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축기지가 더 새로워졌다! 볏짚놀이터, 예술벽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1.08. 15:00

수정일 2020.01.08. 18:30

조회 2,978

문화비축기지가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얻었다. 이번엔 국내외 작가들이 지난 12월 한 달 동안 함께 만든 예술벽화 '용의 노래'가 옛 가압펌프장을 장식했다. ‘용의 노래’라는 벽화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공간에 들어서면 용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문화비축기지에 볏짚생태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문화비축기지에 볏짚생태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이선미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아빠와 나들이 나온 아이들을 만났다. 볏짚으로 만든 움막을 세운 '문화마당'에서 아이들은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볏짚으로 언덕을 만들고 미끄럼틀을 설치해 놓았다. 짚더미 위를 뛰어다니고 쭈루룩 미끄럼도 타고 한껏 신이 난다. 혹시나 넘어져도 상처가 덜한 짚더미라 더욱 경쾌한 걸음들이다.

볏짚 언덕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한껏 신난 어린이들

볏짚 언덕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한껏 신난 어린이들©이선미

지금 문화비축기지에서는 누구나 썰매를 빌려 탈 수 있다. 지난해 12월, ‘썰매 제작 워크숍’을 통해 버려진 나무와 재활용 소재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썰매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구르는 썰매장'에는 고무대야 썰매가 있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구르는 썰매를 즐기는 모습

‘구르는 썰매장’에 고무대야 썰매가 등장했다 ©이선미

시민들이 제작해 기증한 썰매뿐만 아니라 커다란 고무 대야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썰매도 여러 종류고, 이용자도 남녀노소가 없었다.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데이트하는 커플도, 할머니와 함께 나선 할아버지도 어렵지 않게 썰매에 엉덩이를 붙이고 ‘구르는 썰매장’을 신나게 내려왔다. 바라보는 시민들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지난해 12월 썰매 제작 워크숍에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썰매가 준비되어 있다

‘썰매 제작 워크숍’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만든 썰매 ©이선미

시민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바로 앞으로 가압펌프장이 보인다. 가압펌프장은 문화비축기지의 진입공간이면서 다섯 개의 탱크를 잇는 열린 공간으로, '용의 노래' 벽화 다섯 점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영국 작가 스티븐 퓨지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볏짚으로 만든 움막 너머로 옛 가압펌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볏짚 움막 너머로 옛 가압펌프장이 보인다. ©이선미

얼핏 보면 '혼돈'을 연상시키는 벽화는 사실 공원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이 오래된 공간으로 날아와 용으로 변한다는 전설을 은유한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뒤섞인 것처럼 보이지만 큰 흐름 안에 우주 만물이 미세하게 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가압펌프장에 가득한 다섯 점의 벽화 '용의 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압펌프장 벽면을 가득 채운 다섯 점의 ‘용의 노래’ 작품 ©이선미

스티븐 퓨지 작가는 “작은 새의 미미한 지저귐도 우주의 존재로 다가갈 수 있다”는 고향 아일랜드의 신성한 노래와 동양에서 전설의 동물로 상징되는 용을 연결해 거대한 우주 안에서 서로 만나는 개별적인 존재들의 어울림을 담았다고 한다. 각 개체가 가진 울림과 공명 등이 거대한 용의 노래가 된다는 것이다. 

석유비축기지 폐쇄 후 세차용수로 쓰던 우물을 복원한 '우물바람'과 그 맞은편에 작품 '용의 노래'가 위치해있다

석유비축기지 폐쇄 후 세차용수로 쓰던 우물을 복원한 ‘우물바람’과 ‘용의 노래’ ©이선미

1970년대에 석유비축기지로 사용하던 문화비축기지가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이 작품은 시민들을 위한 쉼터의 배경이 되어줄 것이다. 스티븐 퓨지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은 이 작업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밝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 기원을 담아 태어난 예술작품을 배경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풍경 역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이 된 듯싶다. 

문화비축기지 내 '겨울왕궁'의 공간에 어린이들을 위해 볼풀장과 미끄럼틀이 설치되어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볼풀장과 미끄럼틀을 설치해놓은 T1파빌리온의 ‘겨울왕궁’ ©이선미

날이 춥지만 문화비축기지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T1 파빌리온에는 방학을 맞아 찾아온 어린이들을 위해 볼풀장과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포항제철과 당인리 발전소 도면을 소재로 작업한 권민호 작가의 작품

대표적인 산업시설 ‘포항제철', '당인리 발전소’ 도면을 소재로 한 권민호 작가의 작품 ©이선미

T4 복합문화공간에서는 권민호 개인전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경제 개발에 매진하던 당시의 상징적인 도면들을 통해 숨가쁘게 달려온 산업화 과정을 돌아보도록 성찰의 순간을 요구한다. 그 과정이 한때 석유비축기지였던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문화비축기지와도 닮아 보였다. 절실하게 달려왔던 경제 성장은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 그림자가 깊고 거칠게 우리 사회에 남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권민호 개인전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의 포스터가 보이는 T4 복합문화공간의 모습

권민호 개인전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가 열리고 있는 T4 복합문화공간©이선미  

도시재생사업으로 탈바꿈한 문화비축기지가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공간으로 변신해 가는 모습이 참 반갑고 좋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친숙하고 의미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문화비축기지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증산로87
- 교통 : 지하철 6호선 워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시간 : 공원은 연중무휴, 전시관은 월요일 휴관
- 문의 : 02-376-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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