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발견! 헌책의 매력에 빠지다 ‘서울책보고’

대학생기자 정유리

Visit207 Date2019.10.14 08:41

책벌레의 뱃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서울책보고의 책꽃이 통로.
책벌레의 뱃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서울책보고의 책꽃이 통로 ©정유리

책꽃이가 길게 늘여져 통로를 이루는 이곳은 도서관인가? 아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보통의 도서관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책 속으로 깊이 빨려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통로가 인상적이다. 사진 속의 장소는 책을 사람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 서울책보고이다. 

서울책보고는 원래 창고였던 곳을 리모델링하여 헌책방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판매 중인 12만여권의 책들은 서울시가 선정한 헌책방들로부터 위탁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헌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추억과 정서를 시민들에게 전달한다. 평소 접하기 힘든 독립출판물, 옛날 책, 대학 교수진들이 기증한 책들도 볼 수 있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정유리

이곳에서 책을 읽는 경험은 기존의 서점이나 도서관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 읽을 책을 찾아보았다. 도서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하면 판매하는 헌책방 이름이 뜬다. 책들이 주제에 따라 분류되어 있지 않고 판매 업체에 따라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선 책꽃이에 붙여진 업체 이름을 찾아 통로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통로 구멍의 크기에 차이를 주고, 통로를 일직선으로 뚫지 않고 굴곡을 주어 마치 꼬불꼬불한 책벌레의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신이 찾는 헌책방 이름이 달린 책꽃이를 찾고 나면, 책과 동일한 주제를 가진 책들이 모여있는 칸을 찾아야 한다. 헌책방 이름 외엔 아무런 지표가 없어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눈을 크게 뜨고 탐색하던 도중, 본래 찾던 책이 아니였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을 발견하였다. 평소 어려워했던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과, 언젠간 읽어보겠다는 다짐만 하고 까맣게 잊어버린 책들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창가에 붙은 테이블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는 등 각자 편한 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창가에 붙은 테이블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는 등 각자 편한 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정유리

원하는 책을 찾는데 오래 걸렸지만, 과정에서 뜻밖의 재미를 느꼈다. 기존의 도서관이나 서점과는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있도록 명확한 지표를 제시하지 않아 어수선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헌책방과 마찬가지로 더미 속을 해매다 낮선 것을 발견하는 묘미를 맛볼 있게 해준다.

이번 달엔 어떤 책이 경매에 올라왔을까? 조선시대의 책부터 현대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올라온다.
이번 달엔 어떤 책이 경매에 올라왔을까? 조선시대의 책부터 현대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올라온다. ©정유리

서울책보고에선 주기적으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 필자가 방문한 지난 토요일엔 경매 행사 <책보고 경매하고> 열렸다.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헌책을 사고파는 이상의 문화행사를 열어 시민들이 책문화를 누리도록 하자 뜻에서 기획된 행사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고서들과 몇십년전에 출판된 책들을 판매한다

수집가 외의 일반인에겐 생소한 책들도 많았지만, 인기가 많은 책들은 금방 판매되었다. 지난 토요일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중에선,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 박경리 저서 <토지> 전집 등이 있었다. 시민들과 헌책방 업체로부터 경매에 책들을 제공받으며, 얻은 수익은 시설 운영비로 쓰인다고 한다.

옛 교과서를 보며 과거의 학교 모습을 상상해보거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 보자.
옛 교과서를 보며 과거의 학교 모습을 상상해보거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 보자 ©정유리

경매 행사장 근처에선 <슬기로운 생활> 전시가 열려 개화기~1990년대의 교과서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있었다. 개화기의 교과서들은 농업, 상업, 공업교육에 힘씀과 동시에 역사, 지리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의 민족 의식을 강화시키고자 하였다. 반면,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교과서는 일제에 순응적인 인물을 양성하려는 목적을 보였다

전시되어 있던 교과서들의 크기가 2010년대 즈음의 교과서의 반에도 미치지 않아, 당시의 학생들의 책가방이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겠구나, 라는 엉뚱한 상상도 보았다. 전시는 10 20일까지 열린다.

헌책방은 이상 필요하지 않게 책들을 다시 사람 손에 돌려보내재생 이루어지게 한다. 서울책보고는 오래된 것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그대로 유지한 , 대중에게 새롭게 보여줌으로써 기능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장소를 리모델링했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의 효과도 가지고 있고,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헌책방이 다시 자리를 마련해 준다.

다가오는 한글날엔 서울책보고에서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책들을 접하고 희귀한 책을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 것이고,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책의 즐거움을 느낄 있을 것이다. 

○ 가는 방법 :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 역 1분 출구에서 도보로 3분.
○ 운영시간 월요일 휴무, ~ 10:30~20:30, 주말 10:00~21:00
○ 문화행사 안내: http://www.seoulbookbogo.kr/front/
○ <책보고 경매하고>: 매월 첫번째 토요일 / 판매 예정인 목록 확인  https://band.us/band/75947266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