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을지로까지’ 이 거리 매력 넘치네

시민기자 박영실

Visit315 Date2019.11.01 07:33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거리, 과연 나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낮에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느껴지는 가을의 마지막 문턱, 서울 토박이로 살면서 숱하게 걸었던 충무로부터 을지로 거리를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걸어보았다. 평소 익숙한 거리지만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걷다보니, 서울 거리의 새로운 숨은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거리 전체가 전시회장…충무로 필동 문화예술거리

도보해설여행의 첫 코스는 충무로 일대의 예술 거리. 과거 ‘영화 거리’로 유명했던 충무로가 요즘은 젊은층들이 자주 찾는 문화예술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고 한다. 바로 필동 문화예술거리인 ‘예술통’과 ‘스트리트 뮤지엄’ 덕분이다.

필동예술문화거리 '예술통'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박우영

필동예술문화거리 ‘예술통’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박우영

스트리트뮤지엄은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중구 필동 예술통 삼거리와 남산골 한옥마을 일대에 조성돼 있다. 이 스트리트뮤지엄에는 총 8개의 작품들이 도로변 자투리 공간이나 골목길 버려진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일대 거리를 걸으며 8개의 예술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격적으로 필동 문화예술 거리를 걷기 전에 꼭 들려야 할 곳은 바로 남학당이다. 남학당은 조선시대의 중등교육기관인 한성 사부학당 중 하나로, 남부학당 터의 서까래와 대들보를 살려 지은 건물이다. 마침 비어 있는 남학당 2층에 올라가니, 40여 명 정도가 앉을 수 있을만큼 넓은 공간이 나온다. 현재는 다양한 클래스와 이벤트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일반인 대여도 가능하다.

남학당 외부 전경 ©박영실

남학당 외부 전경 ©박영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남학당을 나와보니, 바로 옆에는 예술통 안내데스크가 보인다. 이곳에선 스트리트뮤지엄 안내 브로슈어와 스탬프투어 용지도 받을 수 있으니 꼭 한번 들려 보기를 추천한다.

남학당 옆에 위치한 예술통 안내데스크 전경 © 박영실

남학당 옆에 위치한 예술통 안내데스크 전경 © 박영실

필동문화예술거리 예술통은 스트리트뮤지엄, 마이크로뮤지엄, 오픈뮤지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예술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체 거리가 포토존으로 불리울만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들도 많다. 이곳 예술거리 곳곳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여러 작가들의 숨은 노력도 많았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모습을 딴 실물 크기의 조각상을 여러 개 전시해 놓은 김원근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김원근 작가의 작품 중 한 조각상 ©박영실

김원근 작가의 작품 중 한 조각상 ©박영실

스트리트뮤지엄의 8개 예술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둥지’란 작품이다. 육교 옆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겉으로 보기엔 큰 둥지처럼 보이는 공간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이다.

스트리트뮤지엄 예술 작품 중 '둥지' 전경 ©박우영

스트리트뮤지엄 예술 작품 중 ‘둥지’ 전경 ©박우영

벽화부터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미디어 아트 등 크고 작은 아기자기한 예술 작품들이 그야말로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녹아있다. 천천히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예술통 골목 끝이 다다랐다.

골목길 바닥에 새겨 놓은 필동문화예술의 거리 로고 ⓒ박우영

골목길 바닥에 새겨 놓은 필동문화예술의 거리 로고 ⓒ박우영


역사적 의미 찾아보며 걸어보는 을지로 골목길

충무로 예술거리를 나와보니, 이젠 더욱 익숙한 을지로 골목이 이어진다. 충무로와 을지로3가역 사이 골목은 원래 오래된 인쇄소가 많다. 일제강점기 때 이 일대에 자리잡은 영화관의 영화 홍보 전단을 인쇄하는 업체가 생겨나면서 인쇄 골목으로 성장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이 을지로 일대 골목을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해설을 들으며 걷다보니, 새롭게 알게된 역사적 장소도 속속 발견할 수 있었다.

1403년 금속활자를 만들던 곳으로 유명한 주자소터를 지나, 좀 더 내려가다보면 1751년 균역법 제정을 위해 설립한 균역청 터가 나온다. 균역청 터 인근에는 덕혜옹주가 다니던 학교로 잘 알려진 경성일출공립심상소학교 터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설명을 듣고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역사적 명소들이 이렇게 거리 곳곳에 숨어 있었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물론 현재는 그 의미를 알려주는 표지석만 남아있지만, 역사적 거리를 걷는 느낌이었다.

