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을 살리는 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교육' 받아볼까

시민기자 김민준

발행일 2020.01.21. 12:49

수정일 2020.01.21. 18:17

조회 1,947

생사여부를 가름하는 핵심기관 '뇌와 심장'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핵심적인 두 가지는 '뇌'와 '심장'의 활동 여부이다.  겉으로는 뇌가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중인 사람을 그 누구도 죽었다고 하지 않으며, 일시적인 호흡중단과 심장의 활동정지로 인해 혼절해 있는 사람에게도 섣불리 사망을 선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윤리적인 측면이나 법의 관점에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뇌의 죽음은 '뇌사' 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정작 '심장'이 완전히 멈춰야만 비로소 죽음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심장은 이처럼 우리의 생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심장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는 피를 순환하여 그 혈액 안에 담겨 있는 산소를 온 몸 구석구석 보내는 것이다. 보통 죽음을 '숨지다', '숨이 멎다' 또는 '심장이 멎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생과 사'의 기준이 되는 심정지의 급박한 순간, 꼭 필요한 교육을 받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전국 자치구 최초로 서울시 노원구에 심폐소생술 상설 교육장이 개설되었다

서울시 노원구청 전경 ©김민준

소리없는 겨울철 침입자 '심정지'

심장이 정지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4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심정지 환자의 뇌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는 시간이 심정지로부터 '불과 4분 이후' 라는 뜻이다. 이것을 일컬어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4분' 이라고 말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년에 평균 약 3만 여건의 '급성 심정지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중 70%에 이르는 2만건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다. 이러한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내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급성 심정지를 일으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 내 옆에서 말이다. 그 순간, 내 가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심폐소생술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가 노원구청 내 심폐소생술 교육장을 찾아가게 된 이유 또한 바로 이러하다. 

심폐소생술과 관련한 각종 자료가 게재되어 있다

노원구청 심폐소생술 교육장 내 게시판 모습 ⓒ김민준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재치있는 교육내용으로 효율적인 교육 진행

쉽고 재치있는 설명을 해 주었던 노원구청 보건소 이혜은 1급 응급구조사  ⓒ김민준

실습교육용 인형 '애니'와 함께한 심폐소생술 교육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보자. 교육장 입실 후 가장 처음 하는 일은 간단한 인적사항을 작성하는 것이다. 인적사항 기재 후에 '애니(Little Anne)' 라고 부르는 실습교육용 인형과 나란히 앉게 된다. 바로 이 인형으로 심폐소생술의 핵심인 '가슴압박' 및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실습하게 된다.

동영상 교육자료와 교육강사인 응급구조사의 설명을 통해 심정지 환자 발생시 대처방법과 순서, 가슴압박 실습,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방법, 119 전화도움 심폐소생술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또 기도 폐쇄시 응급조치 방법(하임리히법) 등을 새롭게 알았다.  

HEROS

전화도움 심폐소생술 교육 중인 노원구청 동영상 화면 ⓒ김민준

119 모형 전화기

실제 119에 전화를 하는 대신 모형 전화기로 실습한다 ⓒ김민준

교육과정 중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애니' 라고 불리우는 인형이다. 이 인형을 통해 실습생은 가슴압박법과 인공호흡법 그리고 AED 사용법을 모두 실습할 수 있다. 특히 가슴압박 실습 중에는 실습생이 얼마나 정확한 속도와 압력으로 압박을 시행했는지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그 압박 성공율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를 통해 실습생 중 압박속도나 압력 등이 부정확한 경우는 자세를 교정하거나 재실습을 해 볼 수도 있다.

실습교육 인형

일명 '애니(Little Anne)' 라고 불리우는 심폐소생술 실습교육용 인형 ⓒ김민준

참고로 최근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심폐소생술의 한 단계인 '구강대 구강 인공호흡법'은 거의 실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위급상황이라고 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입을 맞대고 인공호흡을 하는 것이 꺼려질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심정지 환자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구결과에 의하면 적절하게 시행된 가슴압박 만으로도 충분히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만 1세 미만의 영유아(체내 혈액량 자체가 적어서 혈중 산소가 부족한 경우)나 물에 빠진 익수환자 또는 기도폐쇄로 인한 질식환자 등 몸 안에 산소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인공호흡을 통해 환자에게 외부 공기를 투입시켜야 한다. 

유일한 방법은 반복훈련 뿐 

그런데 실제로 급성 심정지 사고가 바로 내 옆에서 발생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 대상이 사랑하는 내 가족이나 같이 일하는 동료라면 말이다. 아무리 냉철한 사람이라고 해도, 또한 평소 심폐소생술을 정확히 배웠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실제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무척이나 당황할 것은 뻔한 일이다. 

실제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정확하게 심폐소생술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자, 이혜은 응급구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심정지 사고 발생시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존확률은 50% 이하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심정지 사고시 내 가족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4분'이라고 합니다. 유일한 방법은 '반복교육을 통한 훈련' 뿐입니다." 

가슴압박 실습중인 모습

'애니'를 상대로 가슴압박법을 실습중인 모습 ⓒ김민준

심폐소생술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복훈련이라는 응급구조사의 마지막 말이 귀에 맴돈다. 

