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 검벽돌집' 음식도 대화도 맛있어지는 곳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9.12.04. 11:35

수정일 2019.12.04. 17:46

조회 5,848

함께 누리고 공유할 곳이 많아지면,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을까.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역 일대 거점시설 오픈행사가 열렸다. 바로 서계동에 위치한 감나무집, 은행나무집, 빌라집, 청파언덕집과 중림동의 중림창고, 회현동의 회현사랑채, 계단집, 검벽돌집 등 여덟 곳이다.

거점시설로 탄생한 회현동 검벽돌집Ⓒ김윤경

거점시설로 탄생한 회현동 검벽돌집Ⓒ김윤경

도시재생 지역은 주민들이 모일 소통공간이 부족해 거점시설이 필요하지만, 매입절차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센터 담당자들은 전문가 및 주민들과 함께 2016년 여름부터 거점시설을 찾아 다녔고, 2016년 서계동 감나무집 및 2017년 서계동 은행나무집, 청파 언덕집 등을 매입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여덟 곳에는 그동안 지켜봐 온 땀이 녹아있어 더욱 기대된다. 거점시설 개관식을 축하하며 3일간 특별 프로그램과 오픈 행사가 진행됐다. 이중 검벽돌집에서 열리는 ‘이욱정 PD와 함께 하는 쿠킹 스튜디오(COOKING STUDIO)’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누들로드 등으로 유명한 전 KBS 이욱정 PD와 요리시연 및 공연 등을 함께 하는 자리였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15명을 모집했는데 자칫하면 신청을 못했을 만큼 바로 마감되었다.

검은벽돌집 내부 올라가는 계단 한쪽에는 장식품과 책들로 꾸며있다 Ⓒ김윤경

검은벽돌집 내부 올라가는 계단 한쪽에는 장식품과 책들로 꾸며 Ⓒ김윤경

회현동 1가 100-145에 위치한 검벽돌집은 남산옛길 끝자락에 자리한 검은색 벽돌이 눈에 띄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오르막에 위치해 조금 발품을 들여야 한다. 회현동 주민센터를 지나 올라가면 까만 벽돌과 흐릿하게 뿜는 빛이 인상적이다. 조리실과 쿠킹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경이 묘미를 더한다. 민현준 홍익대 교수가 설계를 맡아 현장을 살렸으며, 천장과 어울리게 테이블을 강철로 만드는 등 여기저기 신경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장식품 하나하나 살펴봐도 재미있다 Ⓒ김윤경

장식품 하나하나 살펴봐도 재미있다 Ⓒ김윤경

“여기 도서관에 같지 않아? 책 빌려 읽고 싶어지는데.”

“분위기가 너무 예뻐. 소품도 아기자기하고.”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되자, 이욱정 PD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검벽돌집을 찬찬히 둘러봤다.

야외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김윤경

야외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김윤경

특히 야외테라스로 나가자 모두 환성을 질렀다. 앞쪽으로는 서울타워가 보이며 왼편에는 마지막 시민아파트인 회현시민아파트가 보이는 광경에 참가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을 와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높이까지 올라온 적은 없었어요.” 해금과 얼후를 연주한 김지은 씨는 검벽돌집에 처음 온 소감을 말하며 해금과 중국 전통악기 얼후의 차이를 설명해줬다. 이어 본격적인 음악공연이 펼쳐졌다. 얼후로 연주하는 ‘월량대표아적심’에 분위기는 절로 따스하고 노곤해졌다.

국악과 해금이 어우러진 공연은 분위기를 한껏 따뜻하게 만들었다 Ⓒ김윤경

국악과 해금이 어우러진 공연은 분위기를 한껏 따뜻하게 만들었다 Ⓒ김윤경

“12월 긴긴 밤에 군불을 지펴놓고...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어떤 달이든 좋아~”

이윽고 판소리 흥부가가 흥을 불렀다. 원래 전통판소리는 관객과 함께 어우러져 부르는데 언젠가부터 무대화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가까이 관객과 함께 하는 건 처음이라는 말에 모두 박수를 쳤다.

