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충무로~을지로 걸으면서 배워요

시민기자 오윤정

발행일 2019.10.25. 15:31

수정일 2019.10.25. 18:38

조회 2,892

당신에게 충무로와 을지로는 어떤 공간인가? 허름한 골목상권, 바쁜 직장인들, 북적이는 관광객, 영화인의 거리, 전통, 구제 옷 도소매… 일명 '사람냄새' 나는 옛스러움이 묻어있는 공간이자 우리 선조들의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서울시에서는 충무로와 을지로 사이 역사가 깃든 장소와 에술성이 돋보이는 장소를 선별해 무료로 서울도보해설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진행되는 '충무로~을지로' 도보 코스는 충무로역을 시작으로 필동문화예술거리, 중부경찰서 역사관, 을지로 골뱅이 골목, 수표교, 전태일기념관, 청계천을 거쳐 세운상가를 마지막으로 완료된다.

충무로 4번출구 앞 안내판

충무로 4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예술통 안내판 ⓒ오윤정

충무로 4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예술통 안내판을 시작으로 좌측으로 가면 스트리트 뮤지엄을 볼 수 있다. 초입 필동문화예술거리에는 'ㅂㅂㅂㅂ벽'이라는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ㅂㅂㅂㅂ벽 전시품 ⓒ오윤정ㅂㅂㅂㅂ벽 전시품. 문화관광해설사가 벽너머로 전시품을 보며 설명 중이다 ⓒ오윤정

ㅂㅂㅂㅂ벽 전시품. 문화관광해설사가 벽너머로 전시품을 보며 설명 중이다 ⓒ오윤정

ㅂㅂㅂㅂ 벽 전시품 공간 앞에 선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공간을 만든 취지에 대해 "벽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막혀 있고 단절되어 있는 역할을 역으로 활용해 벽이지만 벽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고 매회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필동문화예술거리의 첫 예술공간은 벽에 대한 패러다임을 깨는 것에서 시작된다. 걷다보면 곳곳에 위치해 있는 모든 사물이 거리의 예술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기존의 벽과 돌들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경우가 많으며 가는 내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력적인 거리를 실감할 수 있다.

거리의 특징을 살린 예술품 ⓒ오윤정

거리의 특징을 살린 예술품 ⓒ오윤정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옛 남학당 전경 ⓒ오윤정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남학당 전경 ⓒ오윤정

사실 필동은 처음부터 예술의 거리는 아니었다. 일제감정기 이 일대는 사령부, 총독부가 위치한 남산한옥마을이 근처에 있기에 자연스럽게 많은 일본인들이 머무르던 곳이었다. 광복 후에는 일본인들이 나가고 피난민들이 이곳에서 많이 살게 되었다. 때문에 버려지거나 남겨진 사유지가 아닌 곳이 많아 관리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예술거리통 중심에 위치한 조선시대 중등교육기관 남학당은 터만 보존된 채 현재는 공간대여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걷는 곳마다 아픈 역사가 있는 버려진 공간을 예술가들이 모여 각각의 특성을 살리고 설치미술을 전시해 지금의 '필동예술거리 예술통'을 탄생시킨 것이다.

스탬프를 찍어가며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스탬프 투어' ⓒ오윤정

스탬프를 찍어가며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스탬프 투어' ⓒ오윤정

ㅂㅂㅂㅂ벽 외에도 설치미술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된 곳 근처에는 스탬프를 찍어가며 볼 수 있는 '스탬프 투어'도 있으니 참고 바란다. 스탬프 용지는 예술통 거리 곳곳마다 위치한 'i' 표시가 된 안내데스크에서 받을 수 있다.

필동예술통 거리를 지나 서울중부경찰서의 '서울 중부경찰역사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서울 최초 경찰서로 1907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경찰서이다. 현재 도보 코스에 포함된 역사박물관은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이하며 2015년 개관되었다. 전체적인 공간은 소박하지만 옛 경찰관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당시 급여봉투, 훈장, 제복 등이 알차게 전시되어 있다.

경찰 역사 박물관 내부 ⓒ오윤정경찰 초창기 표창장, 급여봉투 ⓒ오윤정

경찰 역사 박물관 내부, 초창기 경찰제복 및 표창장, 급여봉투 ⓒ오윤정

중부경찰서를 나와 걷다보면 직장인들의 쉼터이자 골목상권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골뱅이 골목'이 있다. 간판만 보더라도 세월의 옛스러움이 묻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 위치한 골뱅이집이 맥주 대리점의 시초가 되어 60~70년대에 유행하면서 근처 노가리 골목까지 상권이 전파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골뱅이 및 노가리 집들은 대부분 30년이상의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을지로 골뱅이골목 ⓒ오윤정

을지로 골뱅이 골목 ⓒ오윤정

골뱅이 골목을 지나 노가리 골목으로 들어가면 노가리와 맥주를 최초로 같이 판 상점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앞으로 백년동안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소상공인협회에서 인정받았고 '백년가게' 마크로 그 다짐을 표출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1980년 최초로 지어진 을지로 노가리 집 ⓒ오윤정

