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숨쉬는 집, 백인제가옥 '무료해설' 추천!

시민기자 장혜경

발행일 2020.02.04. 11:58

수정일 2020.02.04. 17:43

조회 1,945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 북촌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 도슨트와 함께 백인제 가옥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백인제 가옥은 전통적인 한옥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일본과 서양의 건축요소를 채용한 근대한옥으로서, 일제강점기 당시 최상류층의 삶을 보여주는 소중한 역사 공간이다. 정기휴관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가옥 외부를 둘러볼 수 있지만, 도슨트와 함께라면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알아가며 한층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백인제 가옥의 솟을 대문과 대문간체 ©장혜경

백인제 가옥을 처음 건립한 사람은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로 커다란 부를 축적했던 한성은행 전무 한상룡(이완용 조카)이다. 그는 재력가답게 1906년부터 북촌에 907평에 달하는 12채의 민가를 사들여 집을 짓기 시작, 1913년에 완공하였다. 그러나 간도 대지진으로 은행 사정이 악화되면서 이 저택을 포기해야했고, 이후 한성은행을 거쳐 1935년에는 민족언론인 최선익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최선익은 이 저택의 개보수공사를 시행하고 현재의 크기인 2,460㎡(약 744평)로 축소하게 된다. 그 후 1944년에 이르러 현재 백병원의 창시자이자, 당시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로 이름을 날리던 백인제 박사가 이 저택을 사들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1950년 9월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고 만다. 최경진 여사는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2남 4녀와 함께 가옥을 지켜오다, 2009년 서울시에 매각하였으며, 몇 년간의 개·보수공사를 거쳐 2015년 11월 18일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도슨트 투어의 행로(좌)와 안채중문과 사랑채중문의 대조적인 모습(우)

돌층계를 올라 사대부가의 상징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이제부터 도슨트 투어가 시작된다. 백인제 가옥은 크게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별당채로 구성되어 있다.

1. 사랑채 외부와 정원 : 전통 양식과 근대 양식의 조화

산뜻한 붉은 빛 벽돌로 만들어진 중문을 들어서면 가옥 총 면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웅장한 사랑채와 넓은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상룡은 애초에 이곳을 연회장의 용도로 지어, 당시의 세력가들을 초청해 많은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웅장한 사랑채 건물(좌)과 안채 안마당에서 보이는 이층방의 모습(우) ©장혜경

가옥은 당시 신(新)고급자재인 흑송(黑松)을 사용하여 중후했고, 회색기와로 팔작지붕을 얹은 모습은 언뜻 전통적인 한옥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세히 살펴보면 전통한옥에서 볼 수 없는 이질적인 요소를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우선 가옥 전체가 유리를 끼운 겹문으로 둘러싸여 있어 툇마루까지 모두 실내공간화 되었고, 당시 서양 선교사들이 건물 지을 때 사용했던 붉은 벽돌로 담장과 벽을 쌓은 모습이다. 특히 한옥은 온돌을 사용하는 난방구조로 이층을 올리지 않았는데, 이곳 사랑채에는 아담한 크기의 이층방이 올려져 있다. 내부관람 시 살펴보겠지만 사랑채 내부는 일본식 다다미방도 있고, 대청마루나 복도 모두 일본식 장마루가 깔려있다.

백인제 가옥은 이처럼 조선시대 전통적 양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을 접목시킨 근대적 가옥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7년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22호로 지정되었다.

사랑채 정원에 심어져있는 80여년 된 주목과 향나무, 그리고 연리근 단풍나무의 모습 ©장혜경

연회는 사랑채뿐만 아니라 정원에서도 행해졌다고 한다. 건축 당시에는 모두 수입목들이 심어져 있었으나, 전 주인이 이사 가면서 모두 뽑아가고 지금은 80여 년 된 나무들로 대체되어 있다. 입구 쪽엔 주목, 향나무가 늠름하게 정원을 지키고 있고, 안쪽엔 노랑색과 빨간색의 연리근(두 나무의 뿌리가 엉켜 하나로 묶여 자람) 단풍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심어져있다. 납북된 바깥주인의 귀환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안주인의 바람을 품고 있는 듯해 마음이 아렸다.

2. 별당채 : 북촌을 한눈에 품고 쉬는 공간

별당채로 이동하기 위해 사랑채 뒤뜰로 나 있는 오솔길에 들어섰다. 빼곡히 심어진 소죽(小竹)을 시작으로 가지각색의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담벽을 따라 오르다보니, 이 가옥에서 가장 뒤쪽이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별당채가 나왔다.

