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장 '시다'의 꿈…사진, 연극, 소설로 펼치다

시민기자 정유리

발행일 2020.01.22. 13:21

수정일 2020.01.22. 16:21

조회 1,230

새 옷에 달려있는 상표엔 여러가지 정보가 적혀 있다. 사이즈, 세탁방법, 소재, 수입처, 바코드, 제조국 등. 하지만, 어느 브랜드 옷을 사든 상표에서 절대 밝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옷을 누가 만들었으며, 그 노동자는 한 달에 얼마를 받았고,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는지 소비자들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은 소위 ‘시다’라고 불리는 미싱사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봉제업은 1980년대 까지 승승장구 하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임금에 시달렸다. 시간이 지나 노동법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다.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시다의 꿈'이라는 기획전이 3월 29일까지 열린다. 봉제업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 연극, 소설의 형태로 기록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첫번째 이야기,

시다의 꿈 기획전시가 3월 29일까지 열린다 ⓒ정유리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특별전시장에서는 4명의 미싱사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천 위에 인쇄한 후, 그 위에 패턴을 삽입한 작품들이다. 사진 속의 미싱사들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거나 일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색깔의 실로 짜여진 별, 물결무늬 등이 그들의 일터를 장식하여, 미싱사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 했다.

2층에 있는

2층에서 볼 수 있는 노동야간학교 졸업연극 대본 낭독 영상 ⓒ정유리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가면, ‘시다’들이 일터에서 겪은 억울한 일화를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그들은 하루 14시간을 일했으며, 휴식시간마저 빵 하나 먹으면 끝날 정도로 짧았다. 

노동야간학교 “시정의 배움터”에서 만든 졸업연극 대본을 읽는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도 보상 하나 받지 못했고, 외부적 압박으로 인해 공권력 앞에서도 사실을 폭로할 수도 없었던 현실을 비판한다.

3층의

3층 전시공간에는 소설 속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정유리

3층

관람객들이 남긴 전시 소감.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기를 ⓒ정유리

3층 기획전시장의 작품들은 소설 속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나무로 짜여진 4개의 작은 방을 설치해 그들의 작업공간을 표현하였다. 타이포그래피 기법으로 각각의 방 내부를 소설 속 문장으로 장식하였다. 봉제업 속에서 어찌어찌 버텨내며 살아온 주인공들과,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렇게 작가들은 노동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고, 누구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충분한 휴식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왜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 않을까?

상설전시를 둘러보면 당시 전태일를 비롯한 봉제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 수 있다.

상설전시를 둘러보면 당시 전태일를 비롯한 봉제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 수 있다 ⓒ정유리

본 특별전을 3층에 있는 상설전시와 함께 관람하면,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60~70년대 당시의 봉제 노동자의 어려운 현실을 겪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던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토크 콘서트, 여성 노동과 관련된 영화 상영회, 봉제 배우기 클래스 등 전시와 연계되어 있는 프로그램도 열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전태일기념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 개관일 : 매주 화~일 개장.
- 동절기 개방시간 10:00~17:30(11월~ 2월)
- 하절기 개방시간 10:00~18:00 (3월~ 10월)
- 설날연휴 휴무
○ 홈페이지 : https://www.tae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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