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월대(月臺)를 복원해야 할까?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19.11.25. 11:55

수정일 2020.11.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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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장의 홍보배너와 접수대에서 참가접수하는 시민들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위상과 월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접수대 모습 ⓒ조시승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위상과 월대(月臺)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월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월대는 궁궐의 정전과 같은 중요한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로 주로 석재를 사용하여 지반보다 높게 만들며 궁중의 각종 행사가 있을 때 이용된다. 이러한 월대는 광화문과 하나인 문화유산 건축물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사라졌다.

특히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 월대는 중요 행사가 있을 때 국왕이 출입하면서 백성과 연결되던 소통과 화합의 장소였다. 또한 월대를 둘러싼 광화문 주변 역시 국왕의 궁궐 밖 행차에서 어가앞 상소 등을 통해 백성과 소통을 이루던 공간이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직·율곡로 도로로 인해 지금까지 복원이 어려운 상태였다.

포스트 타워 10층 대회의실 토론회장에서 임창수 사업반장이 프리젠테이션하고 있다.

서울 소공동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토론회장 모습 ⓒ조시승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지난 11월 21일(목) 서울 소공동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위상과 월대’라는 주제로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한 두번째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월대 복원의 필요성을 놓고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인사말에서 "2009년도에 만든 현 광화문광장에 대해 지난 3년간에 걸쳐 회의와 논의를 통해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시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경청하고 수렴하는 기회를 갖고 더 나아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은 두번째 전문가 토론회로 역사분야 전문가를 모셨다. 600년의 역사,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천년 역사의 중요성을 갖는 광화문이다. 이 자리가 서로 소통하며 의견을 존중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명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은 인사말을 하며 경복궁 복원의 구체적 수치까지 밝혔다. "1990년부터 30년간 경복궁을 29%, 110동을 복원했다. 2045년까지 59동을 추가로 복원, 완전한 경복궁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복궁은 연간 6백만 명, 외국인 관광객만 2백만 명이 찾아오는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관광지다. 월대는 광화문의 첫 얼굴이고 소통과 문화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진한 한국역사연구회장은 "광화문은 한양도성의 중심공간이었고 경제발전기에는 교통의 중심지였으며 현재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이번 토론이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역사문화관광자원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희망을 피력했다.

토론회장에서 배포한 책자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토론회장에서 배포한 책자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모습 ⓒ조시승

첫번째 발제는 한국학 중앙연구원 전우용 교수의 ‘대한민국과 경복궁 앞’이라는 주제발표였다. 전교수는 "조선왕조 도성 조영 당시 법궁인 경복궁의 입지와 형태는 하늘(天)-군주-신민(臣民)으로 하강하는 유교적 통치이념이었다. 남쪽으로 향한 넓은 길은 국가 주권을, 길의 방향은 왕권의 소재를, 너비는 왕권의 크기를, 길이는 왕권이 미치는 범위였다. 왕권의 공간인 궁궐과 신민의 공간인 관청가(官廳街) 사이에는 월대(月臺)가 있어 두 공간을 구별하는 동시에 연결했다. 월대는 왕권의 존엄과 신민의 결합을 함께 표상하는 시설물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세워지고 해방 이후 구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에 이어 경복궁이 복원되었고, 광화문은 국가 상징가로서 공론의 장, 시민의 광장으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월대의 복원은 역사와 현실, 전통과 현대, 왕도정치와 시민주권을 구분하고 연결하는 아이콘이며 역사의 연속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물이니 필히 복원이 요구된다"고 이야기했다.

프리젠테이션하는 서울시 임창수 광화문광장 사업반장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업반장이 발표 중인 모습 ⓒ조시승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사업반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제 통치 정당화를 위한 의도적 왜곡과 차량중심구조로 변화하면서 수도 서울의 중심 광화문의 도시구조가 훼손되었다. 지난 30년간 광장다운 광장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여전히 역사공간 조성 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2008년 사람중심 공간으로 한걸음 나아갔으나 접근성, 시민성 차원에서 부족했다. 광장조성의 방향과 원칙은 ①역사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 ②국가중심공간 ➂공공적으로 진화되는 공간 ④일상과 비일상이 소통하는 장소 ⑤상향적,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대표공간 시민공간으로 자리매김될 것임을 알렸다.