주자소 터를 알리는 표지석 ©박영실

주자소 터를 알리는 표지석 ©박영실

을지로 골목을 좀 더 걸어가다보니, 서울 최초의 경찰서인 ‘중부 경찰서’가 보인다. 이곳 정문 옆에는 세조의 장녀 의숙공주의 생가터로 유명한 ‘영희전 터’가 위치해 있다. 이곳까지 왔다면, 잠깐 중부경찰서 안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중부경찰서 안에 위치한 경찰 역사 박물관 외부 ©박영실

중부경찰서 안에 위치한 경찰 역사 박물관 외부 ©박영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들어가지 않을 곳이지만, 중부경찰서 안 1층 로비에는 누구나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작은 경찰 역사박물관이 있다. 옛 경찰관 제복부터 80년대, 90년대 경찰 급여액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월급봉투까지 전시되어 있어,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다.

물론, 을지로 거리에 이런 역사적 장소만 있는것은 아니다. 새롭게 활력이 넘쳐나는 골목도 있다. 20여 년 전부터 저렴한 안주와 함께 맥주를 파는 가게가 모여 있는 을지로 3가 주변은 퇴근 후 몰려든 직장인들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2015년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특히 요즘 젊은층에서는 ‘힙지로’라고 불리우며 핫한 명소가 되기도 했다. 낮에 걸어서 아쉽게도 시끌벅적한 골목 풍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저녁 6시부터 자정 12시까지는 차량들을 전면 통제하고 골목 전체가 야외 테이블로 가득하다고 하니, 그 자체가 또한 멋진 명소일 듯하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낮 시간대는 여느 골목과 비슷해보이나, 저녁 6시 이후엔 야외 테이블로 가득찬 거리가 된다 ©박우영

을지로 노가리 골목. 낮 시간대는 여느 골목과 비슷해보이나, 저녁 6시 이후엔 야외 테이블로 가득찬 거리가 된다 ©박우영

을지로 골목을 나와 수표교를 건너다보니, 종교적으로 의미있는 한 장소에 다다랐다. 바로 ‘이벽의 집터’다. 이곳은 1784년, 한국 최초로 영세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이 수표교 인근 이벽의 집에서 천주교 신도들에게 첫 세례를 거행했다고 해서, 한국 천주교 창립터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벽의 집터 인근에 위치한 한국 천주교회 창립 터 ©박영실

이벽의 집터 인근에 위치한 한국 천주교회 창립 터 ©박영실

수표교를 넘어 을지로 골목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바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이다. 지난 2019년 3월에 새롭게 개관한 전태일 기념관은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다.

전태일 기념관 외부 전경 ©박영실

전태일 기념관 외부 전경 ©박영실

전태일 기념관은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의 기념관이기도 하다 ©박영실

전태일 기념관은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의 기념관이기도 하다 ©박영실

전태일 기념관 3층 전시회 관람권 ©박영실

전태일 기념관 3층 전시회 관람권 ©박영실

기념관 3층에는 전태일의 어린시절부터 가족, 일, 삶 등스물셋의 일생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상시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해설사가 설명해주는 전태일의 삶 전반에 대한 뒷 이야기를 함께 듣다보니 다시한번 그의 일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망 좋은 서울 한복판의 쉼터, 세운상가의 화려한 변신

충무로, 을지로 도보해설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을지로 세운상가. 예전 전자부품이나 악기 상가로 유명했던 세운상가는 1980년대 이후부터 용산전자상가나 여러 백화점 등이 외부로 빠지게 되며 슬럼화가 진행되던 중, 재건축이 아닌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변모했다.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앞뜰과 종묘 전경 ©박우영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앞뜰과 종묘 전경 ©박우영

특히 ‘세운옥상’으로 불리는 9층 루프탑은 확트인 종묘 앞 전경부터 반대편 남산타워까지 조망이 멋진 공간이다. 낮시간대에 올라가보니, 점심시간을 맞은 근처 직장인들부터 종로를 찾은 젊은이들까지 휴게 공간을 자유롭게 채우고 있었다.

세운상가 9층 루프탑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전경과 휴게 공간 ©박우영

세운상가 9층 루프탑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전경과 휴게 공간  © 박우영

다시 1층으로 내려와보니, 세운상가 1층에 색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세운 상가 건물을 철거하려다 발견된 조선 시대 유적지 발굴 현장이다. 지하 3미터 깊이에 각 시대에 따라 지어진 각종 건물 34계 동이 확인되었는데, 현재 보전 전시된 유적은 조선 전기 15~16세기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세운상가 발굴 유적 관련 설명판 ©박영실

세운상가 발굴 유적 관련 설명판 ©박영실

세운상가 발굴 유적 ©박영실

세운상가 발굴 유적 ©박영실

서울의 한복판, 세운상가에서 과거 선조들의 삶의 일부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그동안 몰랐던 세운상가의 숨은 매력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발견된 작은 유물 전시관 구경을 끝으로 두시간 반 남짓의 짧은 도보여행을 마쳤다.

이전에는 몰랐던 거리 속에 숨겨진 역사, 문화, 자연 등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걷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 모를만큼 새로운 곳을 여행한 느낌이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 가을, 익숙한 서울이지만, 새로운 서울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다면, 서울 도보해설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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