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호강, 마음 힐링! '녹번만화도서관' 가 볼까?

시민기자 박세호

발행일 2019.12.27. 13:47

수정일 2019.12.27. 13:49

조회 2,312

만화도서관답게 산타 할아버지들(그림)이 도서관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세호

만화도서관답게 귀여운 캐릭터들이 창문에 그려져 있다 Ⓒ박세호

은평구 녹번동 3호선 녹번역에서 하차 후 4번 출구로 나와 지상을 바라보는 순간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녹번만화도서관이다. 개관 이후 6년 여의 세월이 흘렀다. 애초에 만화도서관을 설립한 취지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은평구립도서관 측은 “만화를 매개로 하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발굴, 보급해 만화의 긍정 요소를 알리고 변화시키기 위해 은평구청이 설립하고, 은평구립도서관이 운영한다. 만화에 대한 인식 개선 및 문화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녹번만화도서관 왼쪽은 은평상상허브 빌딩, 오른쪽은 은평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은평구립도서관

녹번만화도서관 왼은 은평상상허브 빌딩, 오른쪽은 은평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은평구립도서관

그러나 사용인원이 많아지면서 좁은 공간과 서가, 노후된 시설의 방음 및 단열문제 등 불편한 사항이 많았다. 지역 주민과 함께 2018년 민관협치 추진사업에 '녹번만화도서관의 새날개'를 주제로 사업계획안을 제출, 지역사회혁신계획사업으로 선정돼 지난 9월 17일부터 공사가 시행되었고 11월 12일 오후에 재개관 축하 행사를 가졌다. 부평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도 녹번만화도서관을 위해 만화를 기증했다. 녹번만화도서관은 부평의 한국만화박물관처럼 규모를 갖춘 본격적인 전문기관은 아니다. 다만, 동네 근처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청소년들이 와서 책꽂이에서 책을 빼내어 그 자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처럼 동화를 주제로 한 만화책도 있다 Ⓒ박세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처럼 동화를 주제로 한 만화책도 있다 Ⓒ박세호

동네 만화방과 비슷한데, 돈을 내지 않는다는 점과 청소년 유해 환경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하겠다. 은평구 구립도서관에서 관리하고, 도서관 열람실에 사서가 나와 앉아서 독서와 생활지도를 도와준다. 어른들이 볼만한 책도 많이 있다. 특히 과학이나 역사서적의 경우에는 기초과정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다양한 세계 각국 에피소드와 토막 상식 등을 흥미로운 방법으로 전달해주는 데에서 만화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한편, 이 도서관에서는 수요일마다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고 매주 토요일 4시에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혹시 신간서적으로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사서 선생님께 구매를 요청하면 된다. 시리즈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요청한 책이 소장가치가 있을 경우 내부에서 구매 검토 회의에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열람실에서는 책을 뽑아 그 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볼 수 있다 Ⓒ박세호

열람실에서는 책을 뽑아 그 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볼 수 있다 Ⓒ박세호

이번에 재개관 공사를 하면서 기존 면적 18㎡에서 38.2㎡로 열람 공간 면적을 확장한 녹번만화도서관은 국·공립 작은도서관 기준 면적을 충족해 정식 작은도서관으로 등록된다. 그 결과 지역 내 공공도서관과 다양한 연계협력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유아교육기관에서도 녹번만화도서관으로 견학을 온다. 만화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 각종 인형 만들기, 봉투 만들기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만화의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시각적 효과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스토리와 내용이다. 종이 위 만화 공간에 아름다운 그림이나 디자인이 실린다면, 모두들 눈 호강, 마음 힐링으로 보람 있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림책 감상, 읽어주기 등도 시도할 만하다. 토요일 오후 4시 항상 개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감상 시간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키득키득 만화교실’은 초등학생 대상으로 선정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만화로 표현하는 그리기 활동이다. 수강일은 월요일로 정해 월 1~2회 수준에서 계속 이어진다.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외부 강사를 초대하기도 한다. 만화는 어떻게 그려지나, 만화를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읽을까? 보통은 취미와 상식선에서 공부하지만, 때로는 장래 미술가나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도 수강생 중에서 나올 수 있다.

작가와의 만남 강좌를 아이들이 주의를 기울이며 듣고 있다 Ⓒ박세호

작가와의 만남 강좌를 아이들이 주의를 기울이며 듣고 있다 Ⓒ박세호

지난 가을 만화작품을 그리는 서정은 작가와의 시간을 가졌을 때는 사회적기업 빌딩 내 대강의실 전체 좌석을 채웠다. 만화작법 강의를 들으면서 어린이들이 직접 도화지 위에 그림과 만화를 그려볼 수 있는 실습 체험 시간이 있었다. 이런 체험학습 시간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서정은 작가는 자신을 알리는 가장 유효한 방밥으로 <노아X엑스>, <쿠키런 어드벤처>, <수학도둑31>, <코믹 메이플 스토리> 그리고 중국어판 만화책 1점 등 대표작들을 진열대 위에 전시용으로 늘어놓았다. 이런 만화책들이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참석한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이미 벌써 잘 알려진 책 이름이며 캐릭터인 듯 싶었다.

