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창경궁 대온실' 풍경

시민기자 정인선

발행일 2019.12.18. 13:57

수정일 2019.12.18. 17:03

조회 2,512

창경궁 대온실 외관 ⓒ정인선
창경궁 대온실 외관 ⓒ정인선

창경궁 대온실은 창경궁 입구에서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궁을 보다가 10분 후 쯤 만나게 된다. 1909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건축 뼈대는 목재와 철재로 이루어져 있고, 겉면은 온통 유리로 덮여있다. 일제는 1907년 우리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온 것에 맞추어 창경궁 전각들을 헐고 그 자리에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고, 1909년 일반인에게도 개방했다. 그 목적은 궁궐의 권위를 격하시키기 위해서 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온실은 일제의 나쁜 의도 아래 훼손된 창경궁의 일면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건축된 지 이미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그 자체가 역사적 가치와 건축적 의미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등록문화재이다. 대온실 앞에는 르네상스풍의 분수와 미로식 정원도 함께 조성했다.

대온실 내부 ⓒ정인선
대온실 내부 ⓒ정인선

현재 대온실은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야생화, 자생식물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보지 못할 울릉도와 독도의 자생식물도 있어 새로운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재미가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은 없지만 단아하고 품위가 느껴지는 온실이다. 

또한 내부가 습하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아서 쾌적함이 느껴지고 관람을 하고 나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유리를 통해 햇살이 들어와서 온실의 온도도 유지시켜주고, 빛이 온실을 꽉 채우며 색 창과 어울려 식물마저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햇빛이 예쁘게 들어와서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라 사진기 매고 출사 나온 분들도 많다. 

온실의 구조는 직사각형으로 길어서 복도를 걷는 기분이고, 중앙에 또 다른 직사각형 공간이 있어 미로처럼 돌다 보면 작은 온실이지만 한참 돌게 되어 마치 큰 온실 같은 느낌을 준다. 추운 겨울, 따뜻하고 청량한 봄날을 만날 수 있다.

 금감나무 ⓒ정인선
금감나무 ⓒ정인선

금감나무는 백색 꽃이 1~2개 달리며 열매는 오렌지색으로 익고 3~5월에 수확한다. 나무 크기에 따라 한 그루당 수백 개 이상의 열매가 달린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설 직전에 집앞에 금감나무를 심으면 행운과 번영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대온실 중앙 부분에 서서 사방을 돌아보면 살짝 밀림에 여행 온 기분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렇게 나무들이 울창하고, 계절과 수종에 상관없이 모든 식물을 잘 유지시켜서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게 하기까지, 뒤에서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많은 손이 있음이 절로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천연기념물 후계목 ⓒ정인선
천연기념물 후계목 ⓒ정인선

후계목이란 다음 세대의 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창경궁 대온실의 후계목은 문화재청의 전통수목양묘사업소에서 유전자원 보전을 목적으로 어머니 격인 ‘천연기념물 나무’에서 직접 유전자를 채취해 성장시켰다. 

창경궁 대온실에는 이 밖에도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천연기념물 제63호),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천연기념물 제124호),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 양구 개느삼(천연기념물 제372호), 괴산 추점리 미선나무(천연기념물 제220호), 거제 하동리 동백나무(천연기념물 제233호),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122호)의 후계목과 신기한 식충식물과 고사리류 등 70여 종의 식물이 전시되고 있다. 

전통수목양묘사업소는 사릉(조선 제6대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능)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수목 육성 우량종자의 묘목을 생산해 궁, 능, 원에 분양하고 있다.

왼쪽부터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창덕궁 향나무,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정인선
왼쪽부터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창덕궁 향나무,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정인선

'꽝꽝나무 군락'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있다면적 4,231꽝꽝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서 높이가 1.53m에 달한다이 군락은 200여 그루로 되었는데 수목을 벌채한 곳에 드문드문 자라고 있으며원줄기의 지름이 10㎝ 정도인 것도 있다겨울에 잎을 따다가 난로 위에 놓으면 꽝꽝’ 하고 소리를 내면서 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을 얻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군락'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에 있다남쪽 해안가 산에 50여 그루가 듬성듬성 집단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나무들의 높이는 약 23m 정도 된다전하는 말에 의하면 집안에 마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음력 2월 1일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꺾어 물고기와 같이 문 앞에 매다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창덕궁 향나무'는 창덕궁 내에 있는 향나무다왕실의 서고였던 보각과 봉모당이 나란히 서 있는데이 두 건물 사이의 잔디밭 왼쪽 끝 길가에 서 있다수령 700년으로 추정되는 이 향나무의 크기는 높이 6m, 가슴 높이 줄기둘레 4.3m, 가지 퍼짐은 동쪽 5.5m, 서쪽 6.0m, 남쪽 2m, 북쪽 3.5m이다이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은 313.5이다용트림하는 모양의 줄기가 꼬여 있는 것이 특이하다.

분홍 동백나무 ⓒ정인선
분홍 동백나무 ⓒ정인선

동백은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에는 동백나무숲이 천연기념물로 여러 곳에 지정 보호되고 있다. 그중에서 제169호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동백나무숲의 기원은 3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량 첨사가 바다에 밀려온 꽃 뭉치 꿈을 꾸었는데 그 꽃을 가꾸어서 종자를 바닷가에 번식시키면 만세에 웃음꽃이 필 것이라고 했다. 잠에서 깨서 아침에 바닷가에 가보니 꿈에 본 꽃을 발견했고 그 꽃을 가꾸어온 것이 바로 이 동백나무숲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겨울에서 초봄에 걸쳐 가지 끝에 분홍색 꽃이 1개씩 달리며,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아름다운 핑크색 동백은 따뜻한 남쪽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데 서울 창경궁 대온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창경궁과 서양식 유리 온실,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다른 시공에 있는 것처럼 조용한 공간, 궁의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운 온실을 만날 수 있는 창경궁 대온실을 추운 겨울, 따스한 나들이 코스로 추천한다.

■ 창경궁 대온실 관람통제(야간 미운영) 안내
- 온실 식물 생육에 적정한 실내 온도 유지를 위한 출입 통제(18시까지만 운영) 기간 : 2019년 12월 1일~2020년 2월 28일

 창경궁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문의 : 02-762-4868)
- 입장료 : 1,000원
- 입장시간 : 9:00~21:00 매표, 입장시간 20시까지, 월요일 휴궁
- 창경궁 홈페이지(
cgg.c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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