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각 절로! 효심 가득한 장소 2곳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9.12.05. 12:50

수정일 2019.12.06. 10:01

조회 1,550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봐야 해"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한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것 2가지를 말하라면 '충'과 '효'라 말하고 싶다. 눈에 보이는 것만 쫓고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눈 봉사나 귀머거리로 사는 것 아닐까. 옛 노들나루 한강대교 남쪽에는 '효(孝)'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있어 찾아갔다. 

노들나루(노량진) 언덕에 있는 용양봉저정

노들나루(노량진) 언덕에 있는 용양봉저정 ⓒ최용수

지금의 동작구 노량진동은 예로부터 노량진(露梁津) · 노도진(露渡津) · 노량진도(鷺梁津渡) · 노들나루라고도 불리었다. 서울과 과천·시흥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나루로, 조선시대의 9개의 간선로(幹線路) 중 충청도와 전라도 방면으로 향하는 제6·7·8호 간선로의 길목이다.

동작충효길의 용양봉저정과 효사정 위치 안내도

동작충효길 안내도 ⓒ최용수

교통의 요지에 위치했던 ‘나루’여서 사람들의 이용이 많았다. 당시 나했루에 속한 선박(津船)이 10척이었고, 관선(官船)은 15척이나 되었다. 또한 나루 남쪽 언덕에는 노량원(鷺梁院)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도승(渡丞)이 배치되어 포구 관리를 맡았다. 1917년 10월 최초의 다리인 한강인도교가 설치되어 한강의 남북을 연결하는 1번 국도가 완성된 교통이 목이다.

동작구에서는 현충원과 용양봉저정, 효사정을 연결하여 동작충효길을 조성하였다.
동작구에서는 현충원과 용양봉저정, 효사정과 연결하여 동작충효길을 조성했다 ⓒ최용수

바로 이 지역에 동작구가 조성한 '동작충효길'이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이 동작구에 있어서 ‘충(忠)의 길’은 쉬이 짐작이 되지만, 어떤 연유에서 ‘효(孝)의 길’이 되었을까? 의문이 생겨 노들나루 일대를 둘러보았다.

정면에서 바라본 용양봉저정 모습

용양봉저정 ⓒ최용수

지하철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 한강대교 방향으로 7분 정도 걸었다. 현재 노량진 수원지 건너편 작은 언덕 위에 고풍스러운 건물 하나가 서있다. 아버지를 그리는 정조 임금의 지극한 효심이 녹아있는 '용양봉저정(龍驤鳳翥亭)'이다.

용양봉저정은 ‘용이 뛰놀고 봉황이 높이 난다’는 뜻이다. 정조 대왕은 아버지인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묘가 있는 수원 화산(華山)의 현륭원(顯隆園)을 자주 찾았었다. 그 때마다 노들강(지금의 한강)에 배다리(舟橋)를 가설하여 건넜는데,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 어가(御駕)를 머물게 하고 쉴 자리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지은 정자가 '용양봉저정'이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 좋은 곳으로 쉼과 점심을 먹는 주정소(晝停所)였다.

정조대왕 능행길에 대한 설명이 용양봉저정 내부에 게시되어 있다.

용양봉저정 내에는 정조대왕 능행길에 대한 설명 안내도가 있다 ⓒ최용수

몇 계단을 오르니 한적한 분위기의 기와집 건물이 나타났다. 정면 6칸, 측면 2칸. 가운데에 온돌방을 두고 양쪽에 툇간과 사방에는 띠살분합문을 달았다. 이중량(二重樑)을 둔 오량구조, 겹처마집이다. 당시에는 정문과 누정 등 두세 채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용양봉저정만이 남아 있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되어 있다.

흑석동 한강변 언덕 위에 있는 효사정의 야경

흑석동 한강변에 위치해 있는 효사정 야경 ⓒ최용수

용양봉저정을 둘러보고 흑석동 방향으로 향했다. 인도를 따라 10여분 걸어가니 한강변 언덕 위로 향하는 계단길이 나타났다. 왼쪽으로 난 계단을 올랐다. 확 트인 조망, '효사정(孝思亭)'이다. 한강변에 이런 조망 명소가 숨어 있었다니... 

이 정자는 세종 때 한성부윤과 우의정을 지낸 공숙공 노한대감의 별서이다. 노한대감은 모친을 여의고 3년간 시묘를 했던 자리에 정자를 짓고, 개성에 있는 아버님 산소를 바라보며 추모하던 곳이다. 노한대감의 효심을 보고 당시 이조판서 강석덕이 정자 이름을 효사정(孝思亭)이라 지었다고 한다.

효사정에는 노한대감의 효심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효사정에는 노한대감의 효심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정인지, 서거정 등의 <시문>과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참고해 지금의 자리에 신축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 5량 집 구조와 검소한 지붕, 주위에는 난간을 둘렀다. 당시 한강을 끼고 있는 정자 가운데 경관이 일품인 것으로 유명하였다. 신숙주, 정인지, 서거정 등 내노라 하던 문인들이 효사정의 정취와 이름의 참뜻을 시로 읊어 기렸다. 조선시대 효의 상징으로 이름을 떨쳤고, 지금은 입소문이 난 서울시 우수조망명소 중 하나이다.

서울시우수조망명소 효사정에서 바라본 풍경

서울시우수조망명소 효사정에서 바라본 풍경 ⓒ최용수

효사정에 오르니 강바람이 시원하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한강대교, 노들섬이 손에 잡힐 듯 하고, 고개를 들면 남산, 북한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 우수조망명소다운 풍광을 선물해 준다. 

최근 노들섬은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 개장하였다.

노들섬 ⓒ최용수

낮이 짧은 요즘, 가족 나들이 장소로서 용양봉저정과 효사정은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좋고 걷기에도 편안한 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인근의 새로 개장한 노들섬 나들이도 알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옛 임금과 선비의 효(孝) 이야기는 우리 아이 인성교육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이곳을 둘러보면 누구나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씩 하게 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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