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개관, 가야전도 추천!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0.01.13. 16:15

수정일 2020.01.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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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한 문화재가 가득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언제 찾아가도 유익한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아름다운 명소인 '거울못'을 지나 상설전시실로 발길을 옮겼다.

국립중앙박물관 외경의 모습

'거울못' 너머로 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외경의 모습 ⓒ박분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세계 각국의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세계문화관’을 마련했다. 상설전시관인 기존의 아시아관을 새롭게 확대·개편한 것으로 ‘이집트실’을 추가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갔다. 3층에 위치한 세계문화관에 문을 연 ‘이집트실’로 향했다.

고대 이집트인의 미라관이 실물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시되어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미라관이 실물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박분

고대 이집트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가 그려진 전시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 이집트인의 미라관이 실물 그대로의 모습으로 눈앞에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2,700여 년 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인 토티르데스의 관은 화려했다. 관은 열려진 상태였고 아마포로 감싼 미라가 누워있었다.

 이집트인의 삶과 역사를 담은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집트인의 삶과 역사를 담은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분

전시가 진행 중인 이집트실에는 토티르데스의 미라를 비롯해 이집트인의 삶과 역사를 담은 다양한 유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된 94점의 유물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박물관에서 가져온 고화대 이집트 문화재들이다. 미라가 들어있던 관에는 영원한 삶을 꿈꾼 당시 이집트인들의 사후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내세의 부활을 기원하는 그림과 글귀로 빼곡하다. 관을 장식하고 있는 신비한 그림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미라에 관한 공포감은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고 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세계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집트 미라관은 나무관에 석고를 바른 후 그림으로 채색했다.

관 중앙에 토티르데스 주위를 맴도는 새의 모습

관 중앙에 토티르데스 주위를 맴도는 새, 바(Ba)의 모습 

관은 미라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신과 연결하는 그림을 그려 죽은 이가 사후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통로 역할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관 중앙에 토티르데스의 주위를 맴도는 인간의 머리를 한 새, 바(Ba)의 모습도 보인다. 그의 영혼이 새가 되어 자신이 사랑했던 지상을 떠나 하늘을 나는 모습을 순수하게 표현했다. 영원히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란 그들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 영원한 생을 꿈꾼 그들은 사후에도 삶이 이어진다고 생각해 시신을 오랫동안 보존하려 했다.

장기들을 보관했던 '카노푸스 단지'라고 불리우는 네개의 단지

장기들을 보관했던 '카노푸스 단지'라고 불리우는 네 개의 단지 ⓒ박분

미라를 만드는 데에 정성을 기울였고 몸 속 장기들을 꺼내서 사막의 특수한 소금으로 방부 처리한 다음 단지에 각각 따로 보관했다. 저승에서 돌아왔을 때 육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시실에는 장기들을 보관했던 ‘카노푸스 단지’라고 명명된 네 개의 단지들도 오도카니 앉아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임세티, 자칼 머리를 가진 두아무테프, 매의 머리를 가진 케베세누프, 개코원숭이 머리를 가진 하피 등 신화 속의 동물 모습의 단지는 끔찍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죽음은 끝이 아닌 영원한 삶의 과정이라고 여겼던 그들의 세계관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금, 은, 수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따오기관

금, 은, 수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따오기관 ⓒ박분

이집트인들은 동물이 내세에서 보호하고 돕는다고 믿어 미라를 만들어 무덤 속에 같이 넣어 주었다. 고양이, 원숭이, 따오기 등 동물 미라관도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금과 은, 수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따오기관 또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정교하게 도금된 따오기관 안에 따오기 미라가 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유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가지 사물을 본뜬 문자를 무덤의 벽이나 비석, 조각상, 그릇 등에 새겨 넣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물을 묘사해 그려내는 예술적 감각도 발달했다.

'제피와 안케네스이테스'의 석비

'제피와 안케네스이테스'의 석비 ⓒ박분

‘제피와 안케네스이테스의 석비’로 불리는 유물은 무덤에서 행하는 제사 의식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석비 오른쪽으로 상형문자가 나열돼 있다. 상형문자는 저승에 있는 제피와 그의 부인 안케네스이테스 두 사람에게 빵과 맥주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뜻의 기도문이다. 이처럼 고대 이집트인들은 문자와 그림, 두 분야를 일찍이 잘 다룰 줄 알았다. 미라와 관, 조각상과 동물관 등 무덤 속 부장품 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사후세계를 중시했던 그들의 정신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집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화려한 삽화

