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소통을 더하다 ‘광화문광장 시민토론회’ 현장

시민기자 김영배

Visit50 Date2019.12.06 18:31

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4차 토론회장 모습. 김영배 기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4차 토론회장 ⓒ김영배

서울 종로구에 있는 조선시대 법궁(法宮), 즉 정궁인 경복궁 정문이 광화문(光化門)이다. 세종대로의 북단이고 경복궁의 남쪽이다. 경복궁 건립 당시인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에 만들어진 문이다. 이곳은 임금과 백성이 소통하던 문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일제 강점기 때 헐려 동쪽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광복 후 제위치 복원 당시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아픔이 있는 곳이다. 그 앞 옛 육조거리가 지금은 통칭 ‘광화문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이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시인 9년 전에 1차 정비를 해 오늘에 이른다. 당시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국민 눈높이나 요구 수준으로 정비하지 못한 탓으로 지금 재구조화를 요구받는 사정에 처해 있다. 이에 서울시는 재구조화 및 운영관리 개선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사업단을 구성하고  힘차게 추진하던 이 사업은 중도에 소통 부족이란 장애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3년 전부터 광화문포럼을 조직해 수많은 전문가 및 시민의 참여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시 입장에선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이러한 이유로 시는 올해 전문가와 시민참여단을 확대해 토론을 통한 의견수렴, SNS를 통한 직접 수렴, 광장 발언대를 통한 의견 접수,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강화했다. ‘광화문추진단 홈페이지www.seoul.go.kr/gwanghwamun’와 서울시 소통 공간 ‘민주주의 서울https://democracy.seoul.go.kr/front/seoulAsk/view.do?sn=185460‘도 구비돼 있다. 소통공간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 5,000명이 참여하면 시장이 답변하는 코너다. 

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은 지난달에만 해도 광화문광장에서 현장 홍보 도시락 행사, 고궁박물관 성숙한 집회문화 다과회, 시청 대회의실에서의 역사인문학 강좌, 시민참여단 워크숍 등 숨가쁜 소통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애초 설계안까지 공모해 연초 발표됐지만, 시민단체 등의 부정적 여론이 일자 지난 9월에 박원순 시장이 결단해 사업을 과감히 중지시키고, 대시민 완전 소통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벌써 여러 차례 시장 주관 시민토론회가 이어지고 있다.

토론회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배

토론회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배

그간 여러차례 시민 공개토론회를 참여하고 취재 보도를 했지만 특히 지난 4일 오후에 열린 4회차 토론회는 결론을 도출하는 주제라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열린 토론회는 전문가 패널, 시민참여자, 시관계자, 취재보도 인원 등 200여 명이 홀을 꽉 채운 가운데 진행됐다.

강병근 건축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전문가 패널로 김은희 도시연대정책연구센터장, 남은경 경실련도시개혁센터 국장, 신희권 서울시립대역사학과교수,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유나경 PMA도시환경연구소 소장,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소장, 함인선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등 단골손님이 참석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어떻게 조성해야 하나?’란 주제부터 눈길을 끌었다. ‘광장 조성 원칙과 방향 설정’을 위한 자리다.

하지만, 이 토론회는 시초부터 소란스러웠다. 참석자 중 인근 주민 특히 평창동·부암동 등 거주자 10여 명의 반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들은 동네 지형상 시내 출입통로가 광화문 광장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광화문 일대 집회 시위로 인해 청계천 등으로 나갈 시에 장시간 체류돼 고통을 받아 불만이 크다고 한다. 새로운 광장이 조성되면 교통이 더 불편하게 바뀔까 걱정된다고 했다. 

좌장 강병근 건축대학교 명예교수가 발언 중인 모습 ⓒ김영배

좌장 강병근 건축대학교 명예교수가 발언 중인 모습 ⓒ김영배

지역 주민 호소가 다소 길게 이어져 대다수가 불편함을 느꼈지만, 주민 입장에서 간절히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대다수가 토론문화에 익숙하지도 못한 점도 고려할 만하다. 소통이란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현장이었다. 토론장이 소란스러워지자 한 시민참여자는 ‘시청이 전문가 및 시민의견을 참조해 시안을 여러 개 만들되 최종 결정은 다수 여론조사로 간단히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지난 9월에 시민목소리를 치열하게 듣겠다고 말한 것을 상기하면서, 토론을 통해 “광장의 공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운영 측면도 고민해서 시민고통을 경감시키고 시민이 즐기는 공간이 돼 국민 차원에서 자랑스런 공간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 실시한 광화문 광장 시민추진단 추가 위촉식 및 워크숍 장면. 강옥현 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배

올해 초에 실시한 광화문 광장 시민추진단 추가 위촉식 및 워크숍 장면. 강옥현 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배

원 광화문광장시민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각자가 그리는 광장의 모습이 다양하고 여러 의견이 있지만, 토론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담아 시민중심 광장으로 거듭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 좌장을 맡은 강병근 건축대학교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담론 위주의 토론이었다면 이날은 대안 제시 하는 토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토론 결과 ⓵차량 중심에서 사람중심 공간화 추구 ⓶단계적으로 보행공간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언급했다.

