 및 스팀다리미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봉제역사관에 도착한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모습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모습 ©민정기

‘이음피움’은 실과 바늘로 천을 이어서 옷을 탄생시키듯 서로를 잇는다는 의미의 ‘이음’과 꽃이 피어나듯 소통과 공감이 피어난다는 뜻의 ‘피움’을 합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역사관은 지하 1층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역사관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봉제작업실과 봉제체험실이 준비되어 있다.

역사관의 1층에 위치한 '단추가게'

역사관의 1층에 위치한 ‘단추가게’ ©민정기

단추가게에서 만나볼 수 있는 봉제 관련 굿즈들, 형형색색의 단추들이 인상적이다

단추가게에서 만나볼 수 있는 봉제 관련 굿즈들, 형형색색의 단추들이 인상적이다 ©민정기

봉제체험실에서는 다양한 봉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시대의 아이콘 만들기, 단추달기, 컴퓨터 자수기로 이니셜 새기기, 열전사 캐릭터 스티커 붙이기, 싸개단추 만들기’와 같은 무료 프로그램과 ‘쁘띠스카프 만들기, 인형 만들기’와 같은 유료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상주해 있는 체험PM의 안내를 통해 진행되며,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체험을 통해 봉제와 가까워질 수 있다.

봉제체험실의 컴퓨터 자수로 이니셜 새기기 프로그램

봉제체험실의 컴퓨터 자수로 이니셜 새기기 프로그램 ©민정기

시대의 아이콘 만들기와 싸개단추 만들기 프로그램의 모습

시대의 아이콘 만들기와 싸개단추 만들기 프로그램의 모습 ©민정기

청자켓, 미니스커트 등 시대별로 유행했던 옷의 패턴을 직접 오리고 색칠해보는 프로그램인 ‘시대의 아이콘 만들기’나 작은 천 위에 직접 바느질을 해보거나 그림을 그려보면서 나만의 ‘싸개단추’를 만드는 프로그램 등 아이나 연인과 함께 와서 체험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봉제작업실의 모습, 시민들이 봉제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봉제작업실의 모습, 시민들이 봉제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민정기

지하 1층에는 공공작업실로 쓰이는 봉제작업실이 있다. 별도로 예약하는 경우에는 작업실 안전교육 후 작업실 대관도 가능하다고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재단, 재봉, 마무리의 봉제과정을 통해 옷을 완성해보는 프로그램이 열리며, 토요일에는 손바느질과 재봉틀을 이용해 여러 가지 소품과 간단한 옷을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열린다.

봉제역사관의 모습, 분홍색 액자안에는 '월간 봉제계''에서 제공해준 자료가 담겨져 있다

봉제역사관의 모습, 분홍색 액자안에는 ‘월간 봉제계”에서 제공해준 자료가 담겨져 있다 ©민정기

지하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하면 상설전시인 ‘봉제역사관’을 만나볼 수 있다. 봉제역사관은 창신동 봉제마을의 형성과정과 더불어 봉제 산업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업화 이전 한국의 봉제부터 산업화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봉제의 연관성, 서울의 봉제 산업과 지역별 특징 등 풍성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봉제역사관의 모티브가 된 영화 '베스트오퍼'의 한 장면

봉제역사관의 모티브가 된 영화 ‘베스트오퍼’의 한 장면

봉제역사관의 전경,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액자들이 고유의 의미를 가진채 전시되어 있다

봉제역사관의 전경,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액자들이 고유의 의미를 가진채 전시되어 있다 ©민정기

제일먼저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액자들이 보였다. 영화 ‘베스트오퍼’에서 영감 받은 이 공간은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숨어있다. 먼저, 액자는 줄자 모양으로 만들었고 ‘갈색, 파란색, 초록색, 분홍색’ 4가지 색깔로 구성되어 있다. 갈색 액자는 봉제마을이 형성되는 역사를, 파란색 액자에는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쓰이는 도구 및 용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초록색 액자는 봉제와 관련된 지역 일대를 보여주며, 분홍색 액자는 봉제에 관한 잡지인 ‘월간 봉제계’에서 제공한 자료들을 전시한다. 좁은 공간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곳곳에 이러한 디테일을 살렸다고 한다. 자칫하면 난잡해질 수 있는 공간구성을 멋진 디자인과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재봉틀 휠을 돌리면 셔츠가 만들어지는 9단계를 볼 수 있다

