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쥐띠 해, ‘쥐구멍에 볕 든 날’ 온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1.06. 13:57

수정일 2020.01.06. 17:24

조회 2,908

2020년 경자년은 흰쥐띠의 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십이간지의 첫 동물이 쥐다. 자그마한 동물인 쥐가 첫 자리가 된 데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열두 동물 가운데 달리기로 순서를 정하려고 했는데, 쥐가 실제로 제일 빨리 들어온 소의 머리에 타고 있어서 첫 번째가 됐다고도 하고, 발가락 수에 따라 순서를 정했는데 앞 발가락이 넷이고 뒷 발가락은 다섯인 쥐가 음양을 모두 갖춘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맨 앞에 오게 됐다는 설도 있다.

쥐띠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3월 1일까지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3월 1일까지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이선미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쥐는 무척 많은 오해를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쥐꼬리만한 월급봉투’, ‘쥐 잡듯 뒤지다’, ‘쥐똥 같은 눈물’, ‘쥐도 새도 모르게’ 등 쥐에 대한 표현 역시 부정적인 면이 많다. 실제로 쥐는 끊임없이 자라는 앞니를 갈아내느라 책이나 가구 등을 갉아대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또한 식량을 축내고 전염병을 옮기기도 해서 사람들이 싫어하고 멀리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쥐 때문에 생겼던 가장 무서운 일은 흑사병이었을 것이다.

곱돌로 만들어진 쥐 모양의 조형물, 경주에서 출토된 것으로 통일신라시대에도 십이지 문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곱돌로 만든 쥐. 경주에서 출토된 것으로 통일신라시대에 십이지 문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이선미

하지만 "쥐가 집안에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거나 "쥐가 도망가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설처럼 알고 보면 의외의 면모를 만날 수도 있다. 예로부터 번식력이 강한 쥐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고 영민하고 부지런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간에서는 쥐를 의미하는 한자를 그려 풍농을 기원했고 ‘조선신가유편’에 의하면 우리나라 창조설화에서 쥐는 물과 불의 근원을 아는 신비로운 동물로 그려졌다.

한 외국인이 십이지신도의 지신상과 김유신 묘 호석의 탁본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관광객이 십이지신도의 지신상과 김유신 묘 호석의 탁본을 들여다보고 있다.©이선미

쥐띠 해를 맞아 쥐에 관한 문화적 상징과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서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3월 1일까지 계속되는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은 조금 새로운 시선으로 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다산(多産)의 영민한 동물'에서는 우리나라 민속에서 쥐가 다산과 풍요, 영민과 근면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됐다는 점을 부각한다. 쥐를 뜻하는 '서(鼠)'자를 쓴 부적과 십이지 탁본, 불법을 수호하는 쥐 신장(神將) 등 쥐에 대한 상징을 담은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시민들이 쥐에 대한 자료들을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다

시민들이 쥐에 대한 자료들을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다.©이선미

2부 '귀엽고 친근한 동물'에서는 오늘날 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던 존재에서 작고 빠르고 영리한 이미지로 변화하는 쥐를 만날 수 있다. 확실히 요즘은 쥐를 거의 볼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이미지도 달라지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만화영화 등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톰과 제리’에서 고양이 톰을 재치있게 따돌리며 위기를 모면하는 제리는 쥐라는 동물을 조금은 친근하게 느끼게 했다.

오래 전 사용했던 톰과 제리 캐릭터 도시락

오래 전 사용했던 톰과 제리 캐릭터 도시락©이선미

가장 오래된 쥐 캐릭터는 아마도 1928년 등장한 미키마우스일 텐데, 미키마우스는 함께 나왔던 도날드와 구피와 함께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나타난 쥐도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생쥐 '레미'이다. 전시에서는 만화영화로 친숙해진 톰과 제리 캐릭터를 그린 도시락, 십이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 '요괴메카드' 장난감 등도 만날 수 있다.

한 어린이가 쥐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쥐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이선미

이밖에도 쥐띠 해에 일어난 일, 쥐와 관련된 속담, 일상생활에서 쥐와 관련해 쓰는 여러 표현들에 관한 인터뷰 영상 등도 볼 수 있다. 확실히 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많이 달라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십 년 전까지 온 나라에서 쥐를 잡았다. 마을마다 쥐약을 놓아 쥐잡기를 하자고 독려하던 포스터와 쥐를 잡던 쥐덫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시행하던 쥐잡기 포스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던 쥐잡기 포스터©이선미

다양한 형태, 모양의 쥐덫도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쥐덫©이선미

오래 전 포스터를 보니 당시의 표어들도 생각났다. 1980년대까지도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거나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가 벽에 붙곤 했다. 출산율이 너무나 떨어진 지금은 오히려 쥐의 풍요로운 생명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참 많이도 달라졌다.

쥐와 관련된 속담들도 많다

쥐와 관련된 속담들도 많다.©이선미

쥐와 관련된 많은 속담들도 흥미로웠다. 좋든 싫든 우리 조상들의 일상에 쥐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쥐가 방 안에서 쏘다니면 귀한 손님이 온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 등 많은 속담 가운데 무엇보다 반가운 말은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가 아닐까?

민속박물관 마당의 십이간지 조각상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사진 촬영 장소이다

민속박물관 마당의 십이간지 조각상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인증샷 장소다. ©이선미

쥐가 십이간지의 첫 번째 동물인 만큼 ‘쥐의 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풍요를 상징하는 흰쥐띠 해에 서울시민들의 나날도 늘 넉넉하고 따뜻하기를 기원한다.

■ 국립민속박물관 '쥐구멍에 볕 든 날' 전시

– 기간 : 3월 1일까지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
– 내용 : 경자년 쥐띠 해를 맞이해 쥐의 상징과 의미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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