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위로를 건네는 여의도 샛강 겨울숲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19.12.20. 11:20

수정일 2019.12.20. 17:24

조회 2,530

지난 휴일에는 한강 유역에 있는 '생태공원'을 찾았다. 다녀온 곳은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이다. ‘난지생태습지원’을 비롯해 서울에 있는 5군데 생태공원 가운데 한 곳이다. 생태공원은 수질 등 자연 환경을 개선하고 그곳에 사는 각종 생물들을 보호하고자 만든 공간을 말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서울시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만든 생태공원이다. 수목이나 초지 등 기존 환경을 최대한 재할용한 특징이 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1997년에 처음 조성되었으며 2010년 대규모 확장 공사를 거쳐 지금에 이른다. 여의도 남쪽을 감싸듯이 흐르는 샛강 길이 4.6, 폭 130m 수변의 약 75만 8,000㎡(약 23만평)로 산책로만 7.4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샛강 줄기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한갓지게 걸으며 힐링하기에 좋다
샛강 줄기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힐링하기에 좋다 ⓒ염승

샛강으로 이어지는 수로가 농촌마을과 같은 정겨움을 안겨준다.
샛강으로 이어지는 수로가 농촌마을 같은 정겨움을 안겨준다 ⓒ염승화

공원은 샛강 줄기를 따라 구렁이처럼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있기에 진입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그 중 가장 짧은 통로인 지하철 9호선 샛강역에서 내려 공원 동쪽으로 들어갔다. 먼저 63빌딩 방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동쪽 끝 지점까지 갔다가 되짚어 서쪽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갈 요량이다. 단, 공원을 구석구석 보느라 갈 때는 샛강을 바투 끼고 나 있는 산책로로 갔다가 올 때는 공원 안쪽 산책로로 걷는다. 

왕복 거리 약 2 쯤 되는 이 구간에서는 자유수면습지, 수질정화원 등을 지나게 된다. 물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샛강 줄기를 바라보며 걸으니 저절로 심신이 안정되는 듯하다. 농촌 마을 시냇물처럼 정겨움이 솟는 수로를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의교 위에서 바라본 샛강 일대가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여의교 위에서 바라본 샛강 일대 풍경 ⓒ염승화

데크 따라 갈대습지 등 습지 곳곳을 눈앞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데크를 따라 이어진 습지가 한폭의 그림 같다 ⓒ염승화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 뒤에는 샛강역과 대방역 간을 잇는 여의교 밑을 지나 습지 구역으로 간다. 여의교 위는 짙은 갈색옷을 입은 샛강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좋은 전망대이기도 하다. 그 다음 다리인 샛강다리까지 약 850m 구간 내에서는 생태연못과 오리못, 여의못, 방개못 등 여러 연못들과 해오라기숲, 그늘마루 등 이름도 고운 숲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오솔길과 목재 데크를 따라 습지와 초지 등 이른바 ‘샛강숲’을 두루 번갈아가며 살펴볼 수 있다.  바퀴를 돌아도 모자라겠다 싶을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기에 가던 길을 자주 멈추어야 한다. 생태연못 군데군데에서 무성히 군락을 이루고 사는 습지식물들에 특히 눈길이 꽂힌다. 갈대나 부들 등 습지식물들은 유속을 느리게 하고, 오염물을 흡수 및 침전시켜 수질을 정화하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샛강생태공원의 메인 연못 여의못의 물은 인근 지하철역사의 깨끗한 지하수를 끌어다 쓴다.
샛강생태공원의 메인 연못인 여의못은 인근 여의도역에서 지하수를 끌어들여 조성해 물이 맑고 깨끗하다 ⓒ염승화

여의못 수면 위를 지나는 데크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못은 인근 여의도역에서 배출하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조성한 못이라는 특성이 있다. 모래무지, 동자개 등 1급수에서만 사는 민물고기들이 살 수 있을 만큼 물이 맑다고 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 물 속으로 온전히 잠기는 샛강다리와 수목들의 물그림자가 인상 깊게 남는다.

