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건축가 '내가 건축을 하는 이유'

시민기자 서지영

발행일 2020.02.14. 13:24

수정일 2023.01.18. 14:20

조회 5,527

지난 2월 5일, 서울시민기자는 유현준 건축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매체에서 많이 봤던 분이라 친숙했다. 실제로 보니 환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자신감이 있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유현준 건축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유현준 건축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서지영

많은 건축가들이 적은 보수로 힘들어한다고 알고 있다. 건축가라는 진로를 선택할 때 그러한 점을 걱정하지는 않았는가? 

사실 건축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그런 점에 대해 잘 몰랐어요. 대학교 2학년 때 한 선배가  “돈 많은 거 아니면 건축할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도 그 이야기가 와 닿지는 않았어요. “돈 걱정은 하지 말아라”라는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언제 처음 깨달았냐면, 대학원을 마치고 첫 직장을 얻었을 때 ‘이야, 이렇게 월급이 적을 수 있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진로를 선택할 시기보다는 그때 고민과 걱정이 참 많았어요. ‘이렇게 적은 돈으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첫 월급을 받고, 그 즈음 건축하던 많은 사람들이 건축계를 떠났어요. 당시 보수가 좋았던 IT 업계로 많이 옮겨갔죠. 저도 아예 다른 직업을 가질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은 직업을 가져서 높은 연봉을 받고 안정적인 삶을 살더라도, 그게 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건축은 월드클래스를 노릴 수 있는 포지션이라 생각했죠. 잘 되면 세계적인 인물이 될 수 있는. 일단 언어의 장벽도 없잖아요? 건축가라면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공모전에 당선도 되고 용기를 얻으면서 ‘아, 할 수 있겠다. 돈을 적게 벌어도 이런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 진열된 수많은 상들,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 진열된 수많은 상과 책들 ©서지영

둘러보니 상이 참 많다. 본인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예상했나? 

사실 저는 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준의 문제지만, 아직 반에 반도 오지 못한 것 같아요. 제 성공의 기준이라면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정도. 사실 제 꿈은 45살이 되기 전에 선진국에 도서관을 멋있게 지어서 글로벌한 유명 건축가가 되는 거였어요. 인물로 꼽자면 안도 다다오와 같은 건축가요. 그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제가 건축가로서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갈 길이 멉니다. 

‘내가 왜 건축을 좋아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그냥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나를 표현하는 매체로 미술을 이용했어요. 빈 종이에 제약 없이 온전히 나를 나타내는 것이 정말 좋았죠. 그게 대학교 와서는 건축설계가 된 거죠. 따라서 나를 표현하는 건축 일이 좋고 행복합니다. 그 외에도 요즘에는 작품, 글, 방송, 인터뷰, 강연 등을 하면서 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 그 사람과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관심,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죠. 그것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겠어요? 건축이죠.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제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그래도 두 개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거제도의 머그 학동이라는 작품이에요. 일거리 하나 없을 때 했던 작품이었고, 설계만 9개월을 하며 정말 많이 고생했던 작품. 그런데 그게 주요 건축상도 받게 되며, 참 의미도 있고 애착도 가는 작품이죠. 

또 하나는 세종시의 산성 교회예요. 그 작품도 물론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우리가 했던 것 중에 처음으로 지하주차장이 들어간 건물이거든요(웃음). 또 제가 대학교 때 멋있는 교회 건축을 하겠다는 꿈을 가졌었거든요.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도 들어와서 힐링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멋진 건물이요. 그곳에 들어와서 사람들이 힐링하고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업그레이드해주는 공간 말이죠. 산성교회는 교회 건축이라는 제 꿈을 실현해 준 작품이라 또 애착이 갑니다. 

유현준 건축가와의 인터뷰 중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구체적인 미래의 그림을 그리고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유현준 건축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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