1980년 최초로 지어진 을지로 노가리 집 ⓒ오윤정

또한 을지로 골목마다 전통 깊은 상점이 많기에 서울시에서 을지로 골목 자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여 전통과 문화를 지지해주고 있다. 걷다 보면 허름해 보이지만 전통이 있는 상점마다 입구에 '서울미래유산'이라는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백년가게 및 서울미래유산 마크 ⓒ오윤정

백년가게 및 서울미래유산 마크 ⓒ오윤정

이러한 골뱅이 및 노가리집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는 60~70년대 이후 저렴한 골뱅이 및 노가리 안주가 유행을 타면서 상점 밖 골목에서까지 상점이 포화 상태가 되어 상권마다의 구역 다툼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해결책으로 2017년 소상공인들이 단합해 거리에서도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기관에 요청, 허락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 결과 거리에도 세금을 붙여 구역을 나누고 저녁 8시부터 11시에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 차없는 거리'로 지정해 거리에서도 간이테이블과 의자를 펼쳐 공식적으로 노점을 운영하며 현재까지 직장인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 상점들 ⓒ오윤정

다음 코스인 '수표교' 청계천으로 향했다. 수표교의 위치는 양반이었던 '이벽의 집터'로 최초의 천주교 신자 집터다. 양반 이벽이 중국에서 천주교를 접하고 천주교 신자로서 사람들에게 천주교를 전파하며 머무르던 곳이다.

청계천 수표교 ⓒ오윤정

수표교 10번 출구 근처에 이벽집터 안내판이 있다 ⓒ오윤정

수표교 맞은편에는 노동인권운동가로 알려진 '전태일기념관'이 있다. 당시 열악했던 노동환경과 지켜지지 않는 노동기준법 등 관련된 전시를 각 층별로 청년 전태일이 겪었던 근로자들의 환경과 전태일이 직접 수기로 작성한 근로조건 개선진정서 등과 함께 보여준다. 노동인권 운동가 전태일의 분신 이후 어머니의 노동인권운동까지 담겨 전시되고 있으니 참고해 관람하길 바란다.

전태일운동가의 발언이 담긴 전시 ⓒ오윤정

전태일 운동가의 발언이 담긴 전시 ⓒ오윤정

마지막 코스로 국내 최초 주상복합 상가로 볼 수있는 '세운상가'이다. 이곳은 과거 일제시대때 일제가 미군의 폭격시 화재가 번지는 걸 막으려는 목적으로 비워둔 공터 자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후 한국전쟁이 종전을 하고 박정희정권 시절 1968년에 세공되었다. 그 뒤로 몇 번의 철거 위기가 있었지만 현재 '다시 세운' 도시 재생 프로젝트 덕분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된 상태다.

세운상가의 전경 ⓒ오윤정

세운상가의 전경 ⓒ오윤정

세운상가 내부에도 전자기기만을 다루고 주변에도 전자상가가 많은 것이 눈에 띄어 문화관광해설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청계천 주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청계천 주변으로 피난민이 많이 모였는데 당시 미국 물품이 납입되면서 관련 부속품으로 조립을 하면서 물품을 만들다보니 규모가 커지고 그 분야의 상권이 형성되면서 현재의 전자상가가 위치하게 됐다고 한다. 과거 세운상가는 철거 위기 때문에 세운상가에 위치해 있던 상점들이 용산 전자상가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과거보다는 상가수가 줄어들었다.

비록 전자기기에 관심이 없는 분이더라도 세운상가의 9층에 위치한 옥상을 올라가보길 추천한다. 세운상가 옥상으로 가면 주변 을지로 일대와 바로 앞에있는 종묘가 한눈에 보인다.

세운상가 옥상에서 앞에서 본 풍경 ⓒ오윤정

세운상가 옥상에서 앞에서 본 풍경 ⓒ오윤정

옥상 한켠에 햇빛 가리개와 의자가 설치된 모습 ⓒ오윤정

옥상 한켠에 햇빛 가리개와 의자가 설치된 모습 ⓒ오윤정

현재 세운상가의 옥상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무료로 쉴 수 있도록 공간이 개방되어 있다. 향후 5년은 무료로 개방하여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그 이후에는 유료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광복 이후 사람들의 이야기로 둘러싸인 '충무로-을지로 도보여행'은 서울시 대표 관광 프로그램인만큼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 선선하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서울시가 제공하는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가볍게 일상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서울도보해설관광

– 홈페이지 : dobo.visitseoul.net

– 프로그램 신청 방법 : 이용 희망일 최소 3일 전 서울도보해설관광 홈페이지로 사전 예약 후 이용 가능(한영중일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어 등 7개 언어 해설 서비스 제공 가능)

– 이용 요금 : 무료

– 상담 문의 : 02-6925-0777(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중식시간 12시~오후 1시 제외)

– 충무로~을지로 코스 : 총 2시간 30분 소요, 2.5km. 충무로역-필동문화예술거리-중부경찰서 역사관-을지로 골뱅이골목-수표교-전태일기념관-청계천-세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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