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기억하지 않으면 진실은 사라집니다"
발행일 2019.12.23. 16:35
불편해도 마주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광장과 공원, 학교와 버스, 지하철역 등 곳곳에서 마주하는 아픈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도 그 중 하나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독일, 캐나다와 중국에까지 자리하며 뼈아픈 역사를 응시하라고 한다.
서울 한성대입구역에 세워진 한중 소녀상. 단발의 한국인 소녀와 머리를 땋은 중국 소녀상을 한중 합작으로 만들었다 ⓒ박은영
2011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소녀상이 지난 8월, 일본 공공미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와 중단 그리고 다시 전시가 이어지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가만히 지켜보며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녀상의 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소녀상은 조금씩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박은영
세월이 흘러 소녀는 할머니가 됐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은 모습 그대로다. 현실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녀상의 모습은 그런 세상을 향해 조금씩 다른 형상으로 존재한다. 의자에 앉은 모습부터 곧게 서거나 살짝 들린 발, 소녀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새의 형상, 머리를 길게 땋은 소녀상이 우리 소녀상 옆에 앉아 있는 모습까지... 그러나 다양한 형상과 달리 세상을 향한 소녀의 눈빛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흰저고리와 검은치마를 입은 소녀상 ⓒ박은영
서울시는 그 소녀상을 또 다른 방법으로 제작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바로 포스터다. 지난 12월 11일,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충무로역 일대에 등장한 소녀상 포스터는 렌즈에 의해 영상이 서로 다르게 굴절되는 '렌티큘라 방식'을 사용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띄는데, 방향을 달리해 바라볼 때마다 소녀상이 흐릿해지고,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빈 의자와 ‘기억하지 않으면 진실은 사라집니다’라는 문구만 남는다.
따스한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소녀상 ⓒ박은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소녀상 포스터는 2016년 8월,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해 남산 통감관저터에 조성한 추모 공간, ‘남산 기억의 터’로 가는 길인 명동역과 충무로역 일대에 부착됐다. 아울러, 지상의 가로판매대와 구두수선대 일부에서도 볼 수 있다.
'기억의 터'가 조성된 남산공원 내 통감관저 터 ⓒ박은영
‘기억의 터'가 조성된 남산공원 내 통감관저 터는 1910년 한일합병 조약이 강제로 체결된 장소다. 서울시는 치욕스러운 역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추모하기 위해 기억의 터를 만들었다. 또한 이곳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뜻에 따라 1만 9,754명의 범국민 모금 운동으로 탄생한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새롭게 선보인 소녀상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띈다 ⓒ박은영
아픈 역사에 대한 경각심과 공간에 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된 기억의 터에 대한 홍보는 계속될 것이다. 서울시는 기억의 터가 멀리서도 인지될 뿐만 아니라 추모객들의 지속적 방문을 통해 따뜻하고도 소중한 공간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조명, 상징 조형물, 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다양한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기억의 터'는 1만 9,754명의 범국민 모금 운동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박은영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떠올리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 중 우리 곁에 남은 생존자는 이제 20명뿐. 역사는 아파도 결국 시간은 흐른다. 할머니가 된 소녀들, 역사의 산 증인인 그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기억의 터'는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와 400미터 가면 만날 수 있다 ⓒ박은영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은 역사를 우리는 아프게 마주해야 한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가해자를 향한 또 다른 저항이니 말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처럼 아픈 과거를 통해 현재가 있음을, '기억의 터'를 통해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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