샛강다리 위에서 바라본 공원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샛강다리 위에서 바라 본 공원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염승화

샛강다리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일몰 풍광
샛강다리 위에서 바라본 일몰 광경 ⓒ염승화

샛강다리는 여의도 윤중초등학교 앞과 신길동 신길역 사이를 연결한다. 세련된 양식을 갖춘 이 다리는 주변 풍경과 전망이 빼어난 샛강의 핫 플레이스다. 다리 밑에서 올려다본 모습도 공연히 색다르게 보인다. 마침 저녁 해가 기울 무렵이라 더욱 근사한 풍광들을 기대하며 계단을 부리나케 뛰어 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 밑으로 펼쳐지는 샛강과 주위 숲뿐만 아니라 신길동 방면으로 연출되는 일몰 장면이 넋을 놓고 바라봐야 할 정도로 수려하다.

비오톱이 설치된 샛강과 수변 산책로 구간
비오톱이 설치된 샛강과 수변 산책로 구간 ⓒ염승화

잠시 후 샛강다리를 내려온 뒤에는 발걸음이 한층 빨라진다. 그새 사위가 점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 중앙을 남북으로 가르는 대로와 연결되는 서울교 아래를 지나자 바로 버들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은 여의도공원 남단인 자연생태 숲 쪽으로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곳부터 샛강이 한강물로 합류하는 서쪽 끝 하류까지는 물억새 군락, 창포원, 버드나무 군락지 등이 형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버들광장을 지난 직후 창포원이 있는 부분 약 230m는 샛강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진다.

수변 옆으로 곧게 뻗은 산책로를 종종걸음으로 내딛는다. 하지만 이내 방향을 틀어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넌 뒤 비오톱(biotope)이 설치되어 있는 건너편 수변으로 간다. 비오톱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숲, 습지, 가로수 등 도심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공물이나 자연물로 지역 생태계 향상에 기여하는 작은 생물서식공간이다. 

못내 아쉬우나 날이 어두워 더 이상은 탐방이 무리라는 판단이 서서 발길을 돌리고야 만다. 가지 못한 나머지 장소는 눈꽃이 필 때에 가보기로 기약해 본다. 오후 2시경부터 4시간가량 공원을 누볐음에도 4분의 1쯤은 미처 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것이다. 막상 다니다보니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넓고 큰 공간이라는 점을 체감한다. 공원을 꼼꼼히 살피면서 다니려면 나들이 시간을 넉넉히 잡고 찾는 것이 좋겠다 싶다. 

내친 김에 2% 모자란 점도 지적해 본다. 개원한지 오래된 곳이라서 그런지 곳곳에 놓여 있는 안내 표지판 등 각종 게시물들 중에는 색이 많이 바래있거나 칠이 벗겨져 있는 것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여러가지 체험프로그램을 상시운영하는 여의도샛강안내센터 전경
여의도샛강안내센터 전경.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염승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자연학습장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까?’, ‘내 손으로 만드는 크리스마스트리’, 샛강에서 놀자‘, 숲가꾸기-새와 곤충을 위한 샛강 비오톱 만들기‘ 등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어린이와 유아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여의도샛강안내센터에서 준비하니 이용에 참고하면 된다. 예약 및 신청은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서 하면 된다.

서울 도심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숲과 초지와 습지 등이 한데 어우러진 친환경 생태공원. 공원 내 어디서든 한갓지게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푹 젖을 수 있는 매력 철철 넘치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으로의 겨울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 및 관람 안내
○ 교통
- 지하철 9호선 샛강역 3번 출구 >약 130m(도보 2~3분) > 생태공원 입구
-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 약 350m(도보 약 6분) > 샛강 문화다리
- 지하철 1호선 신길역 2번 출구 > 약 280m(도보 약 5분) > 샛강 문화다리
○ 운영 : 연중 상시 개방/ 입장료 없음
○ 체험 프로그램 신청 및 예약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9 일대
○ 문의 : 여의도 샛강 안내센터 02-3780-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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