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으로 배우는 성인지교육 ‘위캣두잇’

대학생기자 염윤경

Visit1,903 Date2020.01.29 15:30

‘희망세상 일구는 구로여성회’가 ‘2019 서울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에 선정돼 청소년을 위한 성평등 보드게임 체험키트를 개발했다. 

성평등 보드게임 체험키트 ‘위캣두잇’ ©염윤경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였다.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13.6세로 조사됐다.  아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 사랑과 성을 접한다. 이에 따라 아이들에겐 더더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성교육은 아직까지 많이 미흡하기만 하다. 일방적인 수업의 형태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필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접한 성지식은 아이들에게 왜곡된 성인식과 관점, 더 나아가서는 부적절한 실천마저 초래했다. 

‘희망세상 일구는 구로여성회’는 2017년부터 구로구 관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진행하며, 이러한 청소년들의 미흡한 성교육과 부적절한 성인식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했다. 그리고 서울시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권익 향상을 위한 비영리단체 및 여성단체를 지원해주는 ‘서울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에 응모해 지원금을 지원받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수업 교안과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청소년을 위한 성평등 보드게임 ‘위캣두잇’은 그렇게 탄생했다. 

현재 ‘위캣두잇’은 구로구 관내 초등학교 고학년, 중고등학교 성교육 수업 시간 교안으로 활용 중이다.  

너의 선택을 믿어!  ‘위캣두잇’ (출처: 구로여성회 제공)

‘위캣두잇’은 친밀한 관계(연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들이 미션으로 제시되며, 그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상상해 보는 보드게임이다. ‘위캣두잇’은 ‘우리들은 할 수 있다’라는 뜻의 영어 문구 ‘위캔두잇(We can do it)’에 보드게임의 캐릭터인 고양이를 합성시켜 붙인 제목이다. 캐릭터를 고양이로 설정한 것에는 성별이 드러나지 않게 표현해 고정관념을 벗어나 전체적인 관계를 아우르려는 속뜻이 담겨 있다.

‘위캣두잇’의 게임구성물 (출처: 구로여성회 제공)

‘위캣두잇’의 게임방법은 이렇다. 먼저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지는 40장의 미션카드를 한 장씩 순서대로 오픈한다. 미션카드를 오픈한 사람은 게임의 ‘이야기꾼’이 된다. 미션카드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준 뒤, 자신이 가진 아이템 카드를 이용해 미션카드의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표현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야기꾼’의 이야기와 해결방법에 공감한다면 엄지 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리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래로 내린다. ‘이야기꾼’은 공감 수를 받은 만큼 자신의 말을 보드 판 위에서 움직인다.

위캣두잇의 아이템 카드 ©염윤경

미션카드의 문제 상황들은 “콩닥콩닥 내 마음 좋아한다고 어떻게 말하지?”와 같이 연애에 관련된 내용부터, “헤어졌는데, 자꾸 메시지를 보내고 찾아온다”와 같은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 “피임은 해야 한다는데, 콘돔을 사기가 부끄러워” 등의 실질적인 성교육 내용과 “단톡방에 내 노출사진이 올라왔다며 친구가 말해주는데…” 등과 같이 성범죄에 관련한 내용까지,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 있고,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성인지 상황들이 담겨 있다. 

‘위캣두잇’의 미션카드 ©염윤경

청소년들은 게임에 참여하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상상해보고, 그 상황에 직면 했을 때의 감정과 느낌 등을 느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상상하고, 그 해법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며, 친구의 의견을 경청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체험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존중과 평등의 데이트 문화를 체험하고, 평등하고 비폭력적인 성인지 교육을 받는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보고 또래 친구들과 진솔하게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성교육을 접할 수 있다.

‘위캣두잇’을 체험하는 청소년들 (출처: 구로여성회 제공)

기자도 직접 ‘위캣두잇’을 체험해 보았다. 과거 중고등학교에서 받았던 성교육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성교육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시간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웃고 떠들며 자연스럽게 교육 내용을습득할 수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나의 생각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인지 고정관념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위캣두잇’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합하고, 필요한 성인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체험해 본 ‘위캣두잇’ ©염윤경

‘’위캣두잇’은 실제로도 청소년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즉석에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한다고 한다. ‘위캣두잇’은 앞으로도 서울의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성인지 교구로 사용되며,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활용될 것이라고 한다.

‘위캣두잇’이 사용되는 중학교 수업시간의 모습 ©염윤경

청소년들의 성은 더 이상 금기시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실질적이고 자세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위캣두잇’과 같이 현실적이고 진솔한 성인지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더욱 많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 서울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
– 소개 : 서울시는 시민단체와 공동협력하여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권익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여성단체를 대상으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을 진행해 사업별 최대 3천만 원, 총 지원금액 1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지정 공모분야 ▴ 성평등 관련 피해자 지원, 젠더폭력 예방 및 대응 등▴성평등한 지역사회, 세대공감 네트워킹, 1020세대를 위한 콘텐츠 제작·배포 등 ▴성별임금격차, 고용중단 예방,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일·생활 균형 등 총 3개 분야와 자유 공모분야 ▴기타 성평등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기타 풀뿌리 단체들의 성평등활동 지원 등 성평등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공모했고, 오는 2월 28일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문의 : 서울시 WFNGO협력센터(http://club.seoul.go.kr/WFNGO)

■ 서울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
– 문의 : 02-83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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