이집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화려한 삽화 ⓒ박분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그려진 화려한 삽화는, 재구성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미라관에 지하 세계로의 여행 방법을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자세하게 담은 ‘사자(死者)의 서(書)’를 함께 넣어주었다. 죽은 영혼이 이 책의 안내를 받아 지하세계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를 염원한 것이다. 세계문화관에는 이집트실 외에도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실, 중국실 등이 상설전시 중이다. 세계문화관은 하루 3회 전시해설을 진행하며 이집트실 상설전시는 2021년 11월까지 운영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도 놓치기 아까운 전시이다. 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가야의 건국부터 소멸에 이르는 변천사를 담고 있다. 이 특별전은 가야의 공존과 화합, 힘, 번영을 주제로 3월 1일까지 진행된다.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가야본성-칼과 현 중에서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파사석탑의 사진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가야본성-칼과 현' 중 '파사석탑' ⓒ박분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고구려와 백제, 신라 삼국과 520여 년을 함께 한 가야는 수로왕이 세운 ‘철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특별전 '가야 본성-칼과 현'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파사석탑(婆娑石塔)이 먼저 등장한다. 문화재자료 제227호로 지정된 '파사석탑'은 금관가야 수로왕비가 서역에서 바다를 건너오며 파신(波神)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배에 싣고 온 석탑이다. 삼국유사에는 48년 7월 허황옥이 무서운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파사석(婆娑石)을 배에 싣고 김해로 왔다는 기록이 있으며 바다를 항해할 때 배의 균형을 잡으려고 배에 실었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가야를 세운 수로왕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신화와 설화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시선을 강탈하는 엄청난 양의 가야 토기들

엄청난 양의 가야 토기 ⓒ박분

대형 진열장에 탑처럼 쌓인 가야 토기는 우선 엄청난 양에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야 토기가 이토록 많았다니, 쉬이 발길을 떼지 못한 채 보고 또 보게 된다. 진열된 토기들 가운데는 집 모양과 배 모양의 토기 등 의미와 가치가 뛰어난 작품들도 많다.

가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들

가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들 ⓒ박분

철이 가야의 힘을 상징한다면 토기는 가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이 아닐까? 가야 토기는 굽다리 접시, 짧은 목항아리 등 여러 형태의 제각기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제작기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라국의 항아리는 흡사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품이 크다.

국보 제 275호의 말 탄 무사오양 뿔잔의 모습

 말 탄 무사모양 뿔잔(국보 제275호)의 모습 ⓒ박분

이번 전시에는 가야 문화재 2,600여 점이 출품됐다. 전시유물 중에는 가야 금관(국보 제138호) 과 말 탄 무사모양 뿔잔(국보 제275호), 고려 지산동 고분 금동관(보물 제2018호) 등 국보급 보물도 포함됐다. 가라국(대가야)은 낙동강에서 섬진강에 이르는 여러 지역을 규합했는데, 여수, 장수와 남원에 이르는 드넓은 호남 지역이 해당된다. 남원과 순천 등지에서 발견되는 가야의 고분(오래된 무덤)은 가야의 여러 세력이 가라국의 편에 섰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야가 추구한 존재 방식은 공존과 화합이었다. 당시 삼국 세 나라는 서로 힘겨루기를 했지만 가야는 여러 가야국이 서로 도우며 어우러져 살았다. 가야의 힘은 무엇보다 철에 있었다. 철은 당시 최고의 첨단 소재이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군사 무기에 가장 먼저 쓰인다.

가야의 힘을 상징하는 다양한 유물의 모습

가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유물들 ⓒ박분

칼, 철갑옷, 말갑옷 등 각종 무구류가 열을 지은 전시실은 금방이라도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철을 잘 다루는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던 가야는 칼과 갑옷을 만들어 강력한 군대를 이끌었다. 또한 가야금으로 사람들을 한데 뭉치게도 했다. 우륵의 가야금 12곡은 여러 가야국이 화합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칼과 현은 다름 아닌 바로 가야의 본성을 이른다.

넘치는 기백의 가야무사단을 직접 만나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실의 모습

기백이 넘치는 '가야무사단',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박분

전시실에는 ‘가야 무사상’을 배치한 넓은 홀에 기백이 넘치는 가야무사단을 직접 만나본 듯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벌판의 거친 바람소리, 말발굽 소리와 함께 무사들의 함성도 들린다. 조명과 음향도 한데 어우러지면서 마치 벌판을 달리는 용맹스런 가야무사단을 직접 만난 듯 생생하다. 가락국(금관가야), 아라국(아라가야), 가라국(대가야), 고자국(소가야) 등 가야의 여러 작은 나라들은 서로 존중하면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각국의 개별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가야는 결국 힘센 신라에 병합되고 만다.

겨울방학 시즌이다. 2,700년 전 이집트 미라의 신비를 접할 수 있는 상설전, 공존과 화합을 추구한 가야를 만날 수 있는 특별전, 모두 흔치 않은 알짜배기 전시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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