서울시 기준으로 119 신고 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6~7분이 소요된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겨우 4분인데, 119는 6~7분 후에 도착한다면 최초 발견자는 한치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없이 바로 정확한 방법으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복훈련은 두말 할 나위없이 가장 중요하다. 자, 그렇다면 심폐소생술의 핵심인 가슴압박법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심정지로 인해 의식을 잃은 환자 발생시 다음과 같은 과정에 따라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 심정지 환자 발견시 행동 순서

의식확인 → 119 신고 → 호흡확인 → (가슴압박 → AED 사용 → 가슴압박) 반복 
1. 심정지 환자의 의식을 확인해야 한다. 
2. 의식이 없는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한다. 
3. 환자의 호흡을 확인해야 한다. 

4. (가슴압박-AED 사용-가슴압박)을 반복 실시한다. (119 요원 도착시까지)

실습장 내부 모습

노원구청 심폐소생술 교육장 내부 모습 ⓒ김민준

구체적인 가슴압박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환자의 옆구리 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환자의 한쪽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운다. 환자의 겉옷을 벗긴 후 한 손을 환자의 흉골(가슴뼈) 아랫쪽 절반 부위에 대고 다른 한 손으로 깍지를 껴서 포갠다. 이때 허리는 곧게 펴야 하고, 엉덩이는 살짝 든 상태에서 환자 가슴에 맞닿은 손바닥에 몸의 무게를 실어 수직 방향으로 압박해야 한다. 또한 팔꿈치를 곧게 펴서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데 적절한 가슴압박의 속도는 분당 100~120회 정도이며, 압박하는 깊이는 최소 5cm 이상 들어갈 수 있게 실시해야 한다. 압박시 들어갔던 가슴이 충분히 다시 나온 후에 재압박을 실시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으로 피가 모이지 않아 압박을 해도 피가 돌지 않게 된다. 단, 침대 등에서 가슴압박법을 시행하면 침대가 압력을 모두 흡수해버려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 반드시 딱딱한 바닥에서 가슴압박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슴압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2명 이상 있으면 교대해가면서 압박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교대로 하는 경우도 그 공백이 10초 이상을 넘겨서는 안된다.

가슴압박법 실시 도중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주변에 있다면 이것을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하자. 가슴압박법만 시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기자가 3번의 실습을 통해 AED를 사용해 본 결과, 사실 AED 사용법은 생각 만큼 복잡하지 않다. 다만 우리 주변에서 AED가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AED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이다.

실습용 자동심장충격기

실습용 자동심장충격기(AED)  ⓒ김민준

그러면 심정지 환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인 AED(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절차를 알아보자.

◆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1. 전원버튼을 눌러 전원을 켠다.
2. 환자에게 패드를 부착한다.(패드를 부착할 위치에 털, 땀, 옷 등 이물질이 있을 경우 완전히 제거하고 패드를 부착한다)
3. 심전도 분석시 환자의 몸에서 떨어진다.(단, 이 과정에서 2명 이상이 동시에 심폐소생술을 시행중인 경우 환자로부터 떨어지기 전까지 가슴압박은 계속해야 한다)
4. AED 분석시 전기충격이 필요없다고 분석된 경우 심장에 잔떨림(세동)이 나타낼 때까지 가슴압박을 계속해야 하고, 전기충격이 필요하다고 분석된 경우(심장에 잔떨림이 있을 경우) 기계 충전 완료시까지만 가슴압박을 시행한다.
5. 충전이 완료되면 환자와 접촉을 피한 후 충격버튼을 눌러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실시한다.

6. 119 도착시까지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119 실습교육 사진

동영상 교육 중 119 요원에 의한 심정지 상황 발생시 대응 절차 안내 ⓒ김민준

노원구의 심폐소생술 교육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1회 교육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기자는 해당 교육을 지금까지 총 3회 받았고, 앞으로는 매월 최소 1회 이상 받을 계획이다. 심폐소생술을 숙달시키는 것만이 비상 상황시에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을 내 손으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심정지 사고 발생시 가장 신속하게 119에 신고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심정지 사고는 대체로 사망이나 뇌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초기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심정지 환자를 최초로 발견한 목격자 중 꽤 많은 사람이 119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119에 신고할 만한 상황인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 이 기사를 본다면 실제로 교육장에 가서 직접 실습교육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면 두려워하지 말고 교육 받은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보자. 그 순간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고,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일테니 말이다.

■ 노원구청 심폐소생술 교육 신청방법 및 절차

○신청대상 : 노원구 거주 지역주민(초등학교 3학년 이상 신청 가능)
○신청방법 : 방문접수(노원구청 1층 심폐소생술 교육장) 전화접수(노원구 보건소 02-2116-3321~3)
온라인접수(노원구 보건소 홈페이지 www.nowon.kr 접속 후 신청) * 개인 또는 단체 신청 가능
○교육일시(매일 3회) : 1회(10시~11시 30분), 2회(14시~15시 30분), 3회(16시~17시 30분)
※ 야간교육 : 월 2회(둘째, 넷째주 수요일 / 19시~20시 30분), 토요교육(10시~11시 30분)
○교육시간 및 교육비용 : 1시간 30분 / 무료
○실습특전 : 교육이수증 발급 초/중/고 학생 봉사활동시간 인정(추가 홍보활동 30분 실시 후 총 2시간 인정)
CPR 서포터 지원 후 관내 심정지 상황 발생시 자원봉사 활동 가능 ④ 실습 우수자 선물 증정
▶ 서울시 상설 교육장 개설 자치구(총 10개구)
- 구청 보건소(8개구) :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노원구(2012년 전국 최초 개설), 도봉구, 마포구, 성동구, 중랑구

- 안전 체험관(2개구) : 송파구, 양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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