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대하 넣은 반지김치! 명인과 함께 배워요

시민기자 조성희

발행일 2019.11.06. 14:16

수정일 2019.11.06. 16:17

조회 3,390


식품명인체험홍보관 입구 ©조성희

서울 도심 한복판인 강남역 주변은 토요일 오후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런 도심 한복판에서 마치 시공간이 멈춘 듯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은 바로 식품명인체험홍보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까다로운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 전통식품의 명인들을 지정하는 제도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통식품의 종류에 따라 전국에 78명의 식품명인이 지정되어 있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사전 예약된 분들에게 전통식품 명인님을 모시고 명인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11월 2일(토)에는 김장철을 앞두고 식품명인 제 76호 오숙자 명인(광주광역시)의 반지김치 체험이 있었다.


반지김치 ©조성희

반지김치?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마치 김치 속에 반지라도 넣어서 고백하는 서프라이즈한 김치인가? 반지김치란, 배추김치와 물김치의 중간(반)쯤 되는 김치라는 뜻으로 지어진 전라도 고유의 전통 김치라고 한다. 

오숙자 명인께서 들려주시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이미 준비된 재료만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 외에 낙지, 대하, 청각, 동백하젓, 양지머리, 양지머리 육수 등등 이것이 김치 재료인가? 싶을 정도였다.


식품명인 76호 오숙자 명인과 전수자인 딸 ©조성희

이 모든 재료가 어우러진 맛은 과연 어떨까? 무척 기대감을 가지고 오숙자 반지김치 명인의 김치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나 여행작가가 꿈이었던 오숙자 명인은 국문학도 였을 정도로 식품 관련과를 전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릴 적 친정 할머니께서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실 때는 배우지 않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워낙에 반지김치가 오랜 시간동안 정성을 들여야 하는 김치다 보니 어린 시절 놀고 싶고, 해야 할 공부와 숙제도 많았으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대나무 칼로 긁어서 무 손질하는 모습 ©조성희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는 약 40여명의 체험객들에게 각 테이블마다 오숙자 명인께서 잘 절여오신 배추와 한 테이블에 4명이 사용할 수 있는 김칫소 재료가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우선 앞에서 김칫소 만드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무 1개는 채를 썰어 두고, 밤은 겉과 속껍질을 벗기고 납작하게 편을 썬 다음 채를 썰었다. 대추는 돌려 깍기 한 후 돌돌 말아 채를 썰고 잣은 고깔을 떼어낸다. 무 손질도 그렇지만, 배즙을 낼 때도 절대로 믹서기를 쓰면 맛이 달라진다는 명인님의 이야기에 '김치 라는 것이 참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이구나!' 싶었다. 무 손질도, 배즙을 낼 때도 대나무 칼로 긁어서 손질하는 방법을 보여주셨다.


다양한 반지김치 재료들이 준비된 모습 ©조성희

양지머리를 통으로 고아서 쭉쭉 찢어넣고, 육수는 면포에 받쳐 기름기 제거해서 차갑게 식힌 것을 각 테이블 개인마다 준비해오셨다. 직접 고아온 양지 육수는 궁금해서 뚜껑을 살짝 열어서 냄새도 맡아 보았다. 낙지는 씻어서 먹통을 떼고, 대하는 모래주머니를 제거하여 찜기에 살짝 쪄오셨다. 새우는 껍질을 벗겨 길게 절반으로 자르거나 3등분 하고 낙지는 3㎝ 길이로 잘라서 다리가 두꺼운 부분은 길게 2등분한다. 재료 준비를 많이 해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음에도 각자 해야 할 일들을 2시간의 체험 시간 안에 부지런히 해야 했다.


절임배추에 김칫소를 넣는 모습 ©조성희

이렇게 다양한 재료들로 김칫소를 만들어서 겉대 부분에서부터 차근차근 김칫소를 넣는다. 속대까지 소를 넣으면 반으로 배춧잎을 접고 양쪽 겉잎 두 장을 좌우로 접어 배추를 감싸는데, 짚으로 위아래를 묶는 것이 또 특이하다. 칼집을 넣은 무에도 김칫소를 넣고 빠지지 않게 짚으로 묶는데, 이 짚풀이 배추나 무에서 김칫소가 빠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있지만, 짚풀에서 효모가 나와 더 김치를 맛있게 한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참 신기했다. 이 지푸라기도 모두 소금으로 세척해서 말려 준비해놓으셨다.


낙지에 밑간을 해주시는 오숙자 명인과 채썰기를 하고 있는 마사에 사이토씨 ©조성희

드디어 설명이 끝나고 각자가 배운대로 테이블에 놓인 재료를 채썰기 부터 다듬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분이 먼저 밤을 채썰기 시작했는데 채썰기의 달인이셨다. 무척 솜씨가 좋다고 칭찬을 했는데, 외국분이셔서 한국말이 서툴렀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오신 분. 칼과 도마를 너무 좋아한다며 우리나라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Masae Saito(마사에 사이토)씨는 코엑스 식품전시회를 통해 이곳의 리플렛을 보았고, 한국 전통 김치 담그기가 궁금해서 체험 신청을 했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김치 담그기가 재밌다는 마사에 사이토씨는 '산자' 전통 음식을 체험하러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또 한 번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지김치를 짚풀로 묶고 있다. ©조성희

함께 만든 반지김치는 오숙자 명인님께 자세한 설명을 들었지만, 다시 하나씩 만들어 가자니 헷갈리기도 하고, 쉽진 않았다. 그러나 명인님과 전수자님께서 직접 테이블을 다니면서 도와주시고, 미리 테이블 위에 놓아둔 반지김치 만들기 메뉴얼 종이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중에 집에 가서도 이 종이를 보면서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날 남자분들도 꽤 참석을 하셨는데 이제 김치는 여자만의 관심거리는 아니라는 사실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완성된 김칫소를 배춧잎에 싸서 먹기 전 ©조성희

외국인도 매력을 느끼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자, 계속 계승해나가야 할 자랑이다. 옆자리에 앉은 마사에 사이토씨와 반지김치를 함께 담구면서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각 지역에서 전통식품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명인님들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고 그분들의 전통 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무척 흥미로웠다. 외국인도 서울에서 이런 전통음식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11, 12월 전통식품 체험 계획이 담긴 리플릿 ©조성희

11월, 12월 앞으로의 체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주 체험을 비롯하여 산자, 고추장 감식초 등의 전통식품 명인들을 만나고 체험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분들의 맛난 체험이 가득한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을 통해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맛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식품명인체험홍보관

– 위치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서울 강남역 11, 12번 출구 인근, 월요일 휴무)

– 연락처 : 02-6927-3005

– 홈페이지 및 예약 안내 : http://blog.naver.com/kfm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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