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자원봉사, 개그맨 정범균의 ‘청춘은행’

시민기자 김윤경

Visit314 Date2019.10.28 14:10

개그맨 정범균(우)·박성호(좌) 씨 두 사람의 애교섞인 토크에 어르신 모두가 열중했다 Ⓒ김윤경

개그맨 정범균(우)·박성호(좌) 씨 두 사람의 애교섞인 토크에 어르신 모두가 열중했다 Ⓒ김윤경

“사랑의 트위스트!”

“저 노래 내가 알아. 황홀한 고백이여!” 

“아. 어르신, 아쉽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윤수일 노래라니까.”

요가수업을 마치고 통로에 앉아 계신 어르신이 말했다. “아니 그게 어렵나, 윤수일 이면 아파트지!”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김윤경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김윤경

지난 10월 22일 오후 2시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2층에서는 퀴즈 정답을 외치는 어르신들 목소리가 울렸다. 약 150 여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개그를 보이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윤경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개그를 보이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윤경

정범균 씨는 항상 무대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다Ⓒ김윤경

정범균 씨는 항상 무대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다 Ⓒ김윤경

말 한마디마다 웃음을 선사하며 환호 받는 무대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바로 개그맨 정범균 씨와 박성호 씨였다. 재미는 세대를 넘었다. 어르신 만이 아니라 기자 역시 웃음이 터졌다. 한 시간 동안 펼쳐진 ‘청춘은행’ 행사는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박수를 받고 끝이 났지만, 어르신들은 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박성호, 정범균 씨에게 또 와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 역시 어르신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도 자리를 못 떠나는 어르신들 Ⓒ김윤경

공연이 끝나도 자리를 못 떠나는 어르신들 Ⓒ김윤경

찾동처럼 찾아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

 “예전과 달리 공무원들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찾동이잖아요. 이제는 시민들이 찾동에 대해 알고 있듯, 찾아가는 개그맨이랄까요? 앞으로 개그 역시 시민들이 모이는 곳에 찾아가 웃음을 준다고 인식하게 되면 좋겠어요.” 행사를 마친 정범균 씨가 말했다. 그는 찾동 선포식과 폐막식 등 찾동행사에 참여하며, 서울시 찾동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어르신들 좋아하는 모습을 마주하며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 생각도 났다고 했다. 어르신들 웃음을 드리고 싶어 직접 서울시청에 문의를 해 소개를 받았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되기 쉬운 요즘 자발적으로 한 봉사를 문의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그는 찾동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자리 잡혀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걸 보면서 좋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청춘은행에서 계획하는 앱

“‘청춘은행’은 개인적으로 함께 시작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정범균 씨는 친한 개그맨들과 어르신 봉사를 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청춘은행’. 개그맨다운 재치 있고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웃음을 주면 더 젊어진다는 청춘과 이자를 받아가는 은행을 더해 만든 이름의 취지도 재미있다. 청춘은행은 시작한 지 8개월이 되었고 한 달에 서너 번 송도에 위치한 요양병원과 여러 복지관 등으로 가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이곳저곳 봉사한 곳에서 찍은 봉사사진이 많지만 일일이 개인에게 나눠줄 길이 없어 앱을 만들고 있다.

“요즘은 핸드폰을 가진 어르신이 많잖아요. 기관에서 알림이 와도 잊어버리시기 쉬워 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요양시설에 부모님이 계신 자녀분이 보시면 부모님과 대화소재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앱이 소통창구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범균 씨. 어르신은 사진을 다운 받을 수 있고 요양병원이나 기관에서는 행사나 공지 등을 올릴 수 있으며, 자녀들은 부모님의 상황을 함께 볼 수 있어 여러모로 유용하다.

봉사하면서 감사가 더 많아졌다는 정범균 씨Ⓒ김윤경

“사실 봉사로 이름 나오는 건 조심스러워요.” 살짝 부끄럽게 말하는 정범균 씨. 그렇지만 좋은 일은 함께 알려야 주위에서 탄력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매일 감사하며 살아요. 간혹 지치고 피곤해도 어르신들께서 행복했다는 말씀을 하시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그는 이전부터 미혼모나 탄광촌, 군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고, 봉사를 하다 보니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데 함께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인상에서 꾸밈없는 감사라는 느낌이 묻어나왔다.

정범균 씨와 함께 봉사한 동료 개그맨 박성호 씨

정범균 씨와 함께 봉사한 동료 개그맨 박성호 씨 Ⓒ김윤경

그는 옆에 앉은 박성호 씨에게도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박성호씨는 잠시 쑥스러운 듯 말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죠. 평상시에 하고 있는 일이니까 할 수 있죠. 또 그동안 여러분들께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의미도 있고 어르신들께 웃음을 드리면 보람도 있어요.”

사회자로 내내 진행을 맡아 힘들었을 테지만, 지친 기색이 없었다. 무대에서 활력이 넘쳤고 인터뷰에서는 진지했다. 

개그맨 정범균 씨(우) 사진 촬영을 하며 밝게 즐거워하는 복지관 어르신들 Ⓒ김윤경

개그맨 정범균 씨(우) 사진 촬영을 하며 밝게 즐거워하는 복지관 어르신들 Ⓒ김윤경

많은 공연을 했지만 어르신 무대는 다른 공연과 차이가 있을까. 

“항상 어르신들께 잘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어르신께서 저희를 귀엽게 봐주시고 잘 웃어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사실 누구나 나이를 먹잖아요. 예우를 갖추고 공감을 하면 함께 나아갈 수 있으니 서로 더욱 힘을 받는 거지요.” 찾동 역시 여러 분야에서 힘을 합쳐 협업을 한다. 세대 간 협력을 말하는 박성호 씨 이야기에서 찾동과 청춘은행의 공통점이 느껴졌다.

(위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내 시설 장기바둑실 - 웰빙건강센터(당구) - 식당 - 웰빙건강센터 (탁구실) Ⓒ김윤경

(위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내 시설 장기바둑실-웰빙건강센터(당구)-식당-웰빙건강센터(탁구실) Ⓒ김윤경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이샘 팀장은 “어르신들은 좋아하시지만 사실 연예인분들을 섭외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와 주시니 정말 감사하죠.”라며 “어르신들이 고마워하시면서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하시는데 마음만 드려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바쁜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 와중에 자발적으로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욱이 인터뷰 내내 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한다는 자원봉사. 자원봉사란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 그들의 재능으로 활짝 웃던 어르신의 미소도 함께 떠올랐다.

혹시 기자가 살고 있는 구청 어르신 행사에도 오실 수 있을까 싶어 넌지시 묻자, 흔쾌히 승락을 하는 모습에서 훈훈함이 느껴졌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따스한 온기가 도는 거 아닐까.

서울시 찾동은 지난 7월 서울시 424개 모든 동으로 확장되었고, 주민과 찾·동이 연계해 더 촘촘히 지역 건강을 강화하는 ‘주민건강 통합모델’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시 복지포털 : wis.seoul.go.kr/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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