별당채의 외관, 온돌방, 누마루에서 내려다본 북촌, 누마루(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장혜경

별당은 주인의 휴식공간으로 지어진 곳으로, 한 칸의 온돌방과 누마루로 되어 있다. 사방이 유리문으로 둘러싸여 시야가 탁 트이는 누마루 창을 통해 저 멀리 가회동 성당이 보이고, 건물이 빼곡히 둘러찬 북촌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북촌은 원래 조선시대 권문세가가 살던 지역으로 가옥을 지을 당시엔 주변에 20여 채 정도만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30년대에 들어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필지분할이 이루어져 사이사이 중산층의 집들이 들어서고 학교, 교회, 성당 등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유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실내에 온기가 가득했고, 별당 앞 목련나무는 봄을 재촉하듯 꽃몽우리를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3. 안채 : 안주인과 가족들의 공간

별당채를 나와 안채로 가는 길에 별채가 위치한다.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으므로 눈으로 대충 훑고 장독대를 지나 안채로 향했다.

안채에 들어서기에 앞서 바깥쪽에 딸려있는 부엌을 먼저 들렀다. 당시 부엌은 난방과 취사가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었으므로 부뚜막이 있는 쪽이 안방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부엌 왼편으로 보이는 찬방의 존재가 무척 흥미를 끌었다.

별채(좌)와 바깥으로 개방되어 있는 안채의 부엌(중)과 찬방(우) ©장혜경

안채는 안주인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안방, 대청마루, 건넌방, 부엌을 비롯해 여러 방들이 있다. 탁 트인 공간인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쪽엔 안주인이 기거하는 안방이 널찍하게 자리하고 오른쪽으로는 건넌방이 있다. 건넌방은 장녀가 기거하는 곳으로 양쪽 방문을 열어두면 안방에서도 건넌방이 훤히 보이게 되어 가정에서의 장녀의 위상과 책임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안채의 대청마루(상좌)와 천정의 대들보(상우), 우물마루 모양(하좌)와 안방(하우) ©장혜경

안방에 들어서면 백인제 박사와 최경진 여사의 빛바랜 결혼식 사진이 문갑 위에 놓여있다. 하얀 한복에 면사포를 쓴 신부와 검은 양복을 입은 신랑의 모습에서 당시 부유층의 결혼식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안방 안쪽으로는 곁방이 딸려있는데, 하나는 작은 옷방이었고, 또 하나는 주방보조 나인이 묵는 방으로 이곳을 통해 찬방과 부엌이 연결되는 신기한 구조였다.

안채는 전통적인 전통한옥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온돌방엔 옻칠한 종이장판이 깔려있고, 대청이나 툇마루는 우리의 전통방식인 우물마루로 되어있으며, 천정의 서까래는 주인의 권세를 증명하듯 위엄있게 뻗어 있다. 이에 전통 고가구와 소품들이 어우러져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4. 사랑채 : 바깥주인의 사회활동 공간

백인제 가옥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안채와 사랑채의 분리와 합체이다.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은 안채와 사랑채가 각기 독립된 공간으로 떨어져 있어 신발을 신고 벗어야 드나들 수 있는 구조이지만, 이 가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실내에 양쪽을 연결하는 문이 있어 안채와 사랑채를 분리하기도 하고,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기도 한다.

사랑채로 통하는 복도(좌)와 사랑채의 대청마루와 사랑방 ©장혜경

연결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채와는 확연히 다른 사랑채의 모습이 펼쳐졌다. 일본의 건축양식이 결합되어, 우선 복도와 대청마루는 전통 우물마루가 아닌 일본식 장마루가 깔려있고, 다다미방도 볼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였던 한상룡으로서는 연회에 참석한 일본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의도한 부분이라 짐작된다.

사랑채의 대청마루엔 고급수입가구들과 신(新)문물인 축음기가 놓여있고, 바둑판도 눈에 띈다. 곳곳엔 백인제 박사와 관련된 사진 몇 점도 있는데, 이 가옥에 꾸며져 있는 모든 장식이나 물건들은 일제강점기 최부유층의 생활상을 보여주기 위해 재현해 놓은 것들이다.

백인제 가옥은 100여년 전에 지어진 근대가옥이지만, 현대 가옥과 비교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유리로 된 겹문이 가옥 전체를 에워싸고 있어 더위와 추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안채와 사랑채가 연결되므로 드나드는 불편함도 없고, 곳곳에 개인영역을 나누는 문들이 있어 독립적인 공간으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마당에서 본 안채중문(좌)와 전시실로 사용되고있는 대문간채(우) ©장혜경

사랑채에서 다시 안채로 건너오면 오늘의 도슨트 투어가 모두 마무리 된다.

가옥을 나서기 전 대문간채(행랑채)에 마련된 전시실과 영상실을 둘러보길 권한다. 백인제 가옥 및 북촌의 역사에 대한 사진과 영상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가옥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 백인제 가옥
-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 관람요금 : 무료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7길 16 (가회동 93-1)
- 관람안내전화 : 02-724-0232 , 0200
- 도슨트 예약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https://yeyak.seoul.go.kr)
- 도슨트 투어 : 평일 4회(10시, 11시, 14시, 15시), 주말·공휴일 5회(10시, 11시, 14시, 15시, 16시) 약 30분 소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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