만화 그리는 교실 체험학습이다 Ⓒ박세호

각자 앉은 자리 책상 위엔 큰 백지가 두 세장 놓여있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할 수 있는 필기도구와 크레용, 그리고 색연필 등이 다 갖춰져 있었다. 서정은 작가는 스스로 일찍부터 미술과 만화에 소질과 취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불필요한 고민과 시간 낭비 없이 만화를 배우는 일을 시작했고, 중견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유명작들을 몇 권 내었다. 또한 새로운 만화작법을 스스로 개발해 이러한 방식을 만화지망생들, 그리고 동료 만화가들에게도 권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서정은 작가가 만화작법과 제작 과정을 PPT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 Ⓒ박세호

서정은 작가가 만화작법과  제작 과정을 PPT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 Ⓒ박세호

그가 개발한 새로운 만화작법이란 컴퓨터를 활용해 첫 장면을 그려 기초적인 데이터로 기본 틀을 잡아주는 것이다. 스토리의 진전과 캐릭터의 확충에 따라 도안이나 작법단계가 되면 그러한 변신은 컴퓨터 워킹으로 모두를 충당코자 하는 것이다. 컴퓨터 합성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질적 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을 더해 주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 가면서 모든 것이 지능화, 자동화되는 추세와도 닮은꼴이라고 하겠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위해 작가의 대표작들을 전시대 위에 늘어놓았다 Ⓒ박세호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위해 작가의 대표작들을 전시대 위에 늘어놓았다 Ⓒ박세호

특히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은평상상허브) 빌딩 단지에는 사회적기업 회원, 협동조합, 서울자유시민대학 은평구학습장 등이 모두 입주한 큰 빌딩인만큼 크고 작은 강의실과 이벤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만화도서관의 열람실 규모는 작아도, 은평구립도서관 강당이나 시청각실, 사회적기업 빌딩 등 활동 무대는 아주 넓은 셈이다.

  신간서적 중에 다양한 분야와 장르의 책들이 보인다 Ⓒ박세호

 신간서적 중에 다양한 분야와 장르의 책들이 보인다 Ⓒ박세호

만화도서관의 운영이나 이용 절차 등은 일반도서관과 매우 유사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집으로 대출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개관 후 다시 방문해 보니 넓어진 공간만큼 책이 많이 늘었고, 학습만화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서 면에서는 과학, 역사, 전통 의상과 음식과 예절, 동식물 이야기 등 유초등 중고생 학습에 치중하는 교양서적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모험만화, 순정만화, 과학공상 만화, 전쟁 만화, 동물 만화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의 만화도 여전히 풍부하다.

역사 만화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세호

역사 만화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세호

어린이들은 공룡이나 밀림의 맹수, 무기와 총기류, 우주선, 순정만화, 판타지물 등 각자 선호하는 콘텐츠가 다르고 또 성장하면서 패턴이 달라진다. 아빠와 손잡고 만화를 보러올 수 있다면, 그것이 조금 더 발전해 근처 대형서점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구립도서관을 같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만화 독서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이를 통해 가족애를 키우고 독서와 토론의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위인전 만화도 흥미 있고 본받을 만한 교육적인 내용이 많으니 독서의 양을 늘리는 좋은 방책이 될 것이다. 독서는 다독과 정독을 여건에 따라 모두 실천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때때로 들려주는 만화감상법이나 만화작법 강의의 목적은 만화는 어떠한 목적과 창작과정을 통하여 제작 되는가 하는 이해를 갖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만화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선생님이나 부모님, 그리고 선배들과의 대화의 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방과후 교실이나 자율학습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화도서관은 일반도서관들처럼 독서의욕을 갖게 하는데 공통점이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상상력과 꿈을 키워준다는 장점을 크게 살릴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수고하는 많은 활동가들과 도서관 전문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화는 일반 서적들과 비교해 재미있고 독특한 제목이 많다 Ⓒ박세호

만화는 일반 서적들과 비교해 재미있고 독특한 제목이 많다 Ⓒ박세호

●녹번만화도서관

⊙운영시간 : 평일 09:00~18:00 / 주말 09:00~18:00
⊙휴일 :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기타 도서관 사정에 의한 임시 휴관일
⊙주요 서비스 : 아동부터 성인까지 열람할 수 있는 만화 도서 소장, 만화책 열람(무료), 관외 대출 불가, 매주 토요일 오후 애니메이션 상영, 다양한 만화 관련 문화프로그램 개
문의: 02-356-1676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