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서 힐링 산책 어때요?

시민기자 장혜경

발행일 2019.10.28. 12:23

수정일 2019.10.28. 17:23

조회 2,634

지난 10월 25일(금),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을 다녀왔다. 서울도보관광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서 보물찾기'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해 본 것이다. 서울도보관광은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사업으로,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를 서울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도보로 탐방하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코스는 올 10월 신설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주변 약 2.5km의 거리를 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2시간 여동안 걷는 관광이 진행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경과 거울못, 청자정의 모습이 멋스럽다. ⓒ장혜경

국립중앙박물관 전경과 거울못, 청자정의 모습이 멋스럽다 ⓒ장혜경

도보관광은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있는 거울못 식당 앞에서 시작되었다.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모습의 문화관광해설사와  참가자들 모두 초면인지라 약간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체험에 대한 설레는 마음으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해설사의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시작으로 투어가 시작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정문에서 바라본 모습 ⓒ장혜경

국립중앙박물관 정문에서 바라본 모습 ⓒ장혜경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은 대한제국 순종황제가 1909년 11월에 창경궁에 개관한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다. 1945년에 해방되면서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인수하여 국립박물관이 개관하였다. 이후 1972년 경복궁으로 신축 이전하면서(현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1986년에는 옛 중앙청 자리로, 1996년에는 현 국립고궁박물관 자리로 다시 이전되었다. 1992년 주한미군사령부의 골프장으로 쓰이던 부지를 용산시민공원으로 조성하였는데, 이곳에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이 들어선 것은 2005년 11월의 일이다.

거울못의 한편에 한국의 건축미를 한눈에 보여주는 청자정이 서있다 ⓒ장혜경

거울못의 한편에 한국의 건축미를 한눈에 보여주는 청자정이 서있다 ⓒ장혜경

● 첫번째 관람지점 : 청자정

해설사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박물관 앞에 조성된 커다란 연못인 '거울못'가를 따라 걸으며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청자정(靑瓷亭)'이다. 청자정은 경쾌한 청색 지붕의 팔각정으로, 한국의 건축미를 한눈에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어 거울못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자정은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상징물로 2009년에 건립된 것인데, 고려 의종11년(1157년)에 대궐 양이정((養怡亭)을 짓고 지붕을 청자로 덮었다는 고려사의 기록에 근거해 지어진 것이다. 그 옛날엔 기와를 착색하는 청색안료를 중국을 통해 아라비아에서 수입해야 했기에 매우 비쌌으므로 대부분 회색 기와를 썼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조선에는 청기와 지붕 건축물이 딱 세 개밖에 없었는데, 경복궁의 근정전과 사정전은 임진왜란 때 전소하여 지금은 창덕궁의 사정전만이 남아 있다.

석탑정원으로 들어서니 해설사와 함께 석탑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장혜경

석탑정원으로 들어서니 해설사와 함께 석탑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장혜경

● 두번째 관람지점 : 석탑정원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가는 풍경을 음미하며 박물관 오솔길로 들어서 '석탑정원'에 도착했다. 석탑은 돌로 만든 불교식 탑으로,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4세기 무렵에는 목탑을 많이 만들었으나 7세기부터 석탑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나무로 만든 목탑이 많이 만들어졌고, 중국은 벽돌로 만든 전탑, 우리나라는 돌로 만든 석탑이 많다. 그 이유는 질 좋은 화강암이 많고 일찍부터 돌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곳 석탑정원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들을 볼 수 있으며, 사찰 법당 앞에 세우던 석등도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는 갈항사 동서 삼층석탑, 천수사 오층석탑, 안흥사 오층석탑이 있고, 고려시대의 것으로는 남계원 칠층석탑, 홍제동 오층석탑, 고달사 쌍사자 석등, 영전사 보제존자 사리탑이 전시되어 있다.

석탑의 구조(좌). 석탑정원에서 가장 처음에 만나는 갈항상 동서 삼층석탑(우) ⓒ장혜경

석탑의 구조(좌). 석탑정원에서 가장 처음에 만나는 갈항상 동서 삼층석탑(우) ⓒ장혜경

석탑은 크게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기단부는 탑의 몸체를 받치는 부분이며, 탑신부는 탑의 몸체가 되는 부분으로 탑신부 안의 빈공간에 사리를 보관한다. 상륜부는 석탑의 맨 꼭대기 부분으로 보통은 장식용 조형물을 올린다. 탑의 층수는 보통 3, 5, 7과 같이 홀수로 만들고, 탑의 면은 4각, 6각, 8각과 같이 짝수로 만드는데, 이는 음과 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단풍으로 물든 미르못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미르폭포가 숨어있다 ⓒ장혜경

단풍으로 물든 미르못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미르폭포가 숨어있다 ⓒ장혜경

● 세번째 관람지점 : 미르폭포

석탑들을 한참 구경하고 '미르못'으로 향하는 길은, 양옆으로 빼곡히 우거진 수풀과 돌바닥이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미르못 둘레로는 알록달록 단풍이 어여쁘게 들어 가을 냄새가 짙게 풍겼고, 정원 속에 숨어 살짝 보이는 미르폭포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하얀 거품을 쏟아냈다. 미르못, 미르다리는 우리나라의 전통조경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로, 박물관이 위치한 용산이라는 지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드넓은 잔디밭과 벤치, 나무들이 어우러진 용산가족공원 ⓒ장혜경

