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의 서쪽’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시민기자 박은영

Visit1,361 Date2020.01.06 13:36

세월을 담고 있는 동네는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여기 한 마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하는 곳이 있다. 경복궁 서쪽 지방의 옛 이야기를 전하는 ‘궁의 서쪽’ 특별전이다. 어느 늦은 오후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홍건익 가옥’을 찾았다. 

홍건익 가옥으로 향하는 길,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지나게 된다 ⓒ박은영
홍건익 가옥으로 향하는 길,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지나게 된다 ⓒ박은영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골목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상가들 사이로 보이는 아담한 한옥을 마주할 수 있다. 홍건익 가옥으로 향하는 길에는 곱창, 삼겹살, 횟집, 등 서촌의 맛집들이 모여 있는 골목인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도 지나게 된다. 이곳은 사직터널이 생기기 전 금천교 시장으로 시작해 5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곳이라고 한다. 

1934년 건립, 근대한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홍건익 가옥 입구 ⓒ박은영

1934년 건립, 근대한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홍건익 가옥 입구 ⓒ박은영   

종로구 필운동에 자리하는 홍건익 가옥은 1934년 건립돼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으며 서울에서 유일하게 원형 석조우물과 일각문이 잘 보존된 근대한옥이다. 2017년 서울시 역사가옥으로 지정, 시민들에게 개방하며 지역의 가치를 알리는 전시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홍건익 가옥에서 '궁의 서쪽'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은영
 홍건익 가옥에서 ‘궁의 서쪽’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은영   

활짝 열린 한옥의 대문은 사람들에게 들어와 잠시 쉬어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문지방을 넘어 홍건익 가옥으로 들어서니 불을 밝힌 한옥이 두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단아함과 더불어 한층 더 푸근하게 느껴졌다.

‘궁의 서쪽’ 전시는 경복궁 서측의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며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한다. 경복궁 서측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공간과 일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거다. 전시가 진행 중인 사랑채 내부에는 벽에 걸린 크고 작은 사진들이 다양한 모양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궁의 서쪽' 전시는 '서촌'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박은영
‘궁의 서쪽’ 전시는 ‘서촌’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박은영  

전시회를 준비한 것은 지난 8월부터다. 생활, 문화, 예술, 교육, 사회 등 5개 영역으로 나누어 실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인터뷰 추천 릴레이를 진행했다. 그 기록들은 글과 사진을 담은 족자형 아카이브 24점과 책자형 아카이브 1점, 엽서형 아카이브 100점으로 전시되고 있으며, 한옥을 둘러보며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들어보는 서촌 이야기 ⓒ박은영  

서촌의 맛과 멋을 자랑하는 음식점 대표, 지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정성을 달이는 한약사, 예술과 역사의 삶을 아름답게 연결하는 미술관장,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게 육아를 하고 있는 동네 주민, 정갈하고 담백한 서촌의 모습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등 총 24명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지역의 역사적 흔적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했다는 거다.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경복궁 서측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기억들을 통해서 말이다.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역사적 문화적 특성은 물론 경복궁 서측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촌 사람들이 말하고 느끼는 동네의 경험과 기억을 나눌 수 있다 ⓒ박은영

서촌 사람들이 말하고 느끼는 동네의 경험과 기억을 나눌 수 있다 ⓒ박은영  

경복궁 서측은 인왕산 아래 오래된 물길과 골목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웃대, 상촌, 서촌, 세종마을 등 불려온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는 왕족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층이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경복궁 서측은 많은 문인과 예술가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사람들에게 서촌은 그랬다.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 그리워 돌아온 고향 같은 곳이었고, 누군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끌림을 따라 살고 있는 곳이었으며, 작고 오래된 한옥에 살고 싶어 자리한 곳이기도 했다. 

홍건익 가옥을 둘러보는 시민들 ⓒ박은영
홍건익 가옥을 둘러보는 시민들 ⓒ박은영 

홍건익 가옥의 ‘궁의 서쪽’ 전시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고즈넉하고 오래된 동네의 기록에는 오래된 땅의 흔적부터, 사람의 연을 따라 전해오는 삶의 이야기까지, 서촌만이 가진 독특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담고 2020년 현재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었다. 


‘궁의 서쪽’ 전시는 2월 29일까지 계속된다 ⓒ박은영 

역사를 품고 있는 마을의 중심에는 역시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궁의 서쪽 전시가 지역이 갖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홍건익가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일운대로1길 14-4
– 홈페이지 : https://www.instagram.com/seoul.hanok/

▶ 더 많은 서울 뉴스 보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내 이웃이 전하는 ‘시민기자 뉴스’ 보기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