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에서 서소문까지, 단풍 곱게 물든 걷기 좋은 길

시민기자 염승화

Visit410 Date2019.11.15 14:58

지난 11월 11일 늦은 오전부터 점심 무렵까지 서울 시내 도로변을 무작정 걸었다. 예정에 없이 걸은 길은 마포구 공덕동 오거리 부근에서부터 중구 서소문로 지하철 시청역 부근까지다. 길이는 3km쯤. 약간 멀게도 느껴지나 휘적휘적 걸으면 4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막상 걷다 보니 2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길을 지나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추었다. 말하자면 가다 서다를 반복한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딱 하나, 가로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공덕역 부근 가로변의 단풍이 잔뜩 들어있다.

공덕역 부근 가로변에 단풍이 짙게 물들었다 ⓒ염승화

공덕동 오거리 모퉁이에 있는 지하철 공덕역 2번 출구 앞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그곳은 마포대로와 만리재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잠시 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다가 이내 마포대로 애오개역 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마침 그 앞길로 길게 단풍빛이 펼쳐지는 멋진 가로수들로 눈길이 갔다. 길 건너편 가로도 온통 울긋불긋하다.

공덕역 부근에서 마주한 유물 공덕리금표 흥선대원군 별장이 있던 곳에 세워진 것이다.

공덕역 부근에서 마주한 유물 ‘공덕리 금표’. 흥선대원군 별장이 있던 인근에 세워진 것이다 ⓒ염승화

인사하는 사람, Greetingman 등 대형 조형물들을 만나는 재미가 크다

KPX빌딩 앞에는 인사하는 사람을 형상화 한 ‘Greetingman’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염승화

몇 걸음 떼지도 않은 듯싶은데, 가로변 녹지공간에서 뜻밖에도 유물 한 점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그 유물은 ‘공덕리 금표’로 불리는 작은 비석이다. 1870년 조선 고종황제의 생부인 흥선대원군 별장이 있던 인근에 세워졌다고 한다. 비석에는 120보 가량 떨어져 있는 곳부터는 출입을 금한다는 의미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지역은 연변에 고층 빌딩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빌딩마다 설치되어 있는 대형 조형물들을 조우하는 재미가 삼삼하다. 그 가운데 인사하는 사람을 형상화한 ‘Greetingman’이라는 작품에  시선이 꽂힌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경의를 표하는 우리의 상징’이라는 작품 설명도 맘에 든다. 키가 자그마치 3.6m에 달하는 이 ‘사람’은 KPX빌딩 앞에 서 있다.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은 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애오개 방면 도로가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애오개 방면 도로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염승화

도로변에서 만나는 여러 조형물 가운데 하나, 빨간 우체통

도보변에서 만난 빨간 우체통 ⓒ염승화

마포경찰서 앞을 거쳐 애오개역에 다다를 때까지도 가로수들은 저마다 멋진 빛을 발하고 있다. 이쪽 길가에서는 단풍 말고도 인상 깊게 마주한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단풍이 잔뜩 든 잎처럼 빨간 몸통을 지닌 커다란 우체통이고, 다른 하나는 고즈넉한 공원 분위기를 자아내는 특별한 모양의 주차 시설이다. 사람 가슴 높이만큼 턱이 높아져 있는 지하철 환풍구도 그 중 하나다. 인도가 품고 있는 각기 다른 조형물들을 살펴보는 쏠쏠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유명 단풍 명소에 버금가는 단풍 풍광을 보인 아현초 앞

유명 단풍 명소 부럽지 않은 풍경을 자아내는 아현초등학교 앞 ⓒ염승화

애오개역을 막 지나자 미처 생각지 못한 장관이 눈앞에 나타난다. 마치 어느 유명한 테마파크의 가을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풍경이 알록달록 화려하다. 아현초등학교 앞이다. 그 모습에 취해 제법 오랜 시간 그 안에 머물러 있었다. 아쉬움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현동 가구거리 노변의 은행나무 단풍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아현동가구거리 도로변에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염승화

곧 신촌로와 마포대로가 마주치는 세 갈래 길이 나타난다. 바로 아현교차로다. 그곳은 가구거리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충정로역이 있는 충정로사거리까지 약 400m는 은행나무 단풍이 대세다. 노란 물결이 출렁이는 듯 은행나무들이 연변을 따라 곱게 믈들어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파란 하늘과 샛노란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충청로바람의언덕으로 불리는 도로변 계단식정원
충정로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계단식 정원 ⓒ염승화

충정로역 앞도 큰 길이 갈라진다. 가던 길로 똑바로 가면 서대문 방향이다. 목적지인 서소문로 시청역으로 가려면 마땅히 길을 건너 우측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충정로역 8번 출구 앞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다 말고 뒤편으로 방향을 튼다. 한 녹지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에 계단식 정원을 조성해 놓은 ‘충정로 바람의 언덕’이다. 연륜이 깊어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와 독특한 조형물을 이 정원에서 만난다. 소나무는 조지 W 부시 전 미대통령이 2011년에 기념으로 심은 것이라고 한다. ‘꿈꾸는 산-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형물은 고향 마을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조형화한 작품이다.

서소문 철도 건널목과 그 뒤로 보이는 서소문역사공원

서소문 철도 건널목과 그 뒤로 보이는 서소문역사공원 ⓒ염승화

은행나무 단풍이 곱게 든 서소문고가도로 옆 도로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름다운 서소문 고가도로 옆 도로변 ⓒ염승화

충정로역을 벗어나 서소문로로 발길을 옮긴다. 이 길은 고가도로가 있고, 철도 건널목을 지나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철길과 바짝 붙은 공간에는 지난 6월에 개관한 서소문역사공원이 있다. 이 길은 고가도로 옆 인도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 단풍이 돋보인다.

문밖만 나가면 쉽게 단풍을 만날 수 있는 요즈음이다. 연중 가장 아름다운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도로변이 컬러풀하다. 굳이 공덕동 ~서소문로 도로변이 아니어도 좋다. 더 늦기 전에 서울시 어디든 단풍으로 물든 가로에서 그 낭만을 즐겨보자.

◈공덕동 오거리~서소문로 가로변 걷기

– 교통 : 지하철 5, 6호선 공덕역 2,3 번 출구/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
– 거리
: 약 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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