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도시재생 축제 ‘다시 쓰는 영등포’ 현장

시민기자 김진흥

Visit475 Date2019.11.29 11:14

“공장과 젊은 창작가들 모두가 늘어나는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보다 공장이 오래도록 지키고 있어야 이 마을에 희망이 있어요”

서울시에서 기계금속 소공인들과 젊은 예술가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어우러져 지내는 곳이 있다. 바로 영등포 문래동이다. 옛 영광을 누리며 활발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쇠퇴기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영등포는 도시 재생을 통해 또 한번 변화를 꿈꾸고 있다. 서울시는 영등포의 도시 재생에 대해 여러 주민들이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9 다시 쓰는 영등포>에 온 시민들 ⓒ김진흥
‘2019 포’에 온 시민들 ⓒ김진흥

11월 22일, 서울시는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근린공원 일대서 ‘2019 다시 쓰는 영등포’를 개최했다. 서울 서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도시 재생 축제다. 이틀간 진행된 행사는 도시 재생 주체인 소공인, 문화예술인, 지역주민들이 함께 영등포, 경인로 지역의 미래상을 공유하고 도시재생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2019 다시 쓰는 영등포’는 이름부터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우고 새로 쓰는 도시가 아닌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라는 의미를 담았다. 즉, 사람이 중심이 되어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와 공존하고 지역주민의 생활에 활력있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서울형 도시 재생’의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영등포에 대해 적는 시민들 ⓒ김진흥
본인이 생각하는 영등포에 대해 적는 시민들 ⓒ김진흥

<2019 다시 쓰는 영등포> 축제 입구에는 영등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됐다. 영등포 문래동은 공장이 들어서기 전, 사람들로 빼곡했다. 특히, 문래동 4가의 ‘오백 채’ 길은 다닥다닥 붙은 단층짜리 낡은 집에 오백을 헤아리는 집들이 들어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사람들이 연립주택과 아파트로 옮기면서 그 자리에는 공장들이 들어섰다.

현재 서울시에서 철재상가로는 구로동이 유명하지만 이전에는 문래동이 철재상들의 중심지였다. 문래동 한 주민은 “1976년도를 기점으로 20여 년간 ‘철재’하면 문래동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문래동은 전통 제조업의 중심지이자 뿌리산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이 시행되며 대부분 공장들은 지방으로 이전했다.

<공개 반상회>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김진흥
‘공개 반상회’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김진흥

현재 영등포 문래동은 영등포역을 필두로 기계금속 소공인 집적지와 문래창작촌, 대선제분과 영일시장이 함께 있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지역이 됐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영등포 도시 재생의 주요 과제다. 그래서 서울시는 <2019 다시 쓰는 영등포>를 통해 이곳에 거주하는 여러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개 반상회>였다. ‘내가 살고 싶은 영등포’를 주제로 영등포 주민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자유 발언을 하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당 약 10분간 자유 발언 기회를 주었다. 모든 발언들이 종료되면 시민들의 공개 투표가 진행돼 주민의 공감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날 22일에 주민들이 생각하는 도시 재생, 영등포를 말했다면 다음날인 23일에는 전문가들의 도시 재생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인문학 작가인 조승연과 도시 재생 전문가 정석 교수가 한 시간씩 <우리 동네, 도시 이야기>, <도시 재생 이야기> 강연을 펼쳤다.

강의하는 조승연 작가 ⓒ김진흥
강의하는 조승연 작가 ⓒ김진흥

조승연 작가는 세계 여러 도시들을 직접 다니며 겪은 것들을 얘기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조 작가는 “사람들마다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 주택, 아파트 등 어느 집에서 사는지도 각각 생각하는 게 다르고 추구하는 것도 다르다. 이러한 다름을 사람들이 서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살기 좋은 도시는 건물들이 휘황찬란하게 있는 게 아닌 서로 손가락질하지 않는 도시, 여러 주민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다”라고 말했다.

정석 교수는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시의 도시 재생은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으로만 여겼다. 뉴타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후유증이 큰 게 현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재생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재생이 올바른 길이다”라고 전했다.

금속 부품 놀이를 하는 시민들 ⓒ김진흥
금속 부품 놀이를 하는 시민들 ⓒ김진흥

중앙광장에서는 문래동 소공인들의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소공인 크래프트 체험 ‘2023 타임캡슐캔 만들기’와 ‘금속 부품 놀이’, ‘문래동 소공인 스토리 엽서 제공’ 등 우리 생활 속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래동 장인들의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광장 옆 다목적광장에는 문래창작촌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시민들을 맞이했다. 여러 부스들을 설치해 예술 체험놀이를 진행했다. 철을 활용해 자유롭게 색을 입히는 ‘철을 물들이다’, 금속 소재를 직접 자르고 눌러 내 이름을 새긴 책갈피를 만드는 ‘뚝딱뚝딱 책갈피’ 등 다양한 체험들을 할 수 있었다.

친환경재료로 만든 제품들을 선보이는 영등포 예술가들 ⓒ김진흥
친환경재료로 만든 제품들을 선보이는 영등포 예술가들 ⓒ김진흥

아이들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은 여러 체험들을 하면서 신기해 했다. 초등학생 김서원 군은 “처음 본 것들이 있어서 신기했고 친절히 알려주셔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 시민 임수정 씨는 “영등포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는지 잘 몰랐다. 공장들이 있는 건 어느 정도 알았지만 공장과 예술가들이 공존하는 건 잘 알지 못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돼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영등포에 대한 바람을 적은 시민들의 메시지들 ⓒ김진흥
영등포에 대한 바람을 적은 시민들의 메시지들 ⓒ김진흥

한켠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영등포 모습에 대해 메시지를 적을 수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 본인이 바라는 영등포의 모습을 그리며 글로 담았다. 한 시민은 “화려하지 않아도 되니 걱정, 근심 없이 사람 살기 좋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영등포 일대 공연팀으로 구성된 ‘ 연’이 진행됐다.

서울시는 도시 재생 사업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꼽는다. 독단적으로 시가 밀어붙이는 정책이 아닌 시와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끼리 교감하면서 지역에 맞는 도시 재생 정책들을 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영등포의 도시 재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 행사가 영등포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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