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이 '기록'이 되는 곳, 서울기록원

시민기자 김금란

발행일 2019.10.30. 12:45

수정일 2019.10.30. 18:27

조회 1,790

서울의 대표 명소 30곳을 소개한 리플렛이 있다. ‘잘 생겼다! 서울’이라는 이름의 리플렛에는 ‘지혜’와 ‘쉼’이라는 부제로 소개된 10곳 외에, ‘지하철로 만나는 서울의 잘생긴 공간’이라는 이름의 20곳을 더하여 모두 30곳의 서울 명소 위치와 교통편이 소개되어 있다. 외국인, 내국인을 가리지 않고 서울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안내서로 손색 없는 자료다. 그 안내서를 들고 서울혁신파크 내에 자리한 ‘서울기록원’을 방문했다.

서울기록원은 서울의 다양한 기록들을 수집, 보존하여 미래의 기록유산으로 전하는 공간으로 지난 5월 개관했다. 서울기록원 입구로 들어서기 전부터 멋진 풍경에 눈이 멈춘다. 건물 왼쪽에 있는 나무계단은 편하게 걸터앉아 풍경을 보아도 좋고, 책을 보아도 좋을 듯하다. 어딘가를 오르기 위한 계단이라기보다 의자에 가까운 공간이다. 그곳에 앉아 서울의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건물의 오른쪽에는 50+ 세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50플러스 서부 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기록원 외관. ‘기억의 힘’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기록원 외관. '기억의 힘'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금란

서울기록원 1층에 들어서면 2층으로 연결되는 스탠드형 계단이 의자가 되어 관람객을 기다린다. 누구라도 그 계단에 앉는 순간,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버릴 것 같은 디자인이다. 출입구 옆의 휠체어와 유모차는 관람객들에게 대여가 가능한데,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 마음 또한 정겹게 느껴졌다.

나무로 제작해 놓은 스탠드형 계단이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의자로 꾸며 놓았다 ©김금란
나무로 제작해 놓은 스탠드형 계단이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의자로 꾸며 놓았다 ©김금란

2층에는 전시실과 열람실, 간단한 음료와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아카이브 숍이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기억의 힘’(Power of Memory)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에는 ‘기록의 발견’, ‘기록의 발현’, ‘기록의 발원’, ‘기록의 발굴’이란 총 4가지 주제를 구성하고 관련 물품과 놀이터, 아이들의 노랫소리 기록까지 시민들의 다양한 기록물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덕동, 둔촌동, 목동, 과천 등지의 아파트 조성 과정과 삶의 기록을 전시해 놓아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풍경을 실제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전시연계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25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 읽기, 기억 잇기>라는 부제의 일본군 '위안부' 디지털 아카이브 이용 설명회가 열렸다. 

이웃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전시물들
이웃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전시물들 ©김금란

3층에는 세월호 기록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기록이 보관된 서고와 서울시 관련 유형 기록을 보존한 박물 서고, 기증 기록 서고가 있는데 일부 서고는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는 개방형 서고로 구성해 놓았다. 

서울의 기억 지도 ©김금란
서울의 기억 지도 ©김금란

이번 관람을 통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중요한 유형 기록을 지방으로 옮겨 놓았던 조선 시대 이야기처럼, 1968년에도 서울시 관련 중요 문서를 국가 재난사태에 대비하고자 경북 청도 문서고에 보관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원격지 서고인 청도에 보관하던 자료를 2019년에 서울기록원으로 모두 옮겨온 것이라니 더욱 의미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기록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 활동을 수집한다’는 서울기록원의 정신은 공공기록의 확장을 열어 보이는 물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가 과거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고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곳, 그곳이 서울기록원의 미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억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기록’이라는 말의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아파트 주변 상가를 스케치해 기록으로 남겨 놓은 전시물 ©김금란
아파트 주변 상가를 스케치해 기록으로 남겨 놓은 전시물 ©김금란

서울기록원은 어린이도 어른도 저마다의 시선으로 다양하게 기억을 소환하고 생각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관람하기에 부담 없는 동선과 아름다운 공간 배치로 ‘지혜와 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서울기록원을 가을 산책으로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다.

◆서울기록원 이용 정보
▪프로그램 구술 기과 기록화에 관심 있는 시민 대상 <구술기록 강좌 : 듣고, 쓰는 너와 나의 이야기> 프로그램 접수 11월 5일(화)까지 진행 
▪개원 일시 : 화~일요일 10:00~17:00
▪휴원 일시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추석, 설날
대여 서비스 : 아기차, 휠체어, 보행보조기 무료 이용 가능
▪교통 : 지하철 : 불광역 2번 출구(3,6호선), 버스 : 한전성서지사, 녹번동 푸르지오 정류장 하차, 주차장 : 토, 일, 공휴일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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