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수요집회를 가다

시민기자 김윤재

발행일 2020.01.06. 13:34

수정일 2020.01.06. 14:21

조회 834

2020년 새해 첫 수요집회에 다녀왔다 ⓒ김윤재
2020년 새해 첫 수요집회에 다녀왔다 ⓒ김윤재

누군가에게 2020년 첫날은 1,420번째 수요일이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꼬박 28년째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각에 모이는 사람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이야기다.

경자년의 첫날, 서울 종로구 율곡로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0회 수요집회를 찾았다. 흐린 하늘이 내내 불안했는데 결국 집에서 나설 때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광화문에 도착할 때쯤 점점 눈발이 거세져 걱정했는데 다행히 현장에 도착할 쯤엔 모두 그쳤다.

20분 앞서 도착한 시위 현장은 이미 사람들도 북적였다. 입구 쪽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과 모금 운동, 뱃지와 팔찌 등의 관련 물품 판매가 진행 중이었고, 단상 앞에선 자리 정돈이 한창이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방학을 맞은 학생과 시민들이 모이며 자리는 빠르게 찼다. 

오는 1월 8일은 수요집회가 28주년을 맞는 날이다 ⓒ김윤재
오는 1월 8일은 수요집회가 28주년을 맞는 날이다 ⓒ김윤재 

12시를 조금 앞두고 주관단체인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전국대표 이태희 씨가 무대에 올랐다. 시위에 앞서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의 삶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2010년 세상을 떠나신 김순악 할머니의 소개와 증언을 함께 읽고, 바로 1420차 정기 수요시위가 시작됐다.

<바위처럼> 노래 율동으로 시작한 수요시위는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인사말과 주최 측인 정의기억연대의 경과보고로 이어졌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020년 첫날부터 함께하면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 우리에게 참해방, 참평화, 김복동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희망이 이뤄질 것”이라며 “가해자를 향해 함께 외치는 그 걸음에, 이곳 평화로에서 함께 손잡아주셨던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신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1420차 정기 수요집회가 진행되었다 ⓒ김윤재 

일본 정부와 관련 당사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경과보고는 끝이 났다. 인천 연수고 학생들을 비롯한 참가단체 소개와 기부금 전달이 이어졌고, 새해를 맞아 할머니분들께 약속하고 싶은 것을 발표하는 자유발언 시간이 있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되는 어린 학생부터 이화여대와 국민대생, 자녀와 함께 경기도에서 온 어머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새해 약속을 발표했다. 자신의 학교에도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던 한 학생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성명서 낭독과 다시 한 번 구호를 외치며 시위는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 수요일은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집회가 28주년을 맞는 날로, 해외 곳곳에서도 한국 집회 시간에 맞춰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살아계신 분은 스무 분만 남았다 ⓒ김윤재  

작년 고 김복동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를 포함해 다섯 분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며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스무 분만 남은 상황이다. 2020년은 한일강제병합이 있은 지 110년째 되는 해이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결성된 지 30년을 맞는 해다. 수요집회는 한 가지 주제로 열린 세계 최장기 집회로 매주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언제쯤 이 달갑지 않은 기록이 멈출 수 있을까. 피해 할머니들께 온전한 성탄절과 새해 첫날을 되찾아 드릴 수 있는 날이 늦지 않게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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