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위로가 된 노래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 되살아나다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0.01.23. 13:50

수정일 2020.06.16. 18:17

조회 1,722

아담하고 고풍스런 한옥에 들어서니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노래였다. 지난해 11월,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에 국내 첫 향토민요 전문 박물관인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개관했다. 이곳에 준비된 민요는 어마어마했다. 우리가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139개 시·군, 904개 마을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던 전국 각지의 민요 2만여 곡의 음원과 5,700여 점의 악기와 음반이 지상 1층부터 지하 2층까지 알차게 채워져 있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외관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외관 ⓒ박은영

별개의 한옥 두개로 조성된 우리소리박물관 중 지하 1층에 마련된 상설전시장 '음원감상실'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갔다. 참고로 음식물 반입은 금지니 커피나 음료는 물론 먹을 것을 가져갈 수 없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상설전시장으로 향하는 계단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상설전시장으로 향하는 계단 ⓒ박은영

음원감상실에서는 지역별 대표적인 민요를 들어볼 수 있었다. 좌석마다 마련된 헤드폰을 쓰고 탁자의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각 지역에서 인기를 끈 ‘민요 TOP 3’와 지역별 ‘토리’를 골라 들을 수 있는데, 토리란 지역 특성을 담은 민요를 이르는 말이다.

음원감상실

음원감상실 내부의 모습 ⓒ박은영

복도에 있는 바닥 발자국 모양에 맞춰 서면, 마주 보이는 그림이 그려진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다 볼 수도 있는데 실제 거리를 바라보이도록 한 것이 흥미로웠다. 복도 끝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역시 편하게 앉아 우리 민요를 감상하도록 했으며, 예스러운 한옥의 분위기가 마치 전통차를 파는 곳처럼 느껴질 만큼 편안한 분위기였다. 반대쪽 끝으로 가면 민속학자로 전국의 민요를 수집한 선구자 '임석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민요수집가 임석재의 특별전

민요수집가 임석재의 특별전 ⓒ박은영

로비에서 왼편으로 걸음을 옮기면 등장하는 상설전시실에서는 ‘우리소리로 살다’라는 주제로 구성된 전시를 볼 수 있다. 일, 놀이, 의례와 위로, 우리 소리의 미래 등 총 4가지 테마로 구성됐으며, 각 상황별 맞춤 민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 앉아 헤드셋을 쓰면 우리 소리 민요를 들을 수 있다

이곳에 앉아 헤드셋을 쓰면 우리 소리 민요를 들을 수 있다 ⓒ박은영

‘일과 우리소리’ 섹션은 집을 비롯해 강과 바다, 들녘에서 노동을 하며 부르던 우리의 민요를 담고 있다. 한쪽 벽면에는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그려 놓았고, 각 코너에 비치된 컵 스피커를 통해 선명한 음원 청취가 가능하다. 또한, 벽면을 만지면 각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했으며, 물 푸는 소리, 모심는 소리 등 노동의 고됨을 덜어줬던 민요를 함께 들을 수 있다.

각 지역을 민요를 들을 수 있는 테이블

각 지역을 민요를 들을 수 있는 테이블 ⓒ박은영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 ‘강강술래’는 놀이를 즐기며 부르던 소리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놀이를 즐길 때 불렀던 민요가 한데 모여 있는 ‘놀이와 우리소리’ 섹션은 왠지 모르게 더욱 신이난다. 우리 장단을 접목한 터치 게임, 퀴즈를 맞히면 돌아가는 착시 애니메이션 모형 등이 마련됐다. 이외에도 상설전시장에서는 망자의 영혼을 달래고 가족을 위로했던 장례 관련 민요, 그리고 ‘아리랑’과 같은 향토민요가 대중화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지하 2층의 영상 감상실

지하 2층의 영상 감상실 ⓒ박은영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내려갈 수 있는 지하 2층에는 우리나라의 사계절 풍경을 감상하며 폭넓은 자연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감상실이 나온다. 푹신한 소파용 좌식 의자에 앉아 새들의 소리나 빗방울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순간이 될 수 있다.

민요를 담은 음반을 전시중인 아카이브

민요를 담은 음반을 전시중인 아카이브 ⓒ박은영

1층 별관에 구성된 ‘우리소리 아카이브’에서도 색다른 민요를 감상할 수 있다. 상설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민요 음원을 보존한 이곳엔 민요에 관련된 서적과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통해 수집한 향토 민요와 당시 사용되었던 녹음 장비, 답사 노트, 원고 등도 전시되어 있다. 

서울소리박물관에서는 차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우리 소리와 우리 놀이’, 국악기를 제작해보고 실습할 수 있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내가 만드는 소리’를 비롯해 가족 단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흥겨운 국악로 나들이’, 외국인 대상 ‘소리로 이해하는 Korea’ 등이다.

민요기록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아카이브

민요기록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아카이브 ⓒ박은영

우리 선조들은 슬프거나 기쁠 때 혹은 노동으로 지칠 때 노래를 부르며 이겨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들은 때론 서글프고 애처롭게 들리거나 들뜬 가락으로 이어졌다. 이는 현 세대가 기쁠 때나 슬플 때 노래를 부르듯 선조들 역시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현재 우리 세대에는 민요를 듣고 자란 세대가 거의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의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후세대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외부에서 출입이 가능한 음원감상실

외부에서도 출입이 가능한 음원감상실 ⓒ박은영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선조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민요를 통해 우리의 후세가 민족의 남다른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서울소리박물관 안내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6
○ 관람시간: 09:00~19:00
○ 휴관일: 1월 1일, 명절(설, 추석), 매주 월요일
○ 입장료: 무료
○ 문의: 02-742-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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