전문가 패널로 참가한 남은경 경실련도시개혁센터 국장은 “교통해결이 안 되면 추진이 불필요하다”면서 “섣부른 행정은 불편과 갈등을 야기한다”고 “주민 설득 못 할 시 원점화 하라”고 지적했다.

김은희 도시연대정책연구소장은, 그래도 “서울시의 이런 행정자료 공개 자체가 과거와 다르고 획기적이다”면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공식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권·생활권 논의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신규·추가 위촉한 한 시민추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강옥현 단장 ⓒ김영배

올해 3월, 신규·추가 위촉한 한 시민추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강옥현 단장 ⓒ김영배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장은, 광장 논의 방식이 미흡하다. 광장의 정의부터 필요하다. 고차 방적식의 문제인데 1·2차 방정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단순 방식은 곤란하다. 오랜시간 장기 숙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오성훈 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은 “서울 주요 간선도로 개편계획과 연계하고 특히 세종대로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해외 사례를 들며” 도로가 꼭 아스팔트화 해서 차량만 점유하는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차량 운영방식도 고도화 해야 한다. 차종, 이용자, 시간대, 주말 등 요일별, 거주자, 일반통행자, 전기버스만 순환 등으로 세분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교통 부담 경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세계 많은 도시가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조선시대형 경복궁 복원은 불가하나, 월대 복원은 후손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인선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는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추진하는 시나리오베이스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토론에 또 토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참여자도 지겹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2월 7일은 DDP에서, 15일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양일 간에 걸쳐 구청 단위에서 시민 300명을 토론자로 고루 선정해 종일 걸리는 끝장 ‘대토론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6일에는 교통분야의 찾아가는 전문가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시의 올해 공개 ‘시민공개토론회’ 여정을 살펴보면, ‘서울시, 새로운 광화문광장 다양한 학회와 릴레이 찾아가는 전문가 토론회’를 2회에 걸쳐 개최했다. 지난 11월 15일 S타워 지하 강당에서 도시분야의 ‘광화문광장의 위상 및 주변지역 발전방향’ 토의가 있었다. 이후 21일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차 토론회에는 역사 분야로 시민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올해 초 시청 회의실에서 광화문광장 시민참여단이 내가 희망하는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적어서 전시하고 있다 ⓒ김영배
올해 초 시청 회의실에서 광화문광장 시민참여단이 내가 희망하는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적어서 전시하고 있다 ⓒ김영배 

일반시민 대상 1차 토론은 지난 10월 18일,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교통대책을 주제로 토의해 교통변화와 연계한 광장의 단계적 전면 보행화 공감대를 형성했다. 차량중심에서 사람중심 공간으로 조성해 역사성 시민성 등 가치 실현을 전제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차 토론회는 지난 11월 7일, 신청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광화문광장은 보행중심도시로 전환하는 교통정책의 시발점임을 인식하는 자리였다. 3차 토론회는 지난 11월 27일, 종로구청 4층 한우리홀에서 열렸다. 집회·시위문화 및 제도개선, 시민중심의 광장문화 조성 및 운영에 대부분 공감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6일, 광화문광장 현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일반시민이 광장재구조화 요구 희망서를 써 내고 있다 ⓒ김영배

지난달 26일, 광화문광장 현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일반시민이 광장재구조화 요구 희망서를 써 내고 있다 ⓒ김영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하루빨리 속도를 내어 시행하고, 새로운 운영개념도 수립해 서울 시민은 물론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첨단 미래형 광장’이 조속히 완료되길 바란다. 그간 수년에 걸친 수차례 토론 시 여론수렴 결과를 보면 재구조화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지역주민 일부 외 거의 없었다고 하니,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 그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더 이상의 토론보다 복수의 시안을 조기에 확정해 제시하고, 여론조사형 시민 다수결을 구함이 옳다. 토론 등은 올해 안에 종료하길 바란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박원순 시장 강력한 의지와 시민 존중의 겸허한 추진방식에 격려를 보내면서 지치지 않고 용기를 내 가일층 분발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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