문화재청 이정연과장이 복원사업 추진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연 문화재청 복원정비과장이 경복궁 복원사업 추진경과를 설명 중인 모습 ⓒ조시승

이정연 문화재청 복원정비과장은 ‘경복궁 복원사업 추진경과’ 보고에서 "1395년 경복궁 창건 당시 월대가 없었으나 세종실록에 월대 필요성이 제기되어 1431년 광화문을 고쳐 지었을 때 월대를 만들었다. 세종 때부터 월대는 각종 의례와 행사의 장이었고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후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865년 광화문 복원되었을 때 월대도 함께 복원되었음을 알렸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것을 2006년~2011년 경복궁 광화문 및 주변시설 복원공사를 통해 약 8m만 복원되었다"고 말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경기대 안창모 교수는 ‘경복궁-세종대로의 근현대기 도시구조와 건축변화’를 주제로 고증을 통한 도표와 사진을 인용해 발표했다. 안교수는 "대원군은 개항요구의 국제정세에 대해 경복궁뿐 아니라 삼군부(三軍府)와 의정부(議政府)를 중건, 한 나라의 정령(政令)을 살려 왕권회복과 강건함을 이루려 노력했다. 조선시대 500년간 유지되던 광화문 앞 정치적 중심구조는 대한제국기에 대한문 앞으로 중심축이 잠시 이동하였으나 해방과 더불어 광화문은 정치중심지로 복원되었다. 월대 없는 경복궁은 좀 더 역사적 가치와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자 류성룡교수가 질의에 대한 보충설명을 하고있다.

사회자 류성룡 고려대 교수가 질의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조시승

잠시 토론자를 위한 테이블 세팅과 휴식 시간을 갖고 바로 전문가 자유토론 시간을 가졌다. 좌장은 홍순민 명지대 교수였다. 그는 예단을 갖기 보다는 합의를 향해 진전이 기대되는 토론을 주문했다.

첫번째 토론자는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였다.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졌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①광장을 왜 지금 누구를 위하여 고쳐야 하며 누가 원했는가? ②설계공모 가이드라인이 편측광장, 세종문화회관으로 기울고 있고 ➂월대, 해태상을 세우고 역사광장으로 세우는 것이 민주·시민광장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 심층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장의 내용을 정리, 송고하는 기자들의 모습


대전대 장지연 교수는 지방과 중앙의 위상이 달라졌다. 근대 유산 역할을 제시하는 데 그만한 예산과 행정력 투자를 해야 하는가? 국가중요도 차원에서 순위 아젠다(Agenda)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립대 신희권 교수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문화재 복원으로 인한 폐해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월대는 원래 광화문과 붙어있던 시설로 문화재적 관점에서 광화문과 함께 복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를 월대를 통해 연결하면 상징적 관점에서도 구분과 통합이 될 것이라는 가치판단의 의미를 부여했다. 같은 대학 염복규 교수는 월대 복원에 신중해야 하고 복원을 한다면 역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장에서 한 시민이 질의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질의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조시승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우용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로 전 세계가 보행중심으로 가는 만큼, 광화문 광장은 교통보다 역사성을 중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의미에서 월대 복원은 상징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관광전문가 호원대 장병권 교수는 연간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서울에 오는데 그중 600만 명이 경복궁을 방문한다. 북측의 경복궁 모습과 반대편 시위하는 모습이 지역주민과 외국인 관광객 관점에서는 불편하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의 질의 응답시간에 강북구의 윤정이 아빠라는 시민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여가의 광장이 되기를 희망했다. 집회로 인한 여가선용이 피해를 본다면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해결책을 요구했다. 역사적 피해의식의 광장회복보다는 인근 주민의 출퇴근이 편리한 광화문지역이 되기를 주문하는 시민도 있었다. 민주시민이 중심이 되는 광화문광장조성사업비로 60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고 보도가 되었는데 이는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처리하겠다는 말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좌장 홍순민 명지대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좌장 홍순민 명지대 교수가 발언 중인 모습 ⓒ조시승

경실련 시민연대 전상봉 씨는 역사성은 살려야 하지만 사직로·율곡로가 있기에 고민되고 역사광장 시민광장의 단절문제도 있다. 월대복원에 관하여 시민들에게 납득할 명분이 없으면 접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갈등의 광장에서 평화의 광장을 주문하는 종로구민도 있었다. 건축가이자 사직동 주민이라고 밝힌 시민은 광화문이 보행의 거리는 원래 아니었고 삼청동천과 백운동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2, 제3의 피맛골이라 생각한다. 차도를 줄이면 뒷길로 갈텐데 경희궁길, 새문안길, 종로구청 앞길의 보행 네트워크를 파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토로하기도 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토론 마무리 발언 중인 모습 ⓒ조시승

질의에 대한 답변에 나선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업반장은 지역주민과 외국인들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세밀한 검토를 하겠고 예산이 반영된 문제는 현재 기준으로 잡아두는 것이고 논의결과에 따라 나중에 확정되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 문제는 법적인 문제도 있고 이번 토론회는 역사부문이기에 답변을 못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정연 문화재청 정비과장은 답변에서 월대복원은 광화문광장 역사성 회복의 방점을 찍는 숙원사업임을 밝혔다. 류성룡 고려대 교수도 월대가 사라진 것이며 광화문과 하나의 건축물임을 설명했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제기된 여러 부문의 문제점들을 잘 정리하고 다듬어 서울시와 관계기관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 다각도로 검토하여 정책에 반영될 것을 약속하고 토론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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