음식에 관한 판소리를 듣자 슬슬 배가 고파왔다. 마침 알맞게 아래층 지역에 관련한 음식이 마련됐다. 음식으로 도시재생을 지향하는 이욱정PD 취지처럼 반찬부터 약주까지 회현동과 관련 깊은 음식이 준비되었다. 더욱이 먹는 시간까지 쉐프의 요리시연을 보여줘 빈틈없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정된 자리마다 이름표와 메뉴가 적힌 도시락이 놓였다 Ⓒ김윤경

지정된 자리마다 이름표와 메뉴가 적힌 도시락이 놓였 Ⓒ김윤경

자리마다 정성스레 참가자 이름을 적어놓은 회현도시락은 회현동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유종하 셰프가 동네 특성을 살린 술을 이용한 요리였다. 삼겹살 술찜과 술지게미 장아찌, 참나물 겉절이와 함께 회현동 주민들이 담근 남촌주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남주북병’. 서울 남촌은 술맛이 좋고 북촌은 떡 맛이 좋다는 그 말처럼 회현동 주민들은 그동안 남촌주 주민모임을 만들며 전통을 살리는 모임을 해왔다.

회현동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쉐프가 설명하는 요리 Ⓒ김윤경

회현동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쉐프가 설명하는 요리 Ⓒ김윤경

서울역 일대 거점시설 중 하나인 검벽돌집은 이욱정 PD가 함께하는 요리 인류팀과 다양한 교육 및 체험을 펼치며, 지역 특화 식문화 및 상품 개발을 하게 된다. 스튜디오 키친, 도서관 등으로 구성된 이곳에서 유명 요리사들의 음식 시연과 시민 참여 요리 교실 을 운영할 계획 중에 있다. 또한 근처에 있는 정화예술대학의 외식조리학과와 협업할 준비도 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는 ‘요리인류 서울의 맛’으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오디세이 나이트(FOOD ODYSSEY NIGHT)'를 열 예정이다. 인류 식문화의 중요한 이야기를 듣고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세미나와 서울 도심 속에서 즐기는 영화와 음식, 문학까지 알차게 꾸며져 있다.

주방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사진 촬영 중인 참가자들 Ⓒ김윤경

 주방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사진 촬영 중인 참가자들 Ⓒ김윤경

친구가 예약을 해줘 오게 되었다는 김소정 씨는 “서울역 근처에서 회사에 다니는데 가까이 이런 곳이 생겨 기쁘다”며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훨씬 알차서 놀랐는데 특히 얼후라는 악기로 연주했던 공연이 참 기억에 남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전날 개관식에 이어 연 이틀을 참가했다는 송혜경 씨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국악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즐거웠고 동네 요리사 이야기가 소박한 재미를 더해준 거 같다”고 답했다.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 공간은 소통을 만든다 Ⓒ김윤경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 공간은 소통을 만든다 Ⓒ김윤경

알싸한 추위가 몸을 웅크리게 만들었던 날, 따뜻한 공간에서 달달하고 따스한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접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대화도 열렸다. 이곳에서 또 얼마나 많은 미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한편,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은 서울역, 중림동, 회현동, 서계동, 남대문시장 일대를 아우른다.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은 2015년부터 진행되어온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림, 회현, 서계동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도시재생 전문 협동조합으로 2019년 설립인가를 받았다. 현재 주민기자단과 함께 계간지  '서울역..후'를 발행하며 축제기획단, 공간운영단 등 주민들과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12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 서울로7017을 중심으로 주변지역 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검벽돌집
- 주소:서울시 중구 회현동 1가 100-145
- 문의: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02-3275-7774
※ 추후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eoul.crc.2019/ )을 통해 참여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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