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고 남산으로 신혼여행가던 ‘그때 그시절’

시민기자 김은주

Visit289 Date2020.02.17 13:06

서울에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전시를 하는 공간이 있다. 오래전 과거로의 소환을 도와주는 레트로 감성 넘치는 그곳은 바로 서울생활사박물관이다. 2019년 개관한 이곳은 노원구 공릉동 구 북부법조단지에 조성되었다. 구 북부법조단지는 36년간 법원과 검찰청이 있었던 곳이다. 청사가 이전하면서 유휴 공간과 함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을 만들었다. 근현대 생활사 박물관인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천만 도시 서울의 과거 모습을 여러 주제 아래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생활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인형과 장난감들

서울생활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인형과 장난감들 ⓒ김은주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평범한 서울 시민들이 주인공인 이곳은 그래서 더욱 정감 가는 곳이기도 하다. 전시는 1층과 2층, 3층에 걸쳐 해방 이후 서울시민들의 삶을 5개의 주제 아래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4층은 기획전시실이다. 결혼과 출산, 교육, 주택, 생업이라는 주제들은 개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다.

서울생활사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점자 안내판과 휠체어, 유모차 등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행동수칙을 알려주는 유인물과 배너, 손세정제까지 꼼꼼하게 갖춰져 있었다. 데스크 직원이 손 세정제를 이용한 후 박물관 전시를 보도록 안내해주니 안심이 되었다.

도시재생으로 오래된 건물을 헐지 않고 리모델링 후 박물관으로 변신한 서울생활사박물관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되고 황폐해진 서울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시 공간에서는 그  순간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1층 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두 대의 자동차였다. 1974년 10월에 출시된 기아자동차 최초의 승용차인 브리사와 1975년 개발된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원 택시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난듯 하다. 수십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음료수 병, 삼양라면과 미원도 반갑다. 어릴 적 집에서 늘 보던 것들이 특별한 것만 있어야 할 것 같은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어 정겹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통신제품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통신제품들ⓒ김은주

1990년대는 개인 통신 전성시대였다. 그 시절을 잘 보여주는 시티폰, 벽돌만큼 크고 두꺼웠던 휴대폰과 애지중지 사용했었던 삐삐까지 전시실에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디지털 통신의 대표 제품들을 모두 사용해봤기에 지금의 작고 얇은 스마트폰의 진화가 매우 대단한 발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1층의 서울 풍경에 심취해 구경한 뒤 2층의 전시공간인 서울살이로 이동하니 서울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이 한눈에 펼쳐졌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소품과 사진들로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 토박이들의 모임, 그들의 결혼 문화, 서울내기들의 서울살이가 그 시절을 뒤돌아보게 해준다. 

특히 우리가 사랑했던 공간들인 레코드 가게와 비디오 가게, 사진관과 같은 공간을 재현해 놓아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는 우리의 결혼문화와 취향, 인식이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택시를 타고 남산을 둘러보는 신혼여행이 유행이었다는 것과 1960년대에서 70년대 혼수목록 1호가 재봉틀이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다.

그 시대 유행했던 웨딩드레스와 결혼사진의 모습

그 시대 유행했던 웨딩드레스와 결혼사진의 모습 ⓒ김은주

예전의 주택문화를 알 수 있는 전시물

예전의 주택문화를 알 수 있는 전시물 ⓒ김은주

3층 전시실에서는 ‘서울의 꿈’이란 주제로 내 집 마련의 꿈, 자녀교육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예전의 주택 문화를 보여주며 주거생활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 공간에서 만난 여러 소품들은 정겨움을 불러일으킨다. 문이 달린 텔레비전,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전화기, 곤로와 연탄집게, 쥐잡기 포스터, 난로 위의 도시락통 등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나게 해준다. 예전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직업들이 사라지고 그와 관련된 유물들의 전시된 모습을 보며 지금도 급격하게 변화를 하는 직업의 세계를 바라본다. 

1층과 2층에는 어린이 체험실이 마련되어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2월 말까지 이용을 할 수 없다.

별관동 구치감과 옛 골목길 모습

별관동 구치감과 옛 골목길 모습 ⓒ김은주

별관동에 있는 구치감 전시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구치감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실제로 1974년부터 2010년까지 구치감으로 사용된 곳으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미결수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구치감이란 미결수용자가 조사나 재판을 받기 위해 검찰청 내에 임시적으로 머무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교도관과 수용자 복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의상이 마련되어 있었고 포승과 수갑도 전시가 되었다.

그 시절 추억의 음악을 들려주던 음악다방 모습

그 시절 추억의 음악을 들려주던 음악다방 모습 ⓒ김은주

구치감이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면 서울의 옛 골목길을 꾸며놓은 곳에서 1960년대의 자취방과 만화방, 음악다방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왠지 냄새가 날 것 같은 자취방과 재밌는 만화책으로 가득한 만화방을 지나 감성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음악다방을 둘러보며 과거로의 서울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미원과 서울우유 제품

전시되어 있는 미원과 서울우유 제품 ⓒ김은주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수십 년 전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인생 곳곳의 사진들과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따라 함께 했던 시간이 꽤나 유쾌하고 즐거웠던 이유는 나의 삶과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는 듯 했고, 부모님을 마주하는 듯했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 박물관에서 반짝이며 관람객을 기다리는 곳, 서울생활사박물관이다.

■ 서울생활사박물관
○ 위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74길 27
○ 관람시간: 평일 09:00~19:00 / 토,일,공휴일 09:00~18:00
○ 휴관일 :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1일
○ 입장료: 무료
○ 문의 : 02-339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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