재봉틀 휠을 돌리면 셔츠가 만들어지는 9단계를 볼 수 있다 ©민정기

또한, 액자들 사이사이에는 영상전시도 진행되고 있다. 옷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퀵 오토바이가 15번 왔다갔다 해야 할 정도로 봉제산업에 딸린 사업들이 많다고 한다. 창신동의 바지전문 생산공장 ‘에이스’의 하루를 보여주는 ‘창신동의 하루’를 통해 이러한 과정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며, 봉제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셔츠가 만들어지는 9단계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도 전시되어 있는데, 영상 앞에 놓여 있는 재봉틀 휠을 돌려보며 각각의 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각종 재봉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시되어 있는 각종 재봉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정기

봉제역사관에서는 ‘재봉틀’의 역사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18세기 서양에서 최초로 발명된 재봉틀은 1957년 처음으로 국내에서 생산이 시작되었다. 70년대에 들어서 경제가 나아지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재봉틀이 가정에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꽃님이 시집갈 땐 000 미싱’이라는 광고표어가 등장할 만큼 신부들의 혼수품 1순위 였다고 하며, 당시 재봉틀 1대 가격이 송아지 1마리 값인 30만원 정도일만큼 그 가치가 높았다.

봉제역사와 더불어 재봉틀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봉제역사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매회 정시에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이 열린다. 눈으로도 보고 귀로도 해설을 들으면 재미가 배가 되니, 방문한다면 꼭 듣도록 하자.

2층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서울명품봉제'전의 모습

2층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서울명품봉제’전의 모습 ©민정기

3층 '서울명품봉제'전의 모습, 페스티벌에 제출되었던 옷들을 만나볼 수 있다

3층 ‘서울명품봉제’전의 모습, 페스티벌에 제출되었던 옷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민정기

2층과 3층에 있는 기획전시관에서는 ‘서울명품봉제’전이 열리고 있다. ‘2018 대한민국명품봉제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수상한 5팀의 컬렉션과 ‘디자이너, 패터너, 봉제 테크니션’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 과학적 패턴, 집약적 기술의 봉제가 하나 되었을 때 패션이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국내 봉제 기술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옷의 창작과 생산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4층에 위치한 무인카페 '바느질 카페'의 모습, 햇빛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4층에 위치한 무인카페 ‘바느질 카페’의 모습, 햇빛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민정기

마지막으로, 4층에는 테라스를 겸비한 12석 규모의 아담한 무인 카페 ‘바느질카페’가 있다. 다양한 차와 커피가 구성되어 있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개인 컵을 지참하거나, 1층 단추가게에서 판매하는 리유저블 텀블러를 구매하여 이용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절개지 방향으로 펼쳐진 봉제의 과거와 동대문 시장 방향으로 펼쳐진 봉제의 현재를 창신동 전경과 함께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느질 카페에서 보이는 절개지의 모습, 한 때는 질좋은 화강암이 채굴되던 채석장이었다

바느질 카페에서 보이는 절개지의 모습, 한 때는 질좋은 화강암이 채굴되던 채석장이었다 ©민정기

동대문과 함께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지키고 7,8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을 이끌었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창신동에서 모순되게도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던함과 트렌디함을 앞세워 새롭게 단정하는 핫플레이스, 우리는 이러한 현대의 건물과 거리에 길들여져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 지역이 가진 이야기를 보전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살아온 삶, 그 삶의 체취가 묻어 있는 공간이야 말로 가장 한국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창신동에는 봉제마을 말고도 흥인지문, 화강암이 채석되었던 절개지, 백남준 기념관 등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그 흔적들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면서 이 곳이 가장 서울다운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봉제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창신동과 봉제역사관을 통해 서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시민이라면 꼭 방문하여 서울의 향기를 느껴보도록 하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안내
○ 소개 : 봉제 산업을 다양한 과점에서 조망하는 도심 속 문화역사공간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4가길 26,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 관람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 휴관일 : 매우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도슨트 : 화~일요일 10:00~17:00 (일 8회 운영)
○ 홈페이지 : http://www.iumpium.com (프로그램 신청)
○ 문의 : 02-742-6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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