● 네번째 관람지점 : 용산가족공원

투어를 시작한 지 1시간 여가 지난 시각, 용산가족공원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에서 간간이 공사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를 즐기며 곳곳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히고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에 한껏 취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1985년에 새로 주조된 종로의 보신각종(좌)과 조선 세조때 만들어진 원래의 보신각종(우) ⓒ장혜경

● 다섯번째 관람지점 : 보신각종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 향에 취해 걷다 보니 커다란 보신각종 앞에 이르렀다. 보신각종은 보물 제 2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조선 세조(1468년) 때 원각사(현 탑골공원)에 걸기 위해 만든 종이었다. 절이 없어진 후 광해군(1619년) 때 보신각으로 옮겨져 오전 4시에 33번(파루), 오후 10시에 29번(인정) 울림으로써 도성 문을 여닫는 시간을 알리는 데 쓰였다. 종 위에는 2개의 용머리 장식 고리가 달려 있으며, 몸통에는 세 겹의 굵은 띠가 둘려져 있는 게 특징인데, 이것은 중국의 양식을 따온 것으로 고려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 들어와 널리 만들어졌다고 한다.

1985년까지 종로 보신각에 걸려 있어 제야의 종으로 사용되었으나 몸체에 균열이 가면서 보존을 위해 이곳으로 옮겨졌고, 지금 종로 보신각에 걸려 있는 종은 국민들의 모금으로 새로 주조된 것이다. 새로 만든 종은 원형의 복원이 아니라 전통양식과 현대 감각을 접목시켜 한국적인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붉을 밝히는 석등인 장명등(좌)과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한 부처상(우) ⓒ장혜경

붉을 밝히는 석등인 장명등(좌)과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한 부처상(우) ⓒ장혜경

● 여섯번째 관람지점 : 석등, 부처상

보신각종의 경외로움을 뒤로 하고 다시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석등과 부처상이 나온다. 석등은 사찰이나 분묘 앞에 불을 밝히는 용도로 세웠는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네모진 모양의 장명등(長明燈)이 있고, 고려시대 만들어진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한 부처상 두 구가 있다.

석물정원에 있는 태실석함(위 좌), 석양(위 우), 석곽(아래 좌), 문인석(아래 우) ⓒ장혜경

석물정원에 있는 태실석함(위 좌), 석양(위 우), 석곽(아래 좌), 문인석(아래 우) ⓒ장혜경

● 일곱번째 관람지점 : 조선석물정원

이어 조선시대에 만든 석물들을 모아 놓은 조선석물정원이 나온다. 조선 태종의 일곱째 왕자 온녕군의 관을 넣었던 온녕군 석곽, 무덤을 지키는 양 모습의 석양, 조선 왕가에서 아기의 태를 안치한 태항아리를 보관하던 태실 석함, 왕릉이나 사대부 무덤 앞에 세우는 문인석 등을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조성된 석조물정원. 석등, 승묘탑, 탑비, 석탑, 석관 등이 있다 ⓒ장혜경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조성된 석조물정원. 석등, 승묘탑, 탑비, 석탑, 석관 등이 있다 ⓒ장혜경

● 여덟번째 관람지점 : 석조물정원

이제 여정의 마지막 장소로 국립중앙박물관 건물로 향했다. 웅장하고 현대적인 외향의 박물관 앞쪽에는 각종 석탑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해놓은 석조물정원이 있다. 이곳에는 석등, 승묘탑, 탑비, 석탑, 석관 등 신라, 통일신라, 고려시대의 석조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승탑의 전형적인 모양은 팔각집 모양에 사천왕 등의 부조상이 새겨져 있으며, 탑비는 받침돌의 몸체는 거북이, 머리는 용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현화사 석등(고려시대) , 거돈사 원공국사 승묘탑(고려시대), 충주 정토사 흥법국사 탑비와 탑(고려), 흥법사 진공대사 탑과 석관 (고려시대), 보리사 대경대사 현기탑비(고려시대), 봉림사 진경대사 보월능 공탑(통일신라시대), 염거화상 탑(신라) 등을 차례로 볼 수 있다.

서울도보관광-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서 보물찾기의 코스 지도 ⓒ서울도보관광 홈페이지
서울도보관광-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서 보물찾기의 코스 지도 ⓒ서울도보관광 홈페이지 

석조물정원을 끝으로 2시간 여의 도보관광이 끝났다. 오늘 체험한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서 보물찾기!'는 한국의 전통조경을 테마로 조성된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을 두루 산책해볼 수 있는 신규 코스다. 사방이 푸르른 정원의 곳곳에는 석탑, 석등, 승탑 등 다양한 석조문화재가 숨겨져 있고, 정원 깊숙이에는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청자정과 미르폭포가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다.

용산가족공원에도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장혜경

용산가족공원에도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장혜경

가을이 무르익는 계절, 박물관 정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하나씩 보물을 찾아 그 속에 얽힌 전래동화 같은 얘기를 전해 듣는 경험! 무엇을 해도 좋은 이 계절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힐링 산책에 빠져보면 어떨까?

도보문화관광해설 예약은 dobo.visitseoul.net를 통해 가능하며, 운영시간은 평일 10시, 14시,  주말 10시, 14시, 15시이다. 이용료는 무료이며,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안내가 가능하다.

■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안내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용산동6가 168-6)
-교통 : 지하철 : 이촌역 2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음. (4호선, 경의중앙선) 버스 : 400번, 502번, 서울시티투어 도심·고궁코스
-문의 : 02) 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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