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아트, 한 번 보면 누구나 반해버릴 걸? (feat.인터뷰)

시민기자 전슬기

발행일 2020.02.04. 09:59

수정일 2020.02.04. 10:57

조회 3,075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의 작품이다.

페이퍼아트로 만든 김예은 작가의 작품 ⓒ 전슬기

페이퍼아트, 처음 들어봤다고?

부드럽고 따뜻한 파스텔 톤의 색감을 띤 나만의 휴양지. 이곳에는 야자수와 물놀이할 수 있는 연못, 플라밍고 튜브, 썬베드, 연필과 지우개로 만든 그네, 그리고 동심 속 움막 텐트가 있다. 아기자기하면서 아늑한 이 공간은 놀랍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그것, 종이로 만들어졌다.  

‘페이퍼아트’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위 작품 하나만 보아도 “아~ 페이퍼아트가 이런 거구나!” 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종이로 사물, 사람, 건물, 풍경, 세트장 등 모든 것을 구현해내는 것이 페이퍼아트다. 페이퍼아트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페이퍼아트라는 장르가 생겨나고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 페이퍼아트의 선두자이자, 위 작품을 만든 김예은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업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작은 무드등을 들고 있는 김예은 작가 ⓒ 전슬기

김예은 작가, 국내 최고의 페이퍼아티스트가 되기까지

페이퍼아트라는 분야가 대중적이지는 않은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페이퍼아트라는 장르를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대 공예과를 졸업하던 당시, 공방 등이 활성화되어있는 요즘과는 달리 전공을 살리기엔 수익 면에서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복수전공이었던 패션 업계쪽으로 취업했다. 하지만 결국 내 적성은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이 더 잘 맞다 생각하여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종이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해오다 본의아니게 장르를 만들게 됐다. 아직도 이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아티스트이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처음에 어떻게 일을 구했는가?

특별히 마케팅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림을 올리는 사이트에 개인 작업물을 꾸준히 올렸다. 이것을 보고 클라이언트로부터 한 곳, 한 곳 연락이 와서 일을 해 왔다. 처음에는 의뢰가 뜸해서 일이 없는 사이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미술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작업실 창틀 위에 아늑한 분위기의 페이퍼아트 작품들이 놓여있다.

김예은 작가 작업실 창가에 놓인 페이퍼아트 작품들 ⓒ 전슬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장단점이 있다면? 

단점으로는 내가 잘 모르는 세금, 마케팅, 영업 등의 업무도 스스로 다 해 나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프리랜서들 사이의 네트워킹도 잘 되어있지 않아서 물어볼 곳도 잘 없고,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놓치거나 미숙한 부분들이 많아서 성장속도가 더딜 수 있다. 혼자 오래 일하다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였을 때의 에너지와 시너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면 장점은 자유롭게 내 시간을 쓸 수 있고, 틀에 박힌 삶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마다 매번 새로운 일을 하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한다. 모르는 것을 처음 시도할 때가 많다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하면 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게 좋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니 지치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까를 계속 고민하며 더 열정적으로 살게 된다.

김예은 아티스트는 페이퍼아트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선인장, 집 등 작지만 섬세하게 작업된 작품들 ⓒ 전슬기

직업에 대한 확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언제 갖게 되었나?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막심 고리키’라는 러시아 작가의 ‘일이 즐거우면 세상은 낙원이요, 일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이 말에 영향을 받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뭔지 가장 고려하여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내 직업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 작품에 대해서 처음부터 만족하진 못했다. 처음에는 어설프기도 했지만 수없이 만들고 또 만들면서 실력이 늘었다. 클라이언트들도 처음에는 페이퍼아트가 생소하다보니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 걱정했지만, 5년차쯤 되었을 때부턴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것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항상 만족했다. 그때부터 내 작품에 자신감이 들었다. 

페이퍼아트로 운동화를 만들고 캔버스를 꾸몄다.

운동화와 가위, 자, 연필 등 입체로 만든 작품이 눈에 띈다  ⓒ 전슬기  

손에 상처를 달고 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2020년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이때까지 혼자 활동해왔다면, 앞으로 많은 분들과 협업하면서 아트디렉터로서 내 역량과 작업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싶다. 내가 기획해서 세부적인 부분을 만드는 사람, 만들어진 것들을 설치하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큰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다.   

작업은 어디서 이루어지는가?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작업실에서 디자인 등 규모가 작은 작업들을 한다. 광고일 경우 세트장을 빌리기 때문에 그곳에서 작업하기도 한다. 사진 촬영은 전문 스튜디오에 가서 한다.

