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이런 것까지?"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 밀착 인터뷰

시민기자 호현지

발행일 2020.02.05. 09:16

수정일 2020.02.05. 10:27

조회 2,621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페이퍼아티스트 김예은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페이퍼아트는 계속될 거예요.”
무엇이든 기계화되는 현 사회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한 가치를 가진다.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페이퍼아트는 종이를 활용해 입체적인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김예은 작가는 페이퍼아트가 낯선 국내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작가만의 아름답고 따뜻한 색감이 담긴 작품은 지금껏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서울시 내일연구소 광고, 올리브영 광고, 네이버 로고 등이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울시 청소년 기자단은 ‘MARCH 페이퍼아트 스튜디오’의 초인종을 눌렀다. 잠깐의 정적 후,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가 문을 열고 기자단을 환영했다. 작업실에는 그동안의 작업물이 가득 차 있었다. 문 위에도 페이퍼 아트로 만든 CCTV가 기자단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터뷰는 작가의 페이퍼아트 작품처럼 부드럽게 진행됐다.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와 서울시 기자단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페이퍼아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약 페이퍼아트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페이퍼아트라는 분야가 있어서 선택한 게 아니라, 제가 종이로 작업을 하다 보니 장르가 생긴 케이스예요. 주위에서 공예로는 수익을 챙기기 어렵다고 해서 의류 복수전공을 살려 취업했었어요. 하지만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일러스트레이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당장 시도하기 쉬운 것은 주변의 친숙한 종이, 가위 그리고 풀을 이용해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보는 거였어요. 그 작업을 계속 발전시키다 보니 페이퍼아트라는 장르가 됐습니다.
만약 페이퍼아트를 하지 않았다면 아트디렉터를 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페이퍼아티스트지만 제겐 디자인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직업에 대한 확신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언제, 어떻게 얻게 됐나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일이 즐거우면 세상은 낙원이요, 일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알려주셨어요. 그 말이 직업을 찾는 데에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해서 직업을 선택하려 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제 작품에 만족하지 못 했지만, 작품을 수 없이 만드는 수밖에 없었어요. 작품을 만들고 또 만들다 보니 실력이 늘었어요. 그때부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프리랜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프리랜서의 좋은 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제가 만들어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거예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일을 하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돼요. 모르는 것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힘들긴 한데, 그래도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좋아요. 자신을 위한 일을 하니 지치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도 은퇴 걱정 없이 지금 하는 일을 계속 잘하면 되니, 미래를 위해서도 참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나쁜 점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거예요. 프리랜서들끼리 네트워크도 잘 형성돼있지 않고요. 또 성장 속도가 좀 더딜 수 있어요. 회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맡은 일을 해내지만, 저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나온 서울여대의 표어가 “우리는 나보다 똑똑합니다”예요. 오랜 시간 혼자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은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의 시너지와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팀원분들도 뽑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작업해나갈 생각이에요.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의 작업물 ©호현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영감을 얻기 위한 방법이 있나요?

저는 평소에 최대한 밖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얻어요.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밖에서 많은 것들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서울이나 국내를 벗어나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고 그 사진에 대해 계속 생각해요. 평소에 많은 것들을 봐두고 머릿속에 정리해두면 그때그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획안 등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페이퍼아트로 구현하고 싶은 서울의 건축물이나 풍경이 있나요? 

서울에 워낙 예쁜 곳이 많아서 페이퍼아트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했었어요. 한강 다리에서 본 서울 풍경, 북촌 한옥마을 그리고 경복궁처럼 한국적인 건물도 페이퍼 아트로 구현하면 적합할 것 같아요. 

예전에 기와집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기왓장을 하나하나 만드는 작업이 페이퍼아트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단청과 종이 모두 색이 다양하고 예쁘잖아요. 종이 색을 조합해서 레이어를 쌓는 방식으로 단청의 화려한 무늬를 작업하면 멋있고 깊이 있는 작업이 나올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한국의 미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페이퍼아트 DIY 무드등과 스튜디오 곳곳의 작은 페이퍼 아트 작품 ©호현지

일반인도 페이퍼아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페이퍼아트가 힐링하기 좋은 장르라고 생각하고, 많은 분이 페이퍼아트를 더 많이 접하셨으면 해요. 그래서 페이퍼아트를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들기)나 완제품으로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 튜토리얼 영상을 제작했어요. 페이퍼아트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어요. DIY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클래스에 오시면 제가 더 깊이 있는 기법도 알려드릴 수 있어요. 페이퍼 플라워도 페이퍼 아트에 입문하기 좋다고 생각해요. 

페이퍼아티스트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 전공이 아닌 학생도 페이퍼아티스트에 도전할 수 있나요?

예전에 페이퍼아트는 시대 역행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저는 오히려 기계가 발달할수록 인간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더 주목받는 시대, 직접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시대가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페이퍼아트의 전망을 더 밝지 않을까요.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페이퍼 아트는 계속되리라 생각해요. 지금도 국내에서 페이퍼아트를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꼭 미술 전공이 아니더라도 CAD(컴퓨터 설계 프로그램)를 잘 다루면서 미적 감각도 있는 분들이 페이퍼아트를 하면 시너지가 클 것 같아요. 시대 흐름을 반영해서 페이퍼 아트 제작에 레이저 커팅 기계를 도입하면 제작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도면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리면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이 팀을 이루면 광고나 애니메이션 등 작업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지니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아티스트로 혼자 열심히 해왔다면, 이제는 아트디렉터로서 많은 분과 협업하며 작업 범위를 확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양성하는 아티스트분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시면서 수익도 챙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해요. 제가 페이퍼 아트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많은 분이 계속 힐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MARCH 페이퍼아트 스튜디오 ©호현지

‘MARCH 페이퍼 아트 스튜디오’ 이름처럼 김예은 페이퍼 아티스트의 작품에는 3월 봄날의 열정과 따뜻한 감성이 담겨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페이퍼아트란 '함께 커가는 친구'라고 말하던 김예은 작가의 얼굴에도 봄기운이 스쳤다. 앞으로도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의 봄날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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