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양도성 순성과 함께 하는 절정의 남산 단풍 탐방

시민기자 염승화

Visit406 Date2019.11.08 09:10

서울의 자연 보고인 남산은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흔히 남산둘레길로 불리는 북측순환로의 단풍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 견주어도 손색없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단풍길’로 추천된 그곳에서는 ‘걷기 대회’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자주 열린다. 지난 11월 2일에는 그 일대에서 ‘남산둘레길 축제-가을을 걷고, 가을에 머물다’가 개최되기도 했다. 남산 단풍은 늦은 가을 11월 중순 너머까지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남산의 가을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단지 단풍만이 아니라 남산을 지나는 서울 한양도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를테면 자연과 고풍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2019년 남산 가을의 진면목을 확인하러 길을 잡은 것은 지난 일요일 오후. 이른바 한양도성 순성을 통한 단풍 탐방에 나섰다. 기자가 향한 곳은 남산과 도성이 만나는 곳, 남산 혹은 목멱산 구간으로 불리는 지점이다. 그 거리는 중구 장충체육관 부근과 백범광장 사이를 잇는 4.2km쯤이다. 휘적휘적 걸어가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꼼꼼히 살피고 음미하면서 이동한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남산구간 들머리지점인 장충체육관과 그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남산구간 들머리 구간 장충체육관과 붉게 물든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염승화

들머리는 장충체육관 뒷길로 정한다. 지하철 역사(동대입구역)가 코앞이라 접근하기가 수월한 지점이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출발지는 당연히 탐방객 각자의 취향대로 정하면 된다. 장충체육관 쪽으로 들어서면 남산 정상까지 약 3km 대부분을 오르막으로 가야한다. 비탈이 많고 맨땅도 지나게 되니 되도록 운동화 착용을 권장한다.

신라호텔 정원을 끼고 가는 내부 순성길

신라호텔 정원을 끼고 가는 내부 순성길 ⓒ염승화

성벽을 중심으로 바깥쪽 도심 풍경을 볼 수 있는 외부 순성길 ⓒ염승화

성벽을 중심으로 바깥쪽 도심 풍경을 볼 수 있는 외부 순성길 ⓒ염승화

장충체육관 뒷길부터 조망 명소로 알려진 산 능선 팔각정까지 약 1km는 성벽 안쪽으로 나 있는 내부 순성길과 바깥쪽 외부 순성길 둘 다 진입이 가능하다. 서울 동쪽 동네의 조망은 물론이고 성벽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서로 상반된 풍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묘미가 있는 곳이다. 먼저 들어선 내부 순성길은 고즈넉한 신라호텔 정원을 끼고 간다. 갖가지 수목들이 곱게 물들어 있는 그 안에는 드문드문 대형 조각 작품들도 설치되어 있다.

경상현(현 경북 경산시) 백성들이 공사를 담당한 구간의 시점을 표시한 성돌.

경상현(현 경북 경산시) 백성들이 공사를 담당한 구간의 시점을 표시한 성돌 ⓒ염승화

내부순성길과 외부순성길이 만나는 지점. 서울 동쪽 동네가 보이는 풍경.

외부 순성길과 내부 순성길이 만나는 지점 ⓒ염승화

암문을 통해 외부 순성길로도 나가 본다. 높다란 성벽에 바투 붙어 나 있는 외부 순성길 옆으로는 중구 다산동(신당동) 주택가와 아파트촌이 길게 이어진다. 이 길에서는 ‘각자성석(刻字城石)’, 즉 축성과 관련된 기록이 새겨진 성돌을 발견할 수 있다. 공사구간이나 성벽을 쌓은 지방 이름 등을 새긴 것들이다. 한양도성에는 이곳의 성돌을 포함해 모두 28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계단길은 남산구간의 백미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나무계단길은 남산구간의 백미라 할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염승화

조선 초기의 성벽과 최근에 개축한 성벽까지 비교해 볼 수 있는 곳.

조선 초기의 성벽과 최근에 개축한 성벽을 비교할 수 있는 곳 ⓒ염승화

남산구간의 백미는 국립극장 뒤편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산 정상 방면으로 오르는 외부 순성길 구역이다. 일명 ‘남산 동쪽 나무계단길’로 불리는 곳이다. 한양도성을 처음 쌓은 600년 전 조선 개국 직후 태조 때 쌓은 성벽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의미가 깊다. 14세기 조선 전기와 18, 19세기 중후기 등 시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성벽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필시 마법에 걸린 듯 자꾸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거나 뒤를 돌아보게도 된다.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는 풍경과 고요한 운치가 좋아 절로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감흥이 솟구치곤 한다. 여기서도 ‘각자성석’을 마주할 수 있다. 18세기 초 숙종 때 성을 쌓은 관계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성돌이다. 이 구역은 경사가 제법 심하니 안전사고를 유의해야 한다.

나무계단길을 벗어나 단풍이 절정인 곳에서 남산N타워를 바라본 풍경

단풍이 절정으로 물든 길에서 바라본 남산N타워 전경 ⓒ염승화

남산 정상 부근, 송림과 단풍이 성벽과 어우러진 풍광.

남산 정산 부근. 송림과 단풍, 성벽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염승화

나무계단길을 벗어나 남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은 단풍이 절정이다. 우거진 수목들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남산N타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스쳐 지난다. 이 길에서는 성벽과 숲의 조화가 유난히 두드러진 곳도 만나게 되는데 성벽과 남측순환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외부와 단절된 듯 아늑하고 한가로워 보인다. S자형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그 안으로 걸어가면 송림과 단풍이 성벽과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신비감이 넘치는 동양화를 마주한 듯 심장이 요동을 친다. 글자 그대로 늦가을 낭만이 듬뿍 베인 곳이다. 그곳 구석에 놓여 있는 길쭉한 통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절로 시심이 떠오를 것 같은 분위기가 솔솔 풍긴다. 차를 한잔 마시는 여유마저 가진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있을까 싶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 공사현장에서 바라본 남산의 가을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 현장에서 바라본 남산N타워. 붉게 물든 남산과 푸른 하늘의 대비가 아름답다 ⓒ염승화

남산 꼭대기의 팔각정과 봉수대까지, 그리고 연이어 백범광장을 향해 하산하는 길에는 계속 내부 순성길을 지난다. 전망 공간인 ‘잠두봉 포토 아일랜드’를 거쳐 계단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창 공사 중인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 현장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남산 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찬다. 알록달록 단풍이 온산을 덮고 있다. 곧 저 속도 울긋불긋 물들리라. 바야흐로 남산이 붉게 타고 있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지금 한양도성과 남산 단풍의 진수를 즐겨보자.


●서울 한양도성 남산구간 순성과 단풍 탐방 안내 

⊙교통 :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 약 200m(도보 약 3~4분) > 장충체육관 뒷길 서울 한양도성 남산구간 입구

– 지하철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 > 약 500m(도보 약 7분) 백범광장 > 약 250m(도보 약 3분)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 공사현장

⊙운영시간 : 남산-24시간 연중무휴 / 입장료 없음. 단, 신라호텔~반얀트리클럽 & 스파서울 내부 순성 구간 09:00~18:00

⊙문의 : 서울시청 문화본부 한양도성도감 02) 2133-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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