영화 속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부다페스트 호텔, 작업하는 데 대략 2주 정도 걸렸다 ⓒ 전슬기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좋아하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부다페스트 호텔을 작업하는 데는 1주일이 걸렸다. 주변을 꾸민 나머지 소품들은 다른 작업들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것까지 합치면 대략 2주 정도.

2주 만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원래 손이 빠른가?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일을 하면서 손이 빨라졌다. 이 분야에서는 마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밤을 새며 작업하다보니 잠을 자려면 빨리 하는 수밖에 없었다(웃음). 

작업에 시간이 많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만들기도 하는가?

최근에 팀원들을 뽑았다. 5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같이 작업 가능한지 일정을 맞춰보고 진행한다. 꼭 모여서 할 필요는 없는 작업이라 재택하는 경우도 있다. 

페이퍼아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진열돼있다.

김예은 작가의 작품은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아서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 전슬기 

직업병이 있다면?

손에 항상 상처가 있다. 그리고 집중해서 작업하느라 자세가 구부정해지는 것. 오래 앉아있다 보니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굉장히 작은 작품을 만들거나 매우 섬세한 작업을 하곤 하는데 고충은 없는가?

원래 이런 작업이 잘 맞고 이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별로 힘들지는 않다. 눈도 잘 보이고(웃음) 오히려 작은 걸 만드는 작업이 편하다. 큰 작업은 종이를 다루기도 어렵고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 

페이퍼아트에 쓰이는 종이와 접착 도구들이다.

페이퍼아트를 위한 재료들 ⓒ 전슬기

페이퍼아트에 주로 쓰는 종이가 있는가?

100g 후반에서 200g 정도의 종이를 많이 쓴다. ‘칼라플랜’이라는 영국 종이가 두껍고 색깔이 예뻐서 즐겨 쓴다. 종이마다 잘 말아지는 것, 잘 접히는 것, 접었을 때 겹겹이 찢어지는 것 등 특성이 다른데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이런 종이들을 쓰게 됐다. 접착에는 테이프를 주로 쓴다. 테이프가 빨리 부착돼서 작업을 빨리 할 수 있고, 오래 잘 붙어 있다. 풀은 습기가 차서 울거나 주변에 지저분하게 묻을 수 있기 때문에 소량만 사용한다. 그리고 글루건도 많이 쓴다. 

종이로 만든 소화기와 감자튀김, CCTV가 독특하다.

감자튀김과 소화기, 초소형 CCTV 등 재치있고 귀여운 작품들 ⓒ 전슬기

종이로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도록, 참신하고 특별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독특하거나 참신하다고 꼽을만한 작품이 있다면?

옛날에 만들었던 미니 소화기와 감자튀김. 그리고 작업실 출입문 위에 붙어있는 초소형 CCTV. 독창적이면서 만들 때 재밌었던 작품들이다. CCTV는 방문객들이 발견하고서 재치있고 귀엽다고들 말한다.

작업실 곳곳에 페이퍼아트 작품들이 숨어있다.

작업실 곳곳을 살펴보면 의외의 장소에서 페이퍼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전슬기 

스케치, 도면작업, 종이공예작업까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작품을 완성한다. 완성된 작품들은 촬영 이후 어떻게 보관하거나 활용하는가?

하나하나 열심히 만들었다보니 버릴 수는 없다. 그림으로 따지면 원화다. 결과물의 사진과 영상을 남기지만 실제 작품은 원화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가 있다. 집이나 작업실 등에 보관 중이고, 나중에 전시 제안이 오면 전시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콘셉트가 맞으면 만들어놓은 작품들을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다시 활용하기도 한다. 광고 등 너무 규모가 큰 작업들은 업체에 선물로 드리거나 폐기처분하기도 한다.

그 작품들로 전시를 열지는 않는가?

개인전 같은 제대로 된 전시는 아직 해보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큰 전시를 열어보고 싶다. 넓은 공간을 페이퍼아트로만 꾸미는 거다. 각 방을 컬러별로 컨셉을 잡아 꾸민다든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김예은 페이퍼아티스트의 작업실 이름이 'MARCH'이다.

페이퍼아트 전망? 사람 손으로 만드는 일이 가치있어 질 것 

아직 더 개척하고 더 알려야할 분야인데 페이퍼아트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AI 시대에 사람이 손으로 만드는 이런 일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기계가 발달할수록 인간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고,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들이 더 가치 있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페이퍼아트의 전망도 밝을 것이라 생각한다.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페이퍼아트는 계속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페이퍼아트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꼼꼼하고 끈기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공예학과 등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캐드 같은 3D 프로그램을 잘 다루면서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 등도 페이퍼아트에 적합하다. 이들이 모여 팀을 이루면 광고, 애니메이션 등 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넓어지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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