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의 버킷리스트? 조혈모세포 기증!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0.01.17. 13:25

수정일 2020.01.17. 18:10

조회 2,193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소개하는 서울시 희망광고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는 조혈모세포 기증입니다’

지하철을 지나며 남성 3명이 서있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서울시에서 하는 '희망광고'였다. 서울시에서는 공익 분야의 소재를 공모해 지하철이나 구두수선대 등에 광고를 무료로 게재해주는 '희망광고'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20개소가 선정되었고, 그 중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도 참여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가 있는 건물 ⓒ김윤경

지난 1월 10일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른쪽에는 사무실 등이 왼쪽에는 상담실이 보였다.

조혈모세포는 어떤 세포일까

우선 조혈모세포에 대해 알아보자. 조혈모세포는 정상인 골수혈액 속의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약 1%의 세포를 뜻한다. 즉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의미로 특히 골수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 골수 기증이라는 말에 우선 무서운 이미지가 떠올랐다. 대학시절 선배가 골수 채취를 두려워하다 못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직접 골수를 채취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쉽게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있거든요. 골수에서 말초혈액으로 조혈모세포가 흘러나올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조혈모세포 생성량을 증가시키는 촉진제 주사를 맞은 후, 헌혈하는 방식으로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기증할 수 있습니다.”

박충민 팀장이 이야기 들려주고 있다. 김윤경

박충민 팀장(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경영지원부 기증증진팀)이 말을 꺼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현재는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닌 듯싶었다.

조혈모세포 기증 절차는?

등록기관에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한 후, 유전자 검사용 혈액샘플 3㎖를 채혈한다. 이후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가 나타나면 기증일 한 달 전, 조혈모세포 기증 병원(3차 대학병원)에 방문해 2~3시간 엑스레이나 폐기능 검사, 심전도 등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이후 기증 3~5일 전 조혈모세포성장인자 주사를 맞고, 2박 3일 입원. 헌혈실에서 채취를 하게 된다. 퇴원 후 1년 정도는 협회에서 추후 관찰을 해준다. 물론 기증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2~3주 후면 조혈모세포는 자연재생이 된다고 한다.

기증희망 등록 신청서 작성하는 학생들, 혈액샘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그래도 번거롭다고? 그렇지만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아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악성림프종, 선천성 대사 장애질환 등을 살릴 수 있다는 큰 보람은 어디에 비할 수 없다.

1년에 3~4천 여 명이 기증의사를 밝히나, 여러 결격사유 등으로 350여 명 정도 기증을 하게 된다.

일단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전국헌혈의집,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생명나눔실천본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총 5개 기관에 신청을 하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에서 모든 기증희망자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게 된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김윤경

26주년 맞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성덕바우만이 1호 환자였어요. 그때 가장 유명했던 거 같네요. 현재 대부분 기증은 자발적으로 하거나 의료 계통 대학교와 협업을 해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올해로 26주년을 맞았다. 외국에서 이러한 단체들이 먼저 있었고 우리나라는 대한의사학회에서 필요성을 느껴 만들게 되었다.

지난 1994년 3월 한국골수은행협회로 출발하여 2004년 1월 지금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 변경했다. 이곳은 보건복지부 지정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기관이며, 이식조정기관으로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와 비혈연 기증자 사이에서 이식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켠에 쌓인 여러 사진과 기념들 ⓒ김윤경

협회는 크게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지원부, 주 사업을 담당하는 이식조정사업부로 나눠져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협회 사무실에는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여러 기증자들의 모임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회의실에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있었다. 매우 친근한 모습의 어머니(조혈모세포)와 혈구 등이 있어 '펭수' 마냥 쓰고 캠페인에서 활동하면 사람들이 기억해주니 좋다고.

“사실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희망광고는 이런저런 공모전을 찾다가 발견해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요. 희망광고에 대해서 알고 보니 여기저기 더욱 눈에 띄더라고요. 저희 협회의 희망광고에서 모델로 나서 주신 ‘닥터프렌즈’는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우창윤 내과 전문의가 모인 현역 의사 3인방으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 분들 중 이낙준 전문의는 조혈모세포를 실제로 기증한 기증자이시고 오진승 전문의와 우창윤 전문의도 기증희망자인데요. 이낙준 전문의의 조혈모세포 기증 경험담이 유튜브에 소개된 이후로 협회로 직접 방문하셔서 조혈모세포 기증신청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및 조혈모세포 기증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희망광고 사업에 선정되어 모델까지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셨죠. 덕분에 희망광고 보고 기증신청 하게 되었다는 분들도 자주 찾아와주십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맡으며 어떤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을까. 담당자 기억 속에도 아빠가 먼저 기증하셨는데 당시는 어렸던 아들이 훗날 대학생이 돼 기증하는 사례가 남아있다. 물론 모두 하나하나 보람이 느껴지지만 이런 경우는 특별히 기억이 난다고 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자
아버지 조정남(우), 아들 조현우(좌) 부자 기증자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희망광고 등을 통해 인식이 많이 알려졌으나 더욱 노력을 할 겁니다. 모두가 헌혈처럼 편하게 기증할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면 제일 좋겠고 조금 더 기증자 예우가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초창기 멤버였던 나정화 부장(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이식조정사업부)이 조용히 바람을 들려줬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마스코트 ⓒ김윤경

기증자의 순수한 마음, 병을 이기는 희망이 되도록

조혈모세포는 어떻게 기증을 할 수 있을까. 현재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증희망자 등록을 할 수 있으며, 여러 질병 등이 없어야 한다.  또한 기증 시 공무원은 병가처리가 가능하고 일반 근로자는 유급휴가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상황이 맞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기증희망자 등록 외에도 조혈맘 인형만들기 세트 등 후원기금도 모집하고 있다. 어떤 보상도 없이 시간을 내어 하는 순수한 마음이 와 닿는다.

행사장에서는 마스코트가 인기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마지막으로 김태희 코디네이터에게 보람이 있었던 일을 묻자 이렇게 들려주었다.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은 소아환자 아이가 기증자께 편지와 사진 몇 장을 보낸 것을 알았습니다. 혈액암 치료 당시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 이식 받은 후 양갈래 머리로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었어요. 건강한 사람에게는 평범하지만, 아이에게는 기적 같은 하루잖아요. 마음이 뭉클하고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기증자분들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환자 분들은 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더욱 인식개선이 되길. ⓒ김윤경

추운 바람이 마음을 에인다. 그렇지만 얼어붙지 않는 이유는 아직 희망을 주는 온기 때문일까. 희망광고에서 보았던 조혈모세포기증이 병을 이겨나가고 있는 그들에게 진정한 희망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문의 : 한국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02-737-5533, 블로그(https://blog.naver.com/kmdp0311)

■ 서울시 ‘희망광고’란?
‘서울특별시 홍보매체 시민개방에 관한 조례(‘14.1.9.제정)에 의해 비영리민간단체, 사회적기업 등 공익소재를 공모하여 선정된 기업(단체)를 서울시 보유매체에 홍보해주는 사업. ‘홍보매체 시민개방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청년스타트업이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다. 지하철 전동차 내부, 구두수선대 등 인쇄매체 및 시립시설DID 영상매체 등을 통해 홍보물을 광고하고 있다.
○ 응모자격 : 시 관할구역 안에 주소를 두고 있는 비영리법인· 단체, 전통시장, 장애인기업, 여성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공유기업 등
○ 응모시기 : 상하반기 각 1회씩, 시 홈페이지(고